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24일 미국 워싱턴 D.C. 국립기록관리청 박물관에 도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EPA연합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24일 미국 워싱턴 D.C. 국립기록관리청 박물관에 도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EPA연합

언제부터인가 미·중 정상회담은 세계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제 세계를 이끌어가는 세력은 미국과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방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인 것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2018년 미·중 무역 분쟁을 시작으로 양국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갈등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9월 24일(이하 현지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으로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갈등을 해소할 뚜렷한 조치나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시간씩 공항에서 시 주석을 기다렸다거나, 시 주석이 건강상 이유로 별도의 휴식 공간을 요구하고 일정을 최소화했다는 이슈가 오히려 더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양측이 상대의 의도를 좌절시키겠다는 시도에서 벗어나 이제 상황을 관리하는 단계로 전환하기 시작 할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보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즉 미국은 중국을 제재를 통해 무력화시킬 수 없고,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를 무한정 지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물론 양측 발표문을 비교해 보면 미국은 구체적인 거래·조치와 자국의 요구 사항을, 중국은 상호 협력과 합의의 큰 틀을 강조하는 경향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양쪽은 서로의 요구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이를 일정 부분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최준영 - 법무법인 율촌 수석 전문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 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최준영 - 법무법인 율촌 수석 전문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 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대결에서 갈등 관리로 전환한 미·중

양측이 큰 틀에서의 갈등 조절과 관리에 착수했음은 발표문 서문에 드러나고 있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자국을 ‘존중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국제질서를 공정과 호혜의 원칙으로 변화시킬 것임을 세계에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런 양국의 의도는 미·중 관계의 방향에 존중·공정·호혜를 바탕으로 전략적 안정성을 갖춘 건설적인 양국 관계를 구축한다는 표현으로 드러났다. 즉 서로가 요구하는 사항을 인정하되 양측은 현 상황을 급격하게 변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관리하겠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양측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양측의 의견을 밝혔다. 이란에 대해 핵무기 보유에 동의할 수 없으며, 국제수로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내용을 양측이 동시에 밝힌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이란의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대규모로 수입해 왔고 이란에 대해 다양한 정보 및 핵심 물자를 공급하고 있지만,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이란이 확보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음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밝힌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남중국해와 같이 중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해역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우위와 기존 질서를 인정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 회담의 또 다른 특징은 양국이 갈등을 빚어온 많은 사안에 대해 상호 협의할 수 있는 틀을 갖추는 데도 합의했다는 점이다. 발표문에 담겨 있는 투자위원회, 무역위원회와 관련한 사항이다. 흥미로운 점은 무역위원회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발표했지만, 투자위원회에 대해서는 미국 측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으로서는 관세와 관련한 이슈를 상시로 논의하고 압박 수위를 조절할 대화 창구를 확보하는 데 관심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투자위원회의 경우 미국은 투자 기회와 장애 요인을 논의하고 상업적 투자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설치하기로 했다고 언급했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이 요구하는 중국 내 투자 관련 이슈에 대해 미국의 의향은 접수했지만, 이를 당장 해결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AI)에 있어서도 합의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측은 AI와 관련한 회의를 11월에 개최하고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소통 채널 설치에 합의했음을 공통적으로 밝혔다. AI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AI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인간의 판단 범위와 대응 속도를 넘어선 문제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음을 양측 모두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과거 냉전 시절 핵무기를 둘러싼 오해로 인해 핵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핫라인을 설치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미·중 양측은 현재 진행 중인 AI 경쟁이 1960년대 핵무기 개발과 비슷한 것임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문제 발생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AI는 협력, 군사·안보는 여전한 온도 차

반면 군사·안보와 관련해서는 양측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미국·러시아·중국 등 3국이 참여하는 군비 통제 협상을 제기했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은 중국의 급속한 핵전력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보복을 위한 최소한의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핵 군비 경쟁에 나설 경우 결국 국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소련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200기 수준의 핵탄두를 1000기까지 늘리는 작업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기지 확대와 전략 잠수함 기지 건설 등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선제 핵 공격 정밀 타격력이 향상된 만큼 이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그 수준을 1000기로 설정한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별도의 협상을 진행할 의지가 없음을 이번 회담에서 밝힌 셈이다. 반면 위기 소통 및 예방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 중국 내 실종 미군 유해 협력 지속 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 군사적 대결 압력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할 의도가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진행하고 있는 핵전력 증강이 1000기 수준에서 멈춘다면 괜찮지만, 그 이상 증가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전략적 차원의 논의에서는 일정 부분 상호 동의를 이끌어냈지만, 세부적 사항에 대해서는 서로의 온도 차가 명확했다. 미국산 석탄 구매, 희토류 공급, 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생산 확대 등에 있어서 중국 측은 아무런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중국으로서는 이런 세부적 사안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반영한 내용으로 간주하고 일정 부분 거리를 두겠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 측 발표문에 담겨 있는 내용에 중국이 합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압박에 대해 거국적 단결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국정을 통제해 온 시 주석으로서는 굳이 미국과 타협 국면으로 전환되었다는 신호를 중국 인민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 대한 중국의 희토류 공급은 완전히 공급을 차단한 일본과 달리 규모는 일정 부분 축소되었지만, 계속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2018년 이후 미·중 양국 갈등이 계속 첨예화되고 있으며 결국 이 문제는 대만 전쟁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단선적 전망에 입각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일어날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이번 정상회담은 양측이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논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함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앞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누가 승리할 것이냐’라는 일차원적 질문이 아니라, 입체화되는 구도에서 ‘우리의 입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로 질문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