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한 257만7800명을 기록했다. 사진은 8월 17일 일본 도쿄에 있는 관광 명소 아사쿠사(浅草)의 기념품 가게 거리다. 사진 블룸버그
8월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한 257만7800명을 기록했다. 사진은 8월 17일 일본 도쿄에 있는 관광 명소 아사쿠사(浅草)의 기념품 가게 거리다. 사진 블룸버그

“2020년 4000만 명, 2030년 6000만 명 입국.” 2016년 3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의장으로 있는 ‘관광입국(觀光立國) 추진 각료회의’가 내세운 야심 찬 목표다. ‘2020 도쿄 올림픽’ 개최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이 일본에서 8조엔(약 80조원)을 쓰고 가게 하겠다는 의미다.

그로부터 2년 6개월이 흐른 지금, 일본 정부는 목표에 근접해 가고 있다. 9월 19일 일본정부관광국(日本政府観光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8월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2130만8900명을 기록,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6%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역대 최단기간 연간 누적 관광객 2000만 명을 돌파한 것이다. 작년(1~9월)보다 한 달 앞당겨졌다. 일본 언론은 이 기세로 올해 3000만 명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경제·산업 대국 일본이 이제는 관광 대국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한때 한국에 뒤처져 있던 일본 관광객 수가 역전에 성공한 지 오래다.

한국은 2009년에서 2014년 사이,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일본을 앞서 나갔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던 2011년엔 두 나라 간 관광객 격차가 약 358만 명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6년간 누렸던 ‘관광 호(好)시절’은 2015년 일본이 한국을 추월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이후 두 나라의 외국인 관광객 수 차이는 급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2015년 약 650만 명 앞서나가던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다음 해인 2016년 679만 명, 2017년 1535만 명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올해 1~7월 기준, 벌써 1025만 명 이상 차이 나고 있다.

관광객 수 차이가 커지는 만큼 이들이 관광지에서 지출하는 소비 규모의 격차도 커졌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작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쓴 돈은 341억달러로 2010년(132억달러)보다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쓴 돈은 같은 기간 103억달러에서 134억달러로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푸른 바다와 끝없이 펼쳐지는 백사장, 파도를 타고 서핑을 즐기는 구릿빛 피부의 서퍼들. ‘동양의 하와이’로 관광객을 유치하던 일본 남서쪽의 섬 오키나와가 이제는 하와이의 명성을 넘보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17년 오키나와를 방문한 관광객이 939만6200명을 기록, 같은 기간 처음으로 하와이(938만2986명)를 넘어섰다.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의 행선지는 한국과 달리 고르게 분포돼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림 지역 ‘두메산골’에까지도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다. 실제로 2017년 기준 3대 도시(도쿄·오사카·나고야)가 있는 8개 도·부·현(도쿄·가나가와·지바·사이타마·아이치·오사카·교토·효고)을 제외한 지역 외국인 관광객 점유율은 40.9%를 기록했다. 5년 전보다 8.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의 발걸음은 여전히 서울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한 지역 1위(중복 응답 가능)는 ‘서울’로 78.8%를 기록했다. 경기·부산·제주(10~15%)가 그 뒤를 이어 수도권이나 제주도로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

이 모든 것은 2013년 아베 총리가 재집권한 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 주도로 관광 산업을 육성한 덕분이다. ‘관광입국’을 통해 외국인을 유입시켜 줄어드는 내수를 충당하겠다는 목표로, 일본 정부는 외국인 입국 문턱을 낮추고 관광 인프라를 정비하는 등의 ‘액션 플랜’을 실시했다. 여기에 엔저(円低) 흐름도 한몫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국제선 착륙료 면제 등 지방 공항 노선 취항을 지원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의 진출이 증가했다. 국내 LCC 항공사 가운데 일본 노선을 가장 많이 운영하는 티웨이항공은 현재 구마모토, 나고야, 사가, 오이타, 오키나와, 기타큐슈 등 총 10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또 지난해 일본 재외 공관의 비자 발급 건수는 전년보다 9.1% 증가한 587만 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덕분에 일본은 유럽의 관광 대국 아성을 넘보고 있다. 2017년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연간 관광객 수 2000만 명을 넘긴 15개 국가 중 전년 대비 증가율이 일본(19.4%)을 뛰어넘은 국가는 터키(24.1%)와 태국(29.1%)뿐이었다. 유럽 관광 대국인 프랑스(5.1%), 스페인(8.6%), 이탈리아(11.2%)의 증가율은 일본에 미치지 못했다. 관광객 수로만 따지면 일본은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지중해의 중심지 그리스를 이미 뛰어넘었다.

그런데 일본 관광 입국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다. 해마다 찾아오는 각종 자연재해다. 실제로 9월 4일엔 태풍 ‘제비’가 일본 열도로 북상하면서 간사이공항이 폐쇄됐다. 그에 앞선 6월에는 오사카 지진, 7월에는 220명이 사망한 기록적 폭우도 있었다. 이 영향으로 7월과 8월 일본의 해외 관광객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6%, 4.1%를 기록했다. 상반기 9.0~23.3%를 기록했던 것과 대비된다.


plus point

제주도 면적 절반 안 되는 싱가포르 外人 방문객 비결은 ‘MICE 산업’

싱가포르는 지난 6·12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장소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한국과 싱가포르의 연간 입국 외국인 방문객은 1300만명대로 비슷하다. 제주도 면적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국가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배경은 바로 MICE(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 ·전시) 산업 덕분이다.

국제협회연합(UIA)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지난해 국제행사를 877차례 개최해 벨기에 브뤼셀(763회), 서울(688회), 도쿄(269회) 등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그 결과 싱가포르 인구(561만 명)의 두 배가 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 UNWTO에 따르면 이들이 체류 중에 쓰고 간 돈은 197억달러에 이른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미 40년 대계(大計)를 갖고 MICE 산업을 육성했다. 정부 주도로 국제 행사 유치 활동, 인프라 정비에 나섰다. MICE 산업 1위 계획에 따라 생긴 건물이 오늘날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마리나 베이 샌즈’, 초대형 식물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등이다. 2008년부터는 자동차 경기인 ‘포뮬러 원(F1)’의 그랑프리 경기를 유치해 매년 개최하고 있다.

송현 기자, 이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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