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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는 각 산지와 농장만의 개성 있는 향과 맛을 특징으로 한다. 사진은 콜롬비아의 한 커피 농장에서 수확된 생두. 사진 블룸버그

대형 체인점 위주로 성장한 커피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 체인점에서 천편일률적인 커피를 마시던 소비자가 개인 취향에 따라 원산지를 골라 그 지역 특유의 커피 맛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성수동 서울숲에 위치한 ‘센터커피’. 국내 커피 애호가들의 핫 플레이스다. 기존 대형 커피 체인점에서 판매하는 맛과 향이 비슷한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과테말라 게이샤, 콜롬비아 버번 등 원산지에 따라 각기 다른 커피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테말라 게이샤는 과일에서 느낄 수 있는 신맛 등 복합적인 맛과 향이 강하고, 콜롬비아 버번은 부드럽고 단맛이 좋다. 센터커피 관계자는 “생두를 현지에서 직접 사가지고 와서 제조해 판매하기 때문에 판매하는 커피의 종류가 수시로 바뀐다”며 “생두는 1년 안에 소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에서 취급하는 커피는 모두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에 속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일반 커피와 달리 특수하고 이상적인 기후에서 재배되며 생산지에 따라 개성 있는 풍미를 지닌 고품질 커피를 뜻한다. 생산지, 재배 방법은 물론 가공, 로스팅(생두에 열을 가해 볶는 것으로 커피 특유의 맛과 향을 생성하는 공정), 추출 등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가 정한 기준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100점 만점에서 80점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 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원두 본연의 풍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갈아낸 원두와 물만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핸드 드립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기존 커피는 에스프레소(빠르게 추출하는 커피란 뜻으로 아메리카노의 베이스) 기계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압축된 공기로 커피액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저렴한 원두 맛을 감추기 위해 강한 불에 볶아 쓴맛을 강조하기도 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원두를 천천히 우려내면서 생산지 특유의 커피 맛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일반 커피보다 가격이 2~3배 비싸고,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러나 소비자 개인 취향에 맞춘 커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객 만족도가 높다.

스페셜티 커피는 2000년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인 미국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다.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 체인점의 커피와 차별화된, 커피 생산지 고유의 향과 개성을 살리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미국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메트로폴리스의 제프 드레이퍼스 대표는 이런 트렌드를 “커피 시장의 제3 물결”이라고 설명했다. 값싼 인스턴트 제품이 주도하던 시대를 지나 1970년대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 체인점이 주도한 커피 시장의 제2 물결 이후 개인 취향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는 스페셜티 커피 붐(제3 물결)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인텔리젠시아, 스텀프타운, 블루보틀, 사이트글라스 등이 이끌고 있다. 이 중 ‘커피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이 눈에 띈다. 블루보틀은 품질 좋은 원두를 주문받은 즉시 갈아 정성스럽게 내리는 핸드 드립 방식을 내세우며 성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형 커피 체인점의) 획일화된 맛의 커피에 질린 소비자들이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전체 커피 시장에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의 점유율은 15~20% 수준이다. 점유율이 그리 높지는 않다. 하지만 젊은층일수록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 규모가 지난해 230억달러(약 24조5000억원)를 기록했고, 5년 뒤인 2022년에는 280억달러(약 30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초기 단계

한국은 2014년부터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형성됐다. 당시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 중심이었기 때문에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그러나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품질의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는 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그중 스타벅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스타벅스는 2014년부터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 매장 수만 71개에 달한다. 이 밖에 할리스커피(할리스 커피클럽), 탐앤탐스(탐앤탐스 블랙), 이디야(이디야 랩) 등도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커피, 커피 리브레 등 소규모 커피 전문점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국내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초기 단계이고 이후 성장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사업적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 때문이다. 우선 해외에서 신선한 생두를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또한 로스팅은 물론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야 하는데, 이는 에스프레소 커피와 달리 전문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만 생산지마다 고유의 커피 맛과 향을 낼 수 있는데, 제조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신혜경 전주기전대학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교수는 “스페셜티 커피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높은 비용과 전문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양쪽 중 어느 한쪽만 모자라도 소비자에게 실망을 안겨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스페셜티 커피 평가하는 7가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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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메인 홈페이지. 사진 SCAA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는 7가지 기준을 두고 스페셜티 커피를 평가한다.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위 무게당 결점두(결함이 있는 생두) 수가 적고, 고유의 향미와 개성이 뛰어나야 한다. 둘째, 재배 지역의 고도, 기후, 토질이 커피 생산에 적합해야 하고, 숙련자에 의해 수확돼야 한다. 셋째, 고지대에서 재배된 아라비카종이어야 한다. 아라비카는 브라질, 콜롬비아, 중앙아메리카,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 재배되는 카네포라(로부스타)종은 가격이 저렴하고 향미가 단조로워서 주로 인스턴트 커피, 캔 커피를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넷째, 생산과 수확, 가공, 선별, 유통 과정 전체가 제대로 관리돼야 한다. 다섯째, 고유의 향과 개성이 발현되도록 로스팅하고 원두를 신선한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여섯째, 숙련된 바리스타가 적절한 기구를 사용해 추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커피 향미의 70%는 원재료인 생두의 품질에서 결정되고 나머지 30%는 로스팅과 추출 과정의 영향을 받는다. 마지막으로는 생두의 공급이 원활하고 항상 균일한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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