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선선해지면 걷고 싶어진다. 그런데 어디를 걸을 것인가가 문제다. 산은 부담스럽고 공원은 심심하다. 그럴 때 답이 되는 것이 오래된 골목이다. 발끝으로 전해지는 보도블록의 요철, 담장 너머로 넘어오는 밥 냄새, 모퉁이를 돌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 골목은 걷는 사람을 지루하게 두지 않는다.
인천 동구 배다리는 그런 골목이 통째로 남아 있는 동네다. 수도권 전철 1호선 동인천역에서 내려 걸어서 십 분이면 닿는다. 낮은 담장의 집과 구불구불한 길, 빛바랜 간판이 그대로 있다. 적당히 낡은 것이 얼마나 편안한지를 이 동네는 몸으로 알려준다.
헌책방과 여인숙이 남은 골목
배다리라는 지명에는 바다가 들어 있다. 19세기까지 이 일대에는 수문통 갯골과 이어진 개울이 있었고 밀물이 들면 바닷물이 여기까지 올라왔다. 배를 대는 다리가 있었다 해서 배다리다. 지금은 물길이 모두 복개돼 흔적을 찾기 어렵다.
마을이 커진 것은 1899년 경인선이 개통되면서다. 제물포에 조계지가 들어서자, 그곳에서 밀려난 조선인이 배다리와 송현동, 수도국산 일대로 모여들었다. 시장이 서고 공장이 돌아가고 학교가 생겼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에는 피란민이 또 한 차례 밀려왔다. 배다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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