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평양 연안 11개국의 장관들이 악수하고 있다. 이날 11개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공식 서명했다. 사진 AP 연합뉴스
3월 8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평양 연안 11개국의 장관들이 악수하고 있다. 이날 11개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공식 서명했다. 사진 AP 연합뉴스

한국은 전자, 자동차, 철강 등의 분야에서 일본과 경합 중이다. 이런 한국이 일본보다 확실하게 앞섰다고 말할 수 있는 강점이 있었다.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 두 번째 경제 대국 중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동아시아국가연합(ASEAN), 호주, 캐나다 등과 FTA를 체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홈페이지에서 ‘FTA 강국, KOREA’라고 소개하고 있다. FTA가 체결되면 제품을 수출할 때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관세가 부과되는 일본 제품에 비해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FTA를 속속 체결하는 한국은 일본 기업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0년 기사에서 “한국은 적극적으로 FTA 교섭을 추진해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의 점유율을 빼앗는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라며 “일본 기업이 미국·EU 등 주요국·지역에 지불하는 관세액은 연간 2조엔을 웃돈다. FTA 교섭이 계속 지체되면 일본의 수출 경쟁력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2015년 일본은 FTA 체결 경쟁에서 한 번에 한국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전격 타결됐다. 2008년 미국의 참여로 본격화된 TPP 협상이 7년간의 진통 끝에 일단락된 것이다. 이대로만 진행됐으면 EU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단일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할 뻔했다. 한국이 지금까지 쌓아 온 FTA를 능가하는 일본의 묘수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한국 정부는 한·중 FTA 체결에 치중했고, TPP 협상엔 불참했다. 늦게라도 TPP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일본의 노력은 빛이 바랬다.


10조달러 관세 장벽 철폐 효과

TPP에서 미국이 이탈한 가운데 잔류한 일본·캐나다·멕시코·페루·칠레·뉴질랜드·호주·브루나이·베트남·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은 지난 3월 다자간 무역협정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서명했다. CPTPP는 여러 나라가 동시에 참여해 ‘메가 FTA’로도 불린다. 이들 11개국의 역내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12.9%, 교역 규모는 14.9%다. 역내 인구는 5억명이며, 약 10조달러의 관세 장벽 철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PTPP는 기존에 추진되던 TPP에 비해 미국이 빠져 힘은 떨어졌지만, 무역규제가 사라지고 투자 기회가 늘어나 11개국의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일본이 체결을 주도하면서 FTA 열등생에서 ‘우등생’으로 부상했다는 의의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얼마 전 “더 나은 협상으로 조건이 좋아진다면 TPP를 다시 할 수 있다”라며 미국의 재가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CPTPP는 이르면 내년에 발효된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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