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군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설악산(사진)에‘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이다. 사진 연합뉴스
강원도 양양군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설악산(사진)에‘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이다. 사진 연합뉴스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국내 명산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서울 근교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북한산은 가벼운 차림으로 물병 하나 손에 들고트레킹을 즐기는 외국인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된 지 오래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의 산은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고, 경관이 훌륭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자연을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많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방문 선택 시 고려 요인(중복 응답)으로 ‘쇼핑(62.2%)’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음식·미식 탐방(52.8%)’ ‘자연 풍경(36.4%)’ 순이었다. 자연 풍경을 고려 요인으로 꼽은 비율은 2016년 43.2%에서 지난해 36.4%로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00만 명을 넘겼지만, 그중에서 국립공원을 방문한 인원은 100만 명 정도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국립공원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인프라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이와 관련해 케이블카 설치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국 1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경제 발전과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관광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환경 파괴 등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산지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환경부의 자연공원법에 따른 공원계획변경, 환경영향평가, 문화재현상변경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케이블카가 경관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변우혁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명예교수는 “수천 개의 케이블카가 있다고 해서 알프스를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케이블카가 생태계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이 등산로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비하면 오히려 적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탐방객이 산을 밟고 지나가면서 생기는 답압(밟는 압력)이 등산로와 등산로 주변을 훼손시킨다는 설명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은 74개 등산로 외에 365개의 샛길이 만들어져 605개 구역으로 나뉘었고, 사람의 접근이 늘어난 만큼 환경도 피폐해졌다. 설악산 오색~대청봉 구간은 하루 최고 2만~3만 명의 탐방객이 오르내려 등산로가 뭉개지고 주변 식생이 파괴되고 있다. 다른 국립공원의 정상부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심각하게 훼손됐던 설악산 권금성 등산로는 1971년 케이블카가 들어선 뒤 이용이 줄어들면서 자연 식생을 되찾았다. 세계적 자연 유산인 호주 케언스국립공원의 스카이레일 케이블카는 7.5㎞ 구간에 걸쳐 35개 타워를 세워 만들어졌다. 케이블카 바닥이 투명해 열대우림의 장관을 공중에서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케이블카 운행으로 관광 수입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에 설치된 약 2600개의 케이블카는 연간 6600만 명이 이용한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1조원에 달한다. 스위스도 2470개 케이블카를 운영해 97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정상 정복형’ 탐방문화를 ‘정상 조망형’으로 바꾸면 국립공원 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정상 조망형 탐방은 가장 높은 봉우리인 ‘주봉’을 바라볼 수 있는 중간 지점에서 정상을 바라보며 경관을 감상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 명산인 프랑스 몽블랑, 이탈리아 돌로마이트, 스위스 융프라우 등에서 인기 있는 감상법이다. 케이블카 도착지를 정상에 두지 않고 중간 지점에 설치하면 정상을 보존하면서 멀리서 바라보는 조망형 탐방이 가능해진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국내 산은 역사적, 경관적, 지리적 가치 등 팔색조 매력을 지니고 있다”며 “이 산들을 ‘K-팝(한국의 대중음악)’처럼 ‘K-마운틴’으로 브랜드화하고 인프라를 보강하면 충분히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악열차도 고려해야

산악 관광지 개발을 위해 케이블카 외에 산악열차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스위스 융프라우나 중국 황산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가 없다면 지금처럼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지 않을 것”이라며 “산지가 3분의 2인 한국에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케이블카나 산악열차를 설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미 훌륭하게 잘 갖춰진 한국의 자연환경을 외국에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현재 세계 관광 업계에선 여행지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전략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를 지닌 국내 명소를 외국인이 접근하기 쉬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채널 등에 적절하게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lus point

길거리 음식, 찜질방 체험 인기

길거리 음식을 먹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사진 한국관광공사
길거리 음식을 먹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말 서울 명동 거리를 거닐다 보면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띈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인 명동은 쇼핑의 메카일 뿐만 아니라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다. 명동 거리는 여기저기서 새우튀김, 회오리 감자, 달걀빵, 추로스, 크레이프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맛보는 외국인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한국관광공사가 2016년 실시한 ‘외국인이 선호하는 체험관광’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체험활동은 ‘길거리 음식(54.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한옥 체험, 전통시장 체험, 찜질방 체험순이었다.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로 주목받은 야식문화(배달) 체험과 치맥(치킨+맥주) 체험은 각각 18위, 32위에 올랐다.

영어권 관광객은 길거리 음식·고궁·전통시장 체험을 선호하는 반면, 일본인은 한옥 체험, 일출·일몰 감상, 한방 검진 체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인은 한복 체험, 길거리 음식, 한옥 체험을, 홍콩·대만인은 한복 체험, 겨울 스포츠, 찜질방 체험순으로 선호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 체험할 수 있는 활동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역 대표 관광 콘텐츠를 육성해 외국인 개별 관광객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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