롯데그룹의 창업자 신격호 회장. 롯데그룹
롯데그룹의 창업자 신격호 회장. 롯데그룹

롯데그룹의 창업자 신격호(辛格浩·1921~ 2020년) 회장은 1921년 11월 3일 일제강점기 경상도 울주군 둔터마을에서 5남 5녀 10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를 비롯한 집안 어른은 모두 사서삼경을 달달 외우는 옛 선비였다. 다만 큰아버지 신진걸(辛鎭杰)은 3·1운동에 영향받아 마을 어귀에 ‘둔기의숙(屯基義塾)’이라는 사립학교를 세웠다. 둔기란 둔터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새문안길이 신문로(新門路)로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이미 진주에 가서 신학문을 배웠던 큰아버지는 둔터에서는 유일하게 신문물을 익힌 인물이었다고 한다. 양잠과 양봉 사업으로 돈을 벌어 둔기의숙 운영 자금으로 썼다고 하니 나름 경영인의 모습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신격호는 회고록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큰아버지의 이런 모습은 나중에 경영자의 삶을 살게 되는 나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마을 전체에서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 또한 큰아버지 한 명뿐이었다. 큰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우편으로 배달되는 신문이 오는 날 저녁이면 사람을 모아 놓고 큰 소리로 신문을 낭독해 주었다. ‘근대’는 그렇게 둔터에도 조금씩 스며들었다. 물론 어린 신격호도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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