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식 서울대 경제학과, 한샘 관리부 이사, 한샘넥서스 대표이사, 한샘 경영지원실 부사장
이영식 서울대 경제학과, 한샘 관리부 이사, 한샘넥서스 대표이사, 한샘 경영지원실 부사장

6월 7일 찾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샘 본사. 이곳 7층엔 아파트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모델하우스 4채가 평형별로 마련돼 있었다. 전용면적 59㎡ 모델하우스에 들어가 보니, 집 안 전체가 화이트 컬러로 통일된 깔끔한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왔다. 좁은 평형에서는 거실과 부엌의 경계가 다소 모호해질 수 있지만, 한샘은 아일랜드 식탁(섬처럼 떨어져 설치된 형태의 조리대 겸용 식탁)을 설치해 공간을 구분했다. 안방은 넓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붙박이장을 제거하고 공간을 비웠다. 놀라운 점은 이 모델하우스에 사용된 모든 소품과 가구, 자재, 시공 기술이 한샘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1970년 부엌가구 전문 기업으로 시작했던 한샘이 지난 3월 홈인테리어를 통째로 판매하는 ‘한샘 리하우스 패키지’를 출시하고 리모델링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3년 한국 가구 업계 최초로 연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한샘은 이후 2015년까지 3년간 연평균 30%의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대형 직매장을 잇따라 출점하면서 기업-소비자 간 거래가 증가한 데다, 생활소품 등 가구 이외 매출을 극대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통해 한샘은 연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지 불과 4년 만인 지난해에 ‘연매출 2조원 돌파’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놀라운 성장세가 최근 들어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346억원의 영업이익과 12% 줄어든 4900억원의 매출을 내는 데 그쳤다. 올해 1분기 역시 각각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 5% 줄어든 87억원의 영업이익과 48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한샘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이영식 한샘 사장은 “하반기부터는 ‘역시 한샘은 한샘’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부엌가구로 시작해 가구 업계 전체 1위다.
“창업 당시 부엌가구 분야에서는 ‘에넥스’가 항상 1위였다. 그러다 1986년부터 한샘이 에넥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당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연간 100만 가구씩 공급되던 시절이었는데, 한샘은 그때 ‘시스템키친(준비대·개수대·조리대·가열대 등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붙박이형 부엌가구)’ 개념을 통해 신축 아파트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렇게 창립 16년 만에 부엌가구 분야에서 1등 기업이 될 수 있었다.

인테리어 가구 사업은 1997년부터 시작했다. 한샘은 운이 좋았다. 시작하자마자 IMF 외환위기가 터졌고, 리바트(현 현대리바트)·바로크 등 이름 있는 기업들이 부도를 맞으면서 가구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다. (경쟁자가 많지 않다 보니) 2001년 들어서는 한샘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다만 한샘이 최근 리모델링 시장에도 진출했는데, 세부 기준으로 보면 한샘이 전부 1위는 아니다. 리모델링에는 △부엌가구 △붙박이가구 △바스(욕실) △바닥재 △창호 등이 있는데, 부엌가구와 붙박이가구, 바스까지는 한샘이 1위다. 그러나 바닥재와 창호에서는 좀 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리모델링 전체 1위로 올라서기 위한 계획은.
“바닥재 분야에서는 올해 하반기쯤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오리라 생각한다. 한샘은 층간소음을 최대한 줄여주는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마루인 ‘하이마루’를 최근 출시했다. 이 같은 아이템이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한샘이 바닥재 시장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창호는 여전히 어렵다. 리모델링할 때 창호를 교체하려면 기존 창호를 모두 다 뜯어내야 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있다. 철거 과정에서 누수, 안전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창호를 활용하면서도 새롭게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창호 시장에서 우리만의 기술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단언컨대 2년 안에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한샘이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생각한다.”

인테리어 산업도 온라인 영향을 받고 있다.
“고객의 행동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대됐다. 특히 수도권 중심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중심은 ‘입주 시장’이다. 과거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이들은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구 등을 패키지로 구입했다. 지금은 각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고, 그곳에서 포장이사부터 청소, 가구 설치까지 전 과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생겨났다. 한샘도 매장 방문 고객 수가 최근 많이 감소했는데, 바로 이 토털 서비스 때문이다.”

한샘의 온라인 전략은 무엇인가.
“한샘은 온라인을 통해 고객을 모으고, 그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3단계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1단계는 입주 고객을 위한 사이트다. 최근 서울 서초 지역 입주 시장을 대상으로 테스트버전을 실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2단계는 리모델링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사이트다. 고객 아파트의 평면도면에 한샘 인테리어를 적용한 모습을 온라인으로 보여 주고, 오프라인에서 상담과 설계, 계약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다. 3단계는 온라인 포털이다. 지금까지는 한샘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해 왔다면, 앞으로는 타사 제품까지 판매하는 것이다. 단순히 온라인으로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올해 한샘 실적 전망은.
“미래 시장에서 기업의 성패는 고객 니즈를 얼마나 빨리 캐치하고, 그 니즈를 어떻게 풀어내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1년간은 다소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신혼부부가 줄어들다 보니 인테리어와 가구 수요도 감소했고, 온라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변화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힘들었던 원인을 찾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연 30%씩 고속성장해왔지만, 앞으로 그 수준의 성장세로 돌아가려면 역량을 더 쌓아야 한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역시 한샘은 한샘이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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