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스 추아(C.S. Chua‧Chee Seong Chua)난양 공대 전기전자공학 학사, 필립스 소비자가전사업부 개발자, 퍼킨엘머 세일즈 매니저
시에스 추아(C.S. Chua‧Chee Seong Chua)
난양 공대 전기전자공학 학사, 필립스 소비자가전사업부 개발자, 퍼킨엘머 세일즈 매니저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이하 인피니언)는 차량용 반도체 선두 업체지만 안심할 수 없습니다. 자칫하다가는 변화에 뒤처질 수 있죠.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조직문화가 경직적이기 때문입니다. 인피니언의 기술자들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스타트업과 협력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은 6월 3일 미국 반도체 기업 사이프러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인피니언은 차량용 반도체 1위 기업이 됐다. 그러나 시에스 추아(C.S Chua) 인피니언 아시아·태평양 지역본사 대표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1위 기업도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규정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생산성과 속도 등 제품 기술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면 되지만, 자동차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는 고려할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반도체 종류가 워낙 많아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면 언제든 도태될 수 있다.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구성했다 하더라도 시장 변화에 발맞춰서 다른 반도체 업체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날 만난 추아 대표는 독일 본사 출장 일정 도중 인터뷰를 위해 전날 밤 싱가포르로 돌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피곤한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190㎝는 족히 되어 보이는 큰 키에 따뜻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2000년 8비트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마케팅 매니저로 인피니언에 입사했다. MCU는 자동차를 포함한 전자 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대표적 연산 칩이다. 추아 대표가 인피니언에 몸담은 지도 19년이 흘렀다. 그사이 8비트 MCU 시대가 저물고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32비트 MCU 시대가 왔다. 추아 대표에게 인피니언 1등 경쟁력의 비결과 차량용 반도체의 생태계에 대해 물었다.


‘선택과 집중’ 통해 알맞은 시장 공략해야

인피니언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한 비결이 무엇인가. R&D 투자 비용이 많기 때문인가.
“R&D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성공 전략은 ‘알맞은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인피니언은 차량용 반도체와 더불어 전력 반도체, 보안 반도체 부문으로 구성되는 포트폴리오를 수십 년째 유지하고 있다. 최근 각 제품군은 경계를 뛰어넘어 융합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는 전력·보안 분야의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세 부문에서 모두 강점이 있는 인피니언에 유리하다. 이렇게 알맞은 기술·제품 포트폴리오를 공략하고 비즈니스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 성장 비결의 핵심이다.”

어떤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하는가.
“인피니언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총가격은 대당 평균 352.75달러다. 그러나 친환경차 시대로 넘어가면 대당 700달러로 올라간다. 증가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전력 반도체다. 앞으로는 엔진 대신 배터리나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전기로 모터를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인피니언은 전력 반도체의 무게와 크기를 줄이면서 고속 충전이나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피니언은 전력 반도체를 개발할 뿐 아니라 생산도 한다. 친환경차 수요가 많아질수록 매출도 함께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기회를 노리는 전자 업체들이 많다. 인피니언도 이 분야를 포함해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 있나.
“인포테인먼트는 여태까지 인피니언의 주 관심사가 아니었다. GPS, 라디오, DVD플레이어 등의 기술은 인피니언의 주력 포트폴리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가 네트워크를 통해 바깥세상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보안 솔루션을 인포테인먼트에 적용하는 것이 주 관심사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해커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보안 기술을 강화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능 만들려면 ‘창의성’이 가장 중요

포트폴리오를 신기술 트렌드에 맞춰 구성하려면 ‘창의성’이 중요할 것 같다.
“정확하다. 창의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용도를 고려해서 제작한다. 반도체 제품이 어떤 기능을 갖춘 모듈에서 구현될 건지 설계 단계부터 생각하는 것이다. 같은 반도체라도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기술 등 쓰임새가 여러 가지다. 신기술 트렌드를 읽고, 반도체가 쓰일 수 있는 기술을 고민하고, 부품·완성차 업체 등 고객사에 먼저 제안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릴 것이다.”

인피니언은 어떻게 창의성을 추구하나.
“지난해 스타트업 네 곳과 인피니언 기술자가 협력하는 ‘코이노베이션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자전거 고속 충전, 무선 충전 등의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이다. 이 업체에 업무 공간, 인피니언 기술진의 자문, 반도체 칩을 제공한다. 해당 스타트업의 기술이 자동차에 탑재될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창의성이 넘친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조직 문화가 경직돼 있다. 우리 기술자들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모델을 고안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안전성 입증하려면 기존 주자들과 협력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할 때 주의할 점은.
“차량용 반도체는 품질이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 고객사들은 기술 안전성에 민감하다. 만약 차량에 문제가 생겨 리콜 사태가 벌어지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갑자기 자동차가 멈추면 어떻게 되겠나.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고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가전제품은 사용 중 작동이 멈춰도 안전에 치명적인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불량률이 200PPM(100만분의 200·1PPM은 100만분의 1) 이하면 충분하다. 하지만 자동차의 불량률은 1PPM보다 낮아야 하는데, 사실상 0%에 가까워야 한다.”

업계 진입 장벽이 높을 것 같다.
“업계에서 기술 안전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납품해 안전성을 검증받았는가가 중요하다. 검증되지 않은 신규 주자들은 납품에 어려움을 겪는다. 기업 규모도 중요하다. 자동차 회사들이 자사 차량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을 원하기 때문이다. 20~30년 이상 된 큰 기업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노하우가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고성능 칩을 개발하는 신규 주자들이 늘었는데.
“그 시장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생겨나고 있고, 여기에는 PC에 사용되는 만큼의 높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분은 새로운 업체들이 장점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 차량용 반도체 회사들은 고성능 프로세서를 만드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업체들도 인피니언과 같은 기존의 차량용 반도체 회사가 필요할 것이다. 만약 고성능 프로세서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칩으로 최소한의 수준에서 자동차가 움직이도록 하는, 신뢰도 높은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규 주자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과 더 긴밀하게 협업하는 것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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