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서울대 치의과대, 삼성의료원·푸르메치과재단 치과의사, 1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이승건
서울대 치의과대, 삼성의료원·푸르메치과재단 치과의사, 1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간편송금 앱 ‘토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스타트업(Start-up·초기 벤처기업) 비바리퍼블리카는 창업 4년째인 올해 기업 가치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토스는 상대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지문 또는 비밀번호 인증만으로 돈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2015년 2월 서비스 시작 후 올해 10월 말까지 누적 다운로드는 2100만 건, 회원은 1000만 명을 기록했다. 이용자들이 토스 앱을 통해 송금한 누적액은 26조원, 건수는 4억3000만 건에 달한다. 20·30대가 고객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한다.

이승건(36)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창업을 준비할 때만 해도 외부에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토스의 사업 방식은 은행과 제휴해 그들의 송금망을 이용해야만 실현 가능한 모델인데, ‘보수적인 시중은행이 작은 스타트업과 제휴해 송금망을 열어줄 리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꼭 3년 4개월 만인 2018년 6월, 비바리퍼블리카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세콰이어 차이나로부터 44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대표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지난 6월 기업 가치를 1조원에 가깝게 평가받았고, 올해 안에 이를 넘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전에 페이팔,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까지 합치면 비바리퍼블리카의 누적 투자액은 1300억원에 달한다. 토스와 제휴한 금융사는 27개로, 유수의 대형 IT 기업들이 도전하고 있는 간편송금 업권에서 제휴사가 가장 많다.

금융권과 스타트업계도 비바리퍼블리카가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회사)’ 등극을 앞둔 것에 고무돼 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척박한 사업 환경을 이겨내고 거둔 놀라운 성과가 핀테크(FinTech·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는 물론 금융 업계 전체에 좋은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금융 산업은 ‘무겁고’ 보수적이다. 수백조원대 자산의 거대 금융지주사들이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내고 “한국은 금융 부문에서 신기술이나 혁신적 금융 기법이 나오기 어렵다”면서 “수십 년간 혁신의 의지를 상실한 기존 독과점적 금융권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그 어떤 다이내믹스(역동성)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제 토스를 비롯한 소수의 핀테크 스타트업은 창업 3~7년간의 ‘데스 밸리(죽음의 계곡)’ 기간을 이겨내고 성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이 대표는 토스 앱을 기획하던 당시 “현재의 불편한 상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서 “소비자가 깜짝 놀랄 만한 경험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이를 구현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토스가 소비자에게 ‘미친 만족감’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를 서울 강남구 비바리퍼블리카 본사에서 만났다.


1│고객의 ‘미친 만족감’에 집착

‘미친 만족감’을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창업 초기 우리는 돈이 없었다. ‘토스’의 브랜드 파워는 기존 금융권에 비하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고객이 우리를 신뢰하기 어려운 것도 당연했다. 토스가 살아남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한 번이라도 우리 서비스를 접해본 고객에게 ‘진짜 대박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라고 느낄 만큼 ‘미친 만족감’을 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소비자들이 ‘토스는 기존 금융회사와 달라. 쓰기 더 편해. 고객을 더 생각해’라고 생각해주지 않는 순간, 언제든 사업이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토스 서비스의 개선점을 계속 찾고 있나.
“물론이다. 소비자가 더 편리하게 송금할 수 있도록 해줄 요소가 훨씬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엔 계좌번호 없이 송금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 난 계좌번호를 못 외운다. 전화번호도 못 외우는 세상인데 계좌번호처럼 긴 숫자를 외워 입력하는 건 무리 아닌가? 나와 상대가 모두 토스를 쓴다면 휴대전화번호만으로 돈을 보내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상대가 토스를 쓰지 않는다면 계좌번호가 필요하다. 전화번호나 계좌번호가 없어도 송금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토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기존 금융회사와 다른 점은.
“우리는 금융 상품을 개발하는 기존 금융회사와는 다른 ‘금융 서비스 회사’다. 제조업으로 치면 ‘제조회사’가 기존 금융회사이고, 우리는 이를 유통시키는 플랫폼 기업이다. 다양한 금융회사가 개발한 상품들 중 사용자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그래서 송금뿐 아니라 ‘보험·계좌 조회’ ‘신용등급 조회’ ‘해외 주식 투자’ ‘P2P 투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우리 앱에서 구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나 인터넷은행이 토스에 위협이 되지 않나. 라이벌로 생각하는 회사는.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카카오페이와 겹치는 영역은 송금 하나에 불과하다. ‘여기가 우리 경쟁사야’라고 뚜렷하게 생각하는 곳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참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 관계라면 서로 베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토스는 그냥 토스의 길을 갈 뿐이다. 특히 송금 분야는 압도적이라고 생각한다.”


2│규제 바꾸고 은행 문 열고…도전 연속

핀테크 창업은 규제와의 싸움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렇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이 사업을 해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받는 데만 1년이 걸렸다. 공인인증서 없는 간편한 송금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당시로써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다’는 말과 다를 게 없었다. 우리가 구현하는 간편송금은 법적으로 불법도, 합법도 아닌 회색지대에 있었다.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려면 금융위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규제를 바꿔 보자는 과감한 목표를 가지고 전진했다.”

규제를 바꾸는 건 작은 스타트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 아닌가.
“규제를 바꾸는 것은 사실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규제를 바꿨을 때 소비자 편익이 커진다는 게 명백하다면, 규제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규제를 바꾸는 첫 사업자는 혜택을 많이 보게 된다. 닫혔던 문이 열리는 ‘첫 순간’을 잡을 준비가 돼 있는 채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의 제휴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은행은 작은 스타트업이 사업 제휴하자고 접근하기가 정말 어려운 조직이다. 은행은 보통 규모가 큰 상장사가 아니면 상대해 주지 않는다. 그래도 2년 가까이 은행을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은행 임직원들도 ‘젊은 친구가 열심히 하는구나’하고 진정성을 봐준 것 같다. 내 아이디어가 은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납득시키는 데 주력했다.”

토스의 간편송금은 은행이 통신요금 등 정기 자동계좌이체에 사용하는 자동출금(CMS) 시스템을 이용해 구현한 것이다. 보험회사 등이 매달 고객의 은행 계좌에서 자동으로 돈을 빼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토스가 고객의 계좌에서 돈을 뺀 후, 실시간으로 지정한 다른 사람에게 송금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공인인증서 없이 비밀번호와 지문 인증으로 송금이 가능하다. 단, 이런 서비스를 하려면 은행과의 제휴가 필요하다. 이승건 대표가 비바리퍼블리카를 설립한 시점은 2013년 3월, 이후 토스 앱 출시는 2015년 2월이다. 은행과 제휴를 포함해 서비스 준비에만 2년이 걸렸다는 의미다.


3│이상론으로 시작한 치과의사의 도전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전남 목포에서 두 시간 배를 타고 가면 나오는 ‘암태도’에서 군 대체 복무를 하며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 전까지 치과의사로 돈은 많이 벌고 있었지만,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암태도에서는 의료 취약 계층을 도우면서, 남는 시간에 책을 아주 많이 읽었다. 그리고 역사와 위대한 사상가에 대해 공부했다. 세상을 바꾼 루소 같은 위대한 사상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이렇게 살다 죽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돈을 많이 버는 것,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더 행복할 것 같았다. 이를 위해 처음엔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정치가가 되더라도 세상을 못 바꿀 것 같았다. 그래서 차라리 기술 혁신으로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줄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금융 서비스가 불편하다는 것에 생각이 머물렀다. 경영 기술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데올로기적 생각으로 창업한 것이다. 회사 이름인 비바리퍼블리카는 ‘공화국 만세’라는 프랑스 혁명 당시 구호다. 프랑스 혁명을 통해 왕정을 공화국으로 바꾼 것만큼의 혁신적인 것을 만들자는 뜻이다.”

이 대표는 언뜻 봐도 180㎝가 훨씬 넘을 정도로 키가 컸다. 그는 휘적휘적 회사 안을 걸어다니면서 “세상의 여러 고통으로부터 사람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거대한 꿈을 꾸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치과를 그만둘 때 주변 반대는 없었나.
“없을 리가. 엄청나게 심했다. 아무도 공감하지 않았다. 부모님도 말렸다. 주변 사람들을 3~4개월간 설득해도 안 돼서, 그냥 내 맘대로 창업했다.”

그런데도 창업한 이유는.
“나는 어떻게 보면 혜택받은 사람이다. 자신의 안위를 벗어나 사회를 걱정할 수 있는 정신적,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내 삶이 내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인터넷 뱅킹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불편하긴 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다. 세상에 어쩔 수 없는 게 어딨나. 현재까지의 금융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두려움을 갖지 않은 채 대담한 상상을 한다면 금융 소비자들이 유례없는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향후 2~3년간의 목표는 뭔가.
“아직도 고객이 지점을 찾아가야만 이용할 수 있는 각종 금융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 소비자들의 99%는 돈을 빌리려면 은행 지점을 찾아간다. 신용대출이든 담보대출이든 가리지 않는다. 디지털 강국이라는 이름값이 무색하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금융이라는 산업의 본질은 ‘서로 주고받는 계약’에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는 영역이다. 대출뿐 아니라 보험 상품 가입, 입출금 계좌 개설 등 많은 금융 상품이 대면 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그리고 이런 대면 서비스를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개선하고 싶다.”


plus point

간편송금 앱 ‘토스’ 쓰는 법

‘토스’ 앱 캡처
‘토스’ 앱 캡처

스마트폰 앱 장터에서 ‘토스’ 앱을 다운로드한 후 계좌를 연결한다. 최초 1회 본인 인증을 해 놓으면 ▶금액 입력 ▶받는 사람 연락처 또는 계좌번호 입력 ▶암호·지문 인증 등 3단계를 거치면 바로 송금할 수 있다.

토스를 이용하면 간편송금 기능 외에도 보유한 은행·증권 계좌 잔액과 거래 내역을 조회할 수 있고, 신용등급 조회도 가능하다. 신한금융투자와 제휴한 CMA 계좌도 개설할 수 있는데, 돈을 하루만 맡겨도 연 1.2% 금리를 적용받는다. 또 부동산 소액투자(P2P 대출 투자), 가입한 보험·카드 상품 조회도 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해주는 금융기관을 찾아주는 대출 맞춤추천 서비스도 제공한다.

plus point

밀레니얼 세대와 토스
11시간 포털 ‘실검’ 오른 ‘토스 행운상자’

하지은 인턴기자

10월 24일 ‘토스 행운상자’라는 키워드가 포털 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상위 10위권에 11시간 동안 자리 잡고 있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이날 ‘토스 행운상자’라는 이벤트를 열어 비바리퍼블리카 웹사이트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는 사람에게 소액의 현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경품 이벤트가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11시간 동안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실시간 검색어는 같은 시간대 우리나라 사람의 관심도를 반영하는 주요 지표다. 주로 연예인, 정치인, 대기업, 범죄자 등의 잘 알려진 이름들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다. 이날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토스 이벤트에 참여해 현금을 받았다는 참여 후기가 줄줄이 올라왔다.

네이버 데이터랩의 ‘연령대별 실시간 검색어’를 살펴보면 10~30대 젊은층의 호응이 좋았다. ‘토스 행운상자’라는 검색어는 24일 오후 5~6시 기준 10대에서 1위, 20대에서는 2위까지 올라갔다. 토스 행운상자는 30대에서는 7위였고, 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토스 행운상자 이벤트가 전형적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 추구 성향에 들어맞은 마케팅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번 이벤트에서 10~9000원까지 소액의 당첨금을 지급했다. 대신 ‘꽝’은 없었다.

정혜주 HS애드 경영정보팀 박사는 “밀레니얼 세대는 확실한 보상이 따르는 소소한 재미나 행복을 찾는다”면서 “토스 행운상자 이벤트의 경우 스마트폰과 SNS가 밀레니얼 세대의 기호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만나 놀라운 파급력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서비스 개발·운영에 있어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결합) 스타트업 ‘보맵’의 창업자 류준우 대표는 “기존에 인슈어테크를 표방했던 서비스들은 결국엔 설계사를 만나서 보험가입, 보험금 청구 등을 하게 했다”면서 “보맵 앱을 만들때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에 맞게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보험 관련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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