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프터썬’ 속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애프터썬’ 속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강현석 SGHS 설계회사 소장 - 미국 코넬대 건축대학원 석사, 서울대 건축학과 출강, 전 헤르조그 앤드 드 뫼롱 스위스 바젤 사무소 건축가
강현석 SGHS 설계회사 소장 - 미국 코넬대 건축대학원 석사, 서울대 건축학과 출강, 전 헤르조그 앤드 드 뫼롱 스위스 바젤 사무소 건축가

우리는 가끔 오래전 떠나보낸 누군가에 대한 기억에 사로잡힌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 우리를 과거의 한순간으로 이끌어 그와 다시 마주하게 한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나는 왜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뒤늦은 자책 속에서 우리는 닿을 수 없는 이에게 너무 늦은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샬롯 웰스 감독의 2022년 영화 ‘애프터썬’은 아버지를 회상하는 딸의 내면에서 출렁이는 감정을 고요한 화면에 담아낸다.

서른한 번째 생일날, 소피는 점멸하는 조명 아래 절규하듯 춤추는 아버지의 꿈에서 깨어난다. 발끝에 닿은 오래된 카펫은 20여 년 전 아버지와 떠난 튀르키예 여행의 기억을 불러낸다. 아버지도 그곳에서 서른한 번째 생일을 맞았었다. 소피는 캠코더에 남은 영상으로 그 여름을 되짚는다. 열한 살의 소피와 아버지가 담긴 화면 위로, 어느새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된 소피의 실루엣이 비친다.

엇갈린 시선

강렬한 태양 아래 휴양지의 하늘과 바다는 투명한 푸른빛으로 포개진다. 두 사람은 수영과 낮잠을 즐기고 카펫을 구경하거나 공연을 보며 느긋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딸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려는 아버지의 미소에는 왠지 모를 불안이 드리워져 있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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