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빈’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 15세 고등학교 1학년 이정수군. 그는 10대가 많이 쓰는 틱톡에 자신이 직접 투자한 거래 내역을 공개한다. 팔로어는 3771명. 국내외 주식 투자에 대해 조언해주는 ‘유빈투자증권’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 팔로어는 790명, 그가 개설한 같은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참여자는 540여 명이다. 그의 채널 이용자의 90%는 10대다. 이군은 세뱃돈 등 각종 용돈을 모아 100만원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약 5년 만에 투자금은 1500만원으로 늘어났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님께 2000만원을 증여받아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후 3500만원으로 주식을 투자한 셈인데, 현재까지 그의 수익률은 약 30%다. 그는 “앞으로 벌게 될 돈으로 집을 못 산다는 것은 10대도 안다”며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어른들의 말과 달리 우리 세대는 가장 접하기 쉬운 재테크 수단을 주식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달 은행을 찾아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1억원 가까이 늘렸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이 마감하는 새벽 4시 반에 잠들어 3시간만 자고 출근하는 날이 많다. 김씨는 “자금이 부족해 부동산 막차를 못 탄 불안함을 주식으로 달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60대 주부 조모씨. 그는 최근 동창들과 주식 투자하는 데 빠졌다. 친구들끼리 종목을 공유하고, 크게 욕심내지 않고 ‘하루 50만원만 벌자’는 마음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조씨는 “그동안 증권사에 위탁해 매매했지만, 직접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거래하니 재미있다”며 “종목을 공부하고 돈을 버니 생산성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최근 둘 이상만 모이면 빠질 수 없는 게 주식 이야기다. 주식 투자 광풍은 코로나19가 신호탄을 쐈다. 코스피지수는 감염 공포심이 확산한 3월 19일 1457.64로 바닥을 찍었다.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되지 않은 2월 초보다 30% 넘게 폭락한 것이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약 2개월 만인 5월 말 2000선을 회복했다. 9월 15일에는 2443.58을 기록, 3월 저점 대비 67%가량 올랐다. 눈여겨볼 점은 개인투자자가 1~8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51조4237억원가량 순매수하는 동안 외국인은 28조4533억원, 기관은 22조9426억원 순매도했다는 점이다. 결국 개인이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는 이야기다.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 대금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9월 거래 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0.5%로 올해 1월(64.0%)보다 16.5%포인트 늘었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들어와 있는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2월 말 31조2112억원에서 9월 15일 기준 56조6920억원으로 82%가량 급증했다. 9월 4일에는 투자자예탁금이 63조2581억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찍기도 했다. 돈을 빌려 투자하는 개미들도 많다. 신용거래융자는 2월 말 10조3726억원에서 9월 15일 17조5684억원으로 69% 급증했다. 빚을 낸 주식투자가 늘자 일부 증권사는 위험관리 차원에서 신규 신용융자 거래를 제한하기로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동학개미운동을 넘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운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화예금은 6월 845억3000만달러(약 99조2100억원), 7월 874억달러(약 102조5800억원), 8월 885억4000만달러(103조9200억원)로 세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화예금은 3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은행에 맡겨놓는 달러예탁금이 급증한 영향”이라고 했다.


주식시장 ‘하드 캐리’ MZ세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국내외 증시에서 주목할 점은 부모보다 더 가난한 첫 세대로 불리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04년생)’의 등장이다. 증권사별 집계를 보면 국내에서 상반기 신설된 주식 계좌 주인의 약 60~70%는 이들이다.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한국에 MZ세대가 이끄는 개미군단이 있다면, 미국에는 ‘로빈후더’, 중국에는 ‘청년부추’, 일본에는 ‘닌자개미’로 불리는 청년 개미들의 활약이 활발하다. 이들은 과거 위기 때 급락한 증시는 반드시 올랐다는 교훈을 통해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주식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들고 있다.

미국 증시를 달군 것은 로빈후더다. 로빈후드는 미국 젊은층이 즐겨 쓰는 수수료를 없앤 증권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인데, 미국 밀레니얼 세대 투자자들을 로빈후더라고 일컫는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코로나19 여파로 3월 23일 6860.67 저점을 기록했다. 2월 초(9273.40)보다 26% 폭락했다. 하지만 나스닥지수는 5월 중순 2개월 만에 하락분을 모두 만회하고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나스닥지수는 9월 2일 1만2056.44를 기록, 최고가를 찍었다. 여기에는 로빈후더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빈후드 가입자는 지난해 말 100만 명에서 현재 1300만 명으로 늘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SHCOMP)가 3월 23일 저점(2660.17) 이후 20% 이상 급등한 데에도 중국 개미 ‘청년부추’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부추는 윗부분을 잘라내도 금세 또 자라나는 부추와 같다는 의미로 중국 개인 투자자들에게 붙여진 별칭이다. 현지 중신증권은 7월 일평균 신규 계좌 개설 건수가 전달보다 30% 급증했는데, 이 중 많은 이가 ‘주링허우’로 불리는 1990년대생 청년층이라고 밝혔다. 궈타이쥔안증권도 6월 온라인 신규 계좌 개설 고객 중 가장 많은 30%가 20대인 주링허우였다고 했다.


풀린 유동성 갈 곳은 주식시장뿐

그렇다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실물 경제는 경고음을 내고 있는데 왜 전 세계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을까. 우선 각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며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돈)을 풀었고, 해당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영향이 크다. 특히 한국의 경우 현재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0%대인 상황에서 개인은 1억원을 은행에 예금해봐야 연 100만원도 받기 어렵다. 예금으로 자산을 크게 늘릴 수 없다는 의미다.

부동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자산을 정리하는 사람은 주식 외에 해당 자금을 재투자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고 말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서도 집을 마련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더는 저축만으로 집을 살 수 없다고 판단, 주식 투자가 유일한 자산 증식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밀레니얼의 재무 목표 최우선 순위는 ‘주택 구입을 위한 재원 마련’ ‘은퇴자산 축적’”이라며 “이들은 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해 5~10%의 중고 수익을 추구하며 직접투자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코노미조선’은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급등한 증시가 버블(거품)인지, 불마켓(강세장)의 신호탄인지 진단해봤다.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는 진격의 개미군단도 들여다봤다. 이들은 지난해 KT&G, SK텔레콤, 이마트 등 내수주 위주의 경기 방어주를 주로 사들였는데, 올해는 SK하이닉스, 카카오, 네이버 등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는 테크주를 대거 매입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주식시장에 대해 조금의 힌트라도 얻기 위해 국내 전문가는 물론 세계적인 투자 구루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핌코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J. 실러 예일대 교수의 조언을 들어봤다.

안상희·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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