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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배민마피아가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옛 직장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 뭉쳤다. 왼쪽부터 윤현준 부사장, 김수권 엑스트라이버 대표,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최정이 단추로끓인스프 대표, 이진복 올룰로 공동창업자.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7월 5일 저녁 6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장은빌딩 1층. 올림픽공원을 마주한 이곳의 랜드마크 빌딩이다. 이곳에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건물에 들어서면 보이는 한쪽 벽면이 ‘헐’ ‘효도하자’ ‘살찌는 것은 죄가 아니다’ 같은 재치있는 문구의 포스터로 가득차 있었다. 공간 곳곳에서 ‘배민스러움(배달의민족답다는 뜻)’이 느껴졌다.

2층 회의실에 하나 둘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얼마만이예요?” “여기까지 혹시 킥보드 타고 왔어?” “세탁하느라 늦은건 아니고?” 작은 공간은 오랜만에 만나 옛동료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로 가득찼다. 지금 하는 사업에 대해 농담섞인 질문을 건네다가 문을 열고 낯익은 얼굴이 나타나 무리에 합류할 때마다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잠시 후 열린 문 사이로 한 사람의 얼굴이 보이자 들뜬 분위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뿔테 안경에 민머리, 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그는 이 모임의 중심이자 우아한형제들의 수장인 김봉진 대표다.

지금은 회사도, 하는 일도 제각각인 이 사람들은 정확히 9년 전, 2010년 배민 앱을 함께 만들어낸 공동 창업자와 초창기 멤버들이다. 공교롭게도 김봉진 대표와 함께 회사를 만들었던 공동창업자를 비롯한 일부는 회사를 떠나 각자의 회사를 차렸다. 그런데도 이들은 서로 연락하며 도움을 주고 받고 필요할 때마다 만난다.

자리가 어느 정도 정돈되자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김봉진 대표는 이진복 올룰로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다가가 “킥고잉(올룰로가 운영하는 공유킥보드 서비스) 요즘 매일 타고 있어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김 대표는 이 CTO에게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이 근방에 다섯개나 되는데 택시를 타기도 애매하고 걸어가기에는 먼 거리”라며 “킥고잉 서비스와 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또 궁금했다는 듯 반대편에 있던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때 그건 어떻게 됐어요?” 두 사람은 한동안 낮은 목소리로 민 대표의 새로운 사업 모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식물성 고기요? 잘 생각했어요. 이번 접근법은 꽤 좋은걸요?” 김대표가 반색을 했다.

성과를 못 냈거나, 싸웠거나. 많은 벤처기업의 공동 창업자가 찢어지는 과정은 회사 시작 때만큼 아름답지는 못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다르다.

벤처·스타트업 신세대의 전형이다. 대표만 잘되거나 다 같이 망하는 과거 스타트업들의 성장사(史)와 달리, 회사를 나갈 때도 생산적인 관계가 유지되도록 서로 도와주고 끌어주는 ‘이상한’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임정욱 센터장은 배민을 두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봉진 대표는 함께 회사를 만들어나갔던 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찾아 떠난 것에 대해 “당연히 응원해야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대기업 어디 출신이다’라고 하면 알아주지 않았나. 옛 동료들이 나가서 역할을 한다는 것, 그리고 외부에서도 배민 출신을 알아준다는 것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그래서 요즘 이 사람들을 ‘배민마피아’라고 부른다. 모르는 사람들은 고작 10년 차인 이 회사에서 파생된 스타트업 업계 사람들을 ‘마피아’로 엮어 이른바 ‘페이팔마피아’나 ‘한국 벤처 1세대’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페이팔 출신들이 지금의 테슬라, 스페이스X, 유튜브, 링크드인을 만들었고, 다음·네이버·네오위즈를 만든 한국 벤처 1세대는 삼성, 현대차, LG 같은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때문이다.

배민은 2009년 ‘아이폰 혁명’으로 수많은 앱 개발 붐이 일었을 때 등장한 회사다. 2010년 ‘스마트폰용 전화번호부’에서 시작한 배민 서비스는 이후 배달 음식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20조원 음식 배달 시장을 활짝 열었다. 배민은 당시 서비스를 시작했던 이커머스 쿠팡, 위메프 등과 함께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김봉진 대표를 포함해 김수권(공동 창업가) 엑스트라이버 대표, 이진복(배민연구소장) 올룰로 최고기술책임자, 최정이(배민 투자유치 이사) 단추로끓인스프 대표, 조성우(배민프레시 대표) 의식주컴퍼니 대표, 민금채(배민쿡 기획자) 지구인컴퍼니 대표, 천세희(배민 운영 총괄 이사) 클래스 101 이사가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다.

이들은 배민에서 배운 경험을 가지고 제2의 배민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데 재밌게도 같이 움직인다. 그래서 이 10년차 스타트업 출신 창업자 모임은 신선하다.

마침 정부도 제2의 벤처붐을 만들겠다며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 분위기를 타고 지난해 신규 벤처 투자금 규모는 3조424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기록(1조4894억원)도 좋다. 하반기 투자금이 몰리는 벤처 투자 업계 분위기를 고려하면, 올해도 분위기가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적·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 배민마피아 같은 사례가 많아져야 하는 이유이자, ‘이코노미조선’이 배민마피아를 정의하는 키워드에 주목한 이유다.


키워드 1│압축 성장 체험이 성공 DNA로

지난해 12월 힐하우스캐피털·세콰이어캐피털·싱가포르투자청(GIC)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가치를 27억달러(약 3조원)로 평가했다. 한국 일곱 번째 유니콘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지난 10년간 배민의 성장은 끊임없는 위기 극복기로 풀어낼 수 있다. 2010년 배민이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배달 앱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김봉진 대표에 따르면 당시 비슷한 앱만 최소 30개에서 최대 100개에 달했다고 한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서비스 이름과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인기 앱으로 올라섰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2012년 독일계 자본까지 시장에 진입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를 극복할 배민의 전략은 최대한 많은 음식점을 등록해 사용자를 모으는 것이었다.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은 모두 거리로 나갔다. 길에 떨어진 전단을 주워 일일이 스캔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대동여지도 프로젝트’와 전국 맛집 정보를 수집하는 ‘팔만대장경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를 위해 당시 영업을 총괄했던 김수권 대표는 전국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배민 앱을 소개했고, 직원들은 아파트·경비실을 돌며 거리에 떨어진 배달 음식 전단을 일일이 수거해왔다. 이진복 CTO는 “초기 직원들의 발품이 없었다면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위기는 2015년에 닥쳤다. 가맹점주 수수료 폭리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 것이다. 배민은 주문자 대신 가맹점주로부터 받는 수수료에서 매출의 30%가량이 나오고 있었다. 이때 김봉진 대표는 ‘수수료 폐지’라는 초강수를 뒀다. 막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회사가 수익 모델을 포기하는 것은 내부와 투자자의 반발을 샀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것이 나중에는 입증됐다.

김 대표에게 배민에게 어려웠던 순간을 묻자 “매 순간을 이겨내며 성장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배민라이더스(맛집 음식 배달)’ 서비스 초창기 최정이 대표가 오토바이를 직접 운전하며 배달을 나서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모두 고생을 많이했던 분들”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런 압축 성장 과정에서 겪은 크고 작은 부침(浮沈)은 배민 출신 창업자들에게 큰 자산이 됐다. 배민마피아들이 배민에 재직하던 때는 회사가 로켓 성장하던 시점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특히 배민은 2014년 주문 300만 건을 돌파하며 경쟁사와 격차를 빠르게 벌려 나갔다. 앱에서 바로 주문을 완료할 수 있는 ‘바로결제시스템 도입’과 ‘400억원 규모의 골드만삭스 투자 유치’ ‘대대적인 TV 광고 집행’,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당시 투자 유치를 담당했던 최정이 대표는 “이때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바로결제시스템 도입을 주도해 배민의 수익 모델을 만들어낸 이진복 CTO도 “배민에서의 긍정적인 성공 경험이 내 DNA로 남아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배민은 온·오프라인 연계(O2O)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 중 하나다. 지금 시장 화두인 O2O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이 성공 경험 자체가 큰 자산이다. 임정욱 센터장은 “배민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구성원들은 많은 것을 경험했을 것”이라며 “최근 배민마피아가 두각을 보일 수 있는 이유이자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공 DNA는 배민마피아들에게 훈장이 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배민 출신’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투자를 수월하게 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천세희 클래스 101 이사는 “무(無)에서 유(有)를 일구어낸 경험은 흔치 않다”면서 “이 경험으로 성공의 가치를 알게 돼 두려움 없이 다시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워드 2│집요함×실행력

서비스 초창기부터 투자자들은 끈기와 실행력을 배민의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배민마피아들은 2014년 바로결제시스템 도입 순간을 잊지 못한다. 당시 콜센터 운영을 맡았던 천세희 이사는 “한마디로 회사가 아수라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전까지 배민의 서비스 이용 방식이 콜센터에서 전화로 주문자와 음식점을 연결하는 것이었다면, 바로결제시스템은 앱에서 주문자가 직접 메뉴를 선택해 결제까지 할 수 있게 한 기능이다. 전화하는 번거로움 대신 앱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편리한 기능을 도입하자, 주문이 밀려들었지만, 시스템은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결국 직원은 실시간으로 앱 주문을 파악해 음식점에 재차 전화로 주문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김수권 엑스트라이버 대표는 이 경험을 지금 회사에서 그대로 활용했다. 트립스토어는 여행사들이 내놓은 해외 패키지여행 상품을 한꺼번에 검색하고 비교·결제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인데, 여기에는 여행사 데이터 연동이 필수다. 산업에 갓 진입한 ‘초짜’ 여행 스타트업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김 대표는 배민에서 했던 것처럼 직원들과 함께 실시간으로 컴퓨터 앞에서 대기하며 앱 결제 내용을 수기로 처리했다. 그는 “전화·문자·앱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협조가 더뎠던 여행사 관계자들도 우리 실행력을 보고 놀랐다며 협력해줬다”고 했다.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도 배민에서 배운 집요함을 지금 서비스를 내놓는 데 적극 활용했다. 그가 구독 세탁 사업에 뛰어들기로 작정하고 지금의 회사를 설립한 것은 2018년 1월. 그런데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 출시는 지난 3월이었다. 그는 14개월 동안 고객을 ‘집요하게’ 연구했다. 서비스의 핵심인 ‘비대면’을 구현하는 세탁물 수거함을 만드는 데만 8개월이 걸렸다. 조 대표는 “무게·높이부터 바퀴, 수거함 재질까지 철저하게 고객 입장에서 실험하고 검증했다”고 했다.

지난 6월 공유 주방 브랜드 고스트키친을 연 최정이 대표도 비슷한 관점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2017년 법인을 설립한 후 2년 동안 배달 음식 전문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했다. 공유 주방 입주사 입장이 돼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다.


키워드 3│조직과 개인의 성장을 동시에

‘쫄지 마세요.’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대표는 창업 초기 김봉진 대표에게 받은 문자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차렸지만, 사업 진행은 예상보다 훨씬 더뎠다. ‘여기서 멈출까’라는 고민이 머릿속을 맴돌던 어느 날 아침, 메시지가 왔다. “위축되지 말고, 주눅들지 말고, 자신감과 자존심을 잃지 마세요.” ‘새벽형 인간’인 전(前) 직장 보스이자 창업 선배 김 대표가 아침 일찍 보낸 메시지는 오그라든 민 대표의 가슴을 펴게 했다.

배민 출신 창업자들은 창업의 원동력을 말할 때 이런 김 대표의 리더십을 빼놓지 않는다. 이들이 말하는 김 대표의 리더십은 조직의 성장만큼 조직원의 성장을 챙기고, 배민을 떠나더라도 도움을 주는 ‘선한 영향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평소에도 직원들에게 “평생직장은 없다, 최고가 돼 떠나라”는 충고를 자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자기 밥그릇을 먼저 챙기고, 인력 빼가기 등 손해를 참지 못하는 현재 우리 사회 정서와 대척점에 있다.

김 대표는 배민마피아들이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꾸준히 이들의 사업 멘토를 자청하고 나선다. 김수권 대표는 “투자부터 인사, 서비스 내용까지 사업과 관련해 남들에게 터놓기 힘든 이야기도 김 대표와는 격의 없이 주고받고 조언을 구한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배민마피아 모임에 꼭 참석하기 위해 (김 대표가) 급한 일정을 미루고 겨우 오는 길”이라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기자에게 “다른 분들도 따로 취재 진행하신거죠?” “자꾸 배민만 집중되면 안되는데” 등의 말도 건넸다. 옛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김 대표의 리더십이 인상적이었다.


plus point

기부·다독·다산왕 김봉진

김봉진 대표는 2017년 사재 100억원 기부를 약속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올해 3월, 그는 외식 배달업 종사자 중에 사고를 겪은 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사랑의열매에 20억원을 기부했다. 이 돈을 끝으로 100억원 기부 약속을 모두 지켰다. 사랑의열매에 낸 기부금 중 역대 1위 ‘기부왕’이다. 그는 당시 “나 정도가 개인 기부액으로 최고가 되는 것은 문제”라며 “더 많이 기부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독가로도 유명하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밝힌 최근 읽은 책 제목을 보면 ‘원칙’ ‘자크 아탈리, 등대’ 같은 무게감 있는 책부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같은 에세이까지 독서 폭이 넓다. 후천적 노력으로 독서를 하게 됐고, 이 습관을 통해 삶이 바뀌었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그는 우아한형제들 직원들의 도서 구입비를 무제한 지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봉진 대표는 다산왕이기도 하다. 그는 15세 큰딸, 12세 둘째 딸, 생후 5개월짜리 막둥이 아들을 키우는 삼남매의 아빠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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