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이것 좀 도와주면 안 돼?” “형님, 우리 사이에 공과 사를 그렇게 엄격하게 따져야겠습니까?”

일상에서, 혹은 정치와 비즈니스의 막후에서 우리는 이런 호칭을 접하는 일이 적지 않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에게 사용하는 ‘오빠’나 ‘형님’이라는 말은 겉보기에는 한국 특유의 친근함과 살가움의 표현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적인 경계와 제도의 엄정함을 느슨하게 하는 관계의 기술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인간은 공적 공간에서 사회적 역할과 규칙, 객관적 평가 기준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오빠라는 호칭이 공적 영역의 담장을 넘어 들어오는 순간, 엄격했던 공적 관계에는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객관적 검증 잣대가 정서적 온정주의로 바뀌고, 공적인 책임이 사적인 유대감 뒤로 숨어버리는 것이다.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이 가족인 것처럼 관계를 규정하면서 상대의 심리적 경계심을 낮춘다. 원하는 사적 이득을 얻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데 이런 관계가 활용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오빠의 심리학’이다.

공적인 관계를 사적인 충성이나 유대감으로 치환하려는 시도는 현대 한국 사회만의 현상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와 정치적..

이코노미조선 멤버십 기사입니다
커버스토리를 제외한 모든 이코노미조선 기사는
발행주 금요일 낮 12시에
무료로 공개됩니다.
멤버십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