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는 시대를 걸어서 건너는 섬이다. 전등사 처마에서 고려의 궁궐터로, 바닷가 돈대에서 폐공장 카페와 교동도 시장까지.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건 그만큼 쌓인 이야기가 많아서다.
강화도는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닿는다. 그런데 막상 가 보면 하루가 모자란다. 선사시대 고인돌이 서 있고, 고려 왕들이 머물렀고, 조선은 이 섬 전체를 요새로 만들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별명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욕심을 내면 하루에 다 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시대 순서대로 걷기로 했다. 절에서 궁궐터로, 해안의 요새에서 폐공장과 시장 골목으로.
처마를 이고 선 여인, 전등사
첫 목적지는 정족산 전등사다. 절은 삼랑성 안에 들어앉아 있다. 둘레 약 2.3㎞의 돌로 쌓은 성인데, 단군이 세 아들에게 쌓게 했다는 전설이 얹혀 있다. 동문으로 들어가 성벽을 따라 걸으면 나무 사이로 서해가 드문드문 보인다. 길은 평탄하다.
전등사는 서기 381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 아도화상이 세운 진종사에서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이름은 1282년 충렬왕비 정화궁주가 옥으로 만든 등을 시주하면서 붙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소개되기도 한다. 16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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