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리하우스 대전점 전시공간. 사진 한샘
한샘리하우스 대전점 전시공간. 사진 한샘

한샘은 1970년 부엌가구회사로 시작했다. 당시 한국엔 아파트가 막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였고, 많은 집의 부엌엔 아직 아궁이가 있었다. 쪼그려 앉아 일해야 하는 부엌을 서서 일할 수 있는 입식주방으로 바꾸자는 게 한샘의 꿈이었다. 1997년, 한샘은 부엌에서 나와 거실·침실·서재로 진출했다. 종합가구업체가 된 한샘은 침대, 소파, 옷장, 수납장, 테이블, 조명과 인테리어 소품 등 집을 꾸밀 수 있는 거의 모든 제품을 내놓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01년 한샘은 국내 1위 가구업체가 됐다.

최근엔 ‘한샘리하우스’라는 브랜드로 집 전체의 인테리어를 통째로 파는 ‘토털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다. 부엌·욕실·거실·침실·서재 등 집 안 모든 곳의 창호와 조명, 벽지, 가구 배치 등 전반적인 인테리어를 제안하고 고객의 의사에 맞춰 시공까지 끝내는 사업이다. 집 내부를 리모델링하고 싶은 고객이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정보를 모으고 자재를 선택하는 불편함 없이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한샘은 ‘한샘리하우스’에서 41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객이 직접 리모델링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495~1322㎡(150~400평) 규모의 한샘리하우스 전시장을 전국 단위로 확대 운영하고, 시공 부문에선 ‘원스톱 오더’ 서비스를 강화했다. 지난 2월엔 용산 아이파크몰에 ‘한샘 디자인파크’를 열어 대규모 인테리어·건자재 유통 시스템을 갖췄다.

많은 인테리어 관련 기업이 한샘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페인트, PVC 창호 등 건자재를 판매하는 KCC는 토털 인테리어 브랜드 ‘홈씨씨인테리어’를 2007년 출시했다. 2015년 홈씨씨인테리어 매출액은 1800억원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역시 리모델링 설계부터 시공, 애프터서비스까지 인테리어와 관련된 서비스를 묶어서 제공한다.

국내 1위 욕실 기기 기업 대림바스도 올해 2월 ‘대림디움’이라는 브랜드로 토털 인테리어 시장에 참여했다. 대림바스는 주로 위생도기(변기), 타일, 수전(수도꼭지) 등을 판매해 왔다. 기자간담회에서 강태식 대림바스 대표는 “인테리어와 홈퍼니싱 수요가 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강점이 있는 욕실 리모델링에서 시작해 주방, 도어, 마루 등 시공성 인테리어와 창호나 조명 등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등 건축자재를 판매하는 유진기업도 2016년 6월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홈데이’로 시장에 진입했다. 홈데이는 현재 서울 목동·잠실, 경기도 고양시에 대형 매장을 출점했다. 인테리어와 리모델링에 관한 상담부터 시공까지 한곳에서 상담할 수 있다.

LG하우시스는 ‘지인’이라는 브랜드로 토털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다. 2014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연면적 1690㎡(약 511평) 규모의 복합 문화 공간 ‘지인스퀘어’를 열었다. LG하우시스의 다양한 제품을 둘러보고 인테리어 자재 상담, 디자인 제안, 시공업체 연결 등 인테리어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제품도 함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日 건자재 업체, 리모델링 사업 강화

국내 기업들이 기존의 사업 영역을 넘어 집 안 모든 곳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 것은 해외 사례에 비춰보면 자연스럽다. 일본에선 위생도기 기업 토토(TOTO)와 건자재 기업 릭실(LIXIL)이 오래 전부터 토털 인테리어 시장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 도쿄의 릭실 쇼룸에서 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일본 도쿄의 릭실 쇼룸에서 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토토는 2002년 마루 업체 ‘다이켄(DAIKEN)’, 섀시 업체 ‘YKK ap’와 업무 제휴를 맺고 리모델링 전문 업체를 설립했다. 건축자재업체 간의 전략적 협업이었다. 토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하리모토 구니오(張本邦雄) 당시 사장(현 회장)은 매출액을 늘리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리모델링 사업을 강화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영업기획부장으로 있으면서 리모델링 사업 확대 가능성을 연구했다. 미국 주택 시장에서 리모델링으로 주택의 가치를 높이는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일본에서도 기존 주택의 리모델링 사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노후 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고객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고치고 싶어하는 곳은 화장실, 욕실, 주방이어서 위생도기와 수전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토토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5월엔 ‘안심 리모델링 전략’을 발표했다. 고객이 리모델링 진행 방법이나 리모델링 후의 애프터서비스까지 언제라도 상담할 수 있도록 했고, 리모델링 방법이나 수순 등의 정보를 인터넷에서 알기 쉽도록 제공한다. 또 토토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기준을 넘는 인테리어 시공 업체 5000개 점포를 네트워크로 묶어 고객이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도록 했다.

릭실은 일본 최대 건축자재 회사다. 미국의 유명 위생도기 업체 ‘아메리칸 스탠더드(American Standard)’도 이 회사가 인수했다. 섀시, 인테리어 자재 등 집 안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제품을 생산한다. 릭실도 일본 시장에선 리모델링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에선 고령화 때문에 주택 신축이 감소하고, 대신 노후 주택은 증가해 리모델링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plus point

다음 격전지는 ‘스마트홈’

인테리어 ‘패키지’에 이어 기업들이 맞붙을 시장은 ‘스마트홈’이다.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해 온도와 습도, 바람의 세기, 외부 날씨와 집 내부 미세먼지 농도 등을 감지해 난방과 냉방, 공기청정기 가동, 블라인드 작동 등 모든 것이 컴퓨터로 자동 처리되는 집에 관련된 사업이다.

이영식 한샘 사장은 ‘이코노미조선’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에 슬립 센서 기능이 내장된 침대 매트리스, 침실 공간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 주인의 생활리듬에 맞춰 평소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되면 조도가 자동적으로 조절돼 조명이 어두워지고, 가장 편한 태아 자세로 잠들 수 있도록 침대가 변형됐다가 아침에 다시 펴지는 식의 침대를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집 주인이 가장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온도와 습도를 분석해 자동적으로 방 안 공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가구에 IT 기술이 융합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전업체도 스마트홈 시장에 뛰어들었다.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한샘과 KCC 등 가구·인테리어 업체, 삼성전자와 대유위니아·위닉스·필립스라이팅 등 가전업체, LH공사와 SH공사 등 건설사가 손잡고 ‘스마트 인테리어 포럼’을 이달 중 발족할 예정이다. IoT 기술을 가구와 조명 등에 접목하고, 가전과 가구를 연계해 완벽한 스마트홈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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