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환씨는 1년 넘게 공을 들여 자신만의 공간을 완성했다. 그는 “한정된 예산으로 중요한 부분에 취향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김종연
안승환씨는 1년 넘게 공을 들여 자신만의 공간을 완성했다. 그는 “한정된 예산으로 중요한 부분에 취향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김종연

 5월 24일 서울 대치동에 있는 박람회장 세텍에서 ‘셀프인테리어 코리아페어’가 열렸다. 120개 업체, 200개 부스로 규모는 첫회 때인 작년과 비슷했지만 참관객은 훨씬 많아졌다. 작년 1만6000명 수준에서 올해 2만3000명으로 44%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이 박람회는 셀프 인테리어에 특화된 것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기존 건축 관련 박람회인 ‘경향하우징페어’는 B2B(기업 대 기업) 중심이고,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 대상 ‘DIY 핸드메이드 박람회’도 셀프 인테리어 전문은 아니다.

나흘간 진행된 박람회에는 페인트, 벽지·시트지, 타일·목재·바닥재, 조명 등 셀프인테리어 주요 분야와 가구, 인테리어 소품, 홈스타일링 컨설팅 업체 등이 참여했다.

예전부터 DIY(Do It Yourself)라는 이름으로 있던 셀프 인테리어 개념이 1인 가구 증가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케렌시아(스트레스가 풀리는 나만의 공간)’ ‘홈루덴스족(주로 집 안에서 즐기는 사람들)’ 등 최신 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며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케아 등 비교적 저렴한 상품을 취급하는 관련 업체들의 등장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쉬워진 것도 셀프 인테리어 열풍의 배경이다.

취향에 맞게 공간을 꾸며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 올린 게시물은 ‘랜선 집들이(온라인상에 집을 공개하는 것)’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끈다.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카페 ‘레몬테라스’ 회원은 300만 명,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집을 미리 꾸며볼 수 있는 ‘홈스타일러 인테리어 디자인’ 앱 사용자는 500만 명을 넘어섰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셀프인테리어’를 검색하기만 해도 61만 개가 넘는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최근 남성들의 참여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멘즈테리어(남성들을 뜻하는 ‘men’과 인테리어 ‘interior’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오픈마켓인 지마켓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4월 22일 인테리어 관련 상품 남성 구매율은 3년 전 같은 기간보다 75% 증가했다.

이들은 자기에게 만족을 주기만 한다면 비용과 시간을 감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변호사 안승환(37)씨는 최근 이사하면서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했다. 싱글족인 그는 콘셉트 구상, 디자이너 선정 등 집 꾸미기 준비부터 작업 진행, 소품 구입 등에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쏟았다. 전기 배선, 화장실 배수로 변경 등 어려운 일은 전문가에게 맡겼지만, 다른 작업은 직접 나설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안승환씨가 독일 사이트에서 직구해온 콘센트. 사진 C영상미디어 김종연
안승환씨가 독일 사이트에서 직구해온 콘센트. 사진 C영상미디어 김종연

안씨는 집 벽면 하단에 설치하는 콘센트까지 신경 썼다. 독일 브랜드 ‘융(Jung)’의 콘센트를 현지 쇼핑몰에서 직구해 설치했다. 식탁을 밝히는 등은 해외 조명 디자이너 브랜드 ‘카텔라니앤드스미스’의 제품으로 수십만원의 관세·부가세까지 물고 들여왔다. 

그가 88㎡(약 27평)짜리 집을 꾸미는 데 쓴 비용은 소품 구입까지 1000만원이 넘게 들었지만 만족스럽다고 했다. 안씨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정된 예산으로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에 취향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남성들의 셀프 인테리어 경향 늘어

연령대가 다양해진 것도 셀프 인테리어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다. 셀프 인테리어 파워블로거 하유라씨는 “강연을 가면 아버지 세대분들이 많다”면서 “과거 집을 직접 수리해봤던 경험을 되살려 은퇴 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가진 분들”이라고 했다. 

연령대가 다양해지면서 페인트 칠, 벽면·욕실 등 하자 보수, 소품 만들기 등의 수업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충분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고연령층의 호응이 높다.

시장 조사 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16년 셀프 인테리어 관련 키워드 가운데 ‘배우다’를 검색한 횟수는 2만557건을 기록, 전년보다 926% 증가했다. 관련 키워드 검색 횟수 상위 100개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실제로 셀프 인테리어 코리아페어 주최 측은 참관객을 대상으로 ‘100만원으로 스타일링하기’ 등 매일 9~10개 정도 강연을 진행했는데, 강좌마다 정원 50명을 꽉 채웠다.

셀프 인테리어 방법을 알려주는 컨설팅 업체도 생겼다. 공간을 직접 꾸미려고 할 때, 상황에 따라 필요한 자재 공급과 시공 방법 등을 도와준다. 컨설팅 업체 지큐디자인은 셀프 인테리어 현장에 직접 나가 자재 준비를 돕고 방법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싱크대 상판에 필름지를 붙이는 단순한 작업이라도, 먼저 표면을 닦고 갈아 매끄럽게 만들어 기포를 없애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식이다. 2시간에 15만~20만원 수준이다. 신만성 지큐디자인 대표는 “직접 알아봐서 인테리어를 진행하기 어려운 수요층을 겨냥해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전문적 정보나 자문 서비스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업체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셀프인테리어 코리아페어의 허영롱 팀장은 “참가 업체 중에 한화 L&C, 삼화페인트 등 규모가 큰 기업들도 있지만 아직은 영세한 업체들이 훨씬 많은 편”이라며 “박람회가 더 활성화되려면 참여 기업들의 규모가 더 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경단녀에서 셀프 인테리어 전문가로

인테리어 파워블로거 하유라씨가 셀프 보수를 하고 있다.
인테리어 파워블로거 하유라씨가 셀프 보수를 하고 있다.

셀프 인테리어 시장이 커지면서 집 안에 숨어 있던 ‘금손(손재주가 좋은 사람을 뜻하는 말)’들이 전면에 나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초창기 블로그나 레몬테라스 등 인터넷 카페를 통해 리폼, 인테리어 정보 등을 공유했던 가정주부들이 셀프 인테리어 파워블로거로 이름을 알리게 되면서 각종 강연과 저술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셀프 인테리어 블로그 ‘유독스토리’를 운영하는 하유라(42)씨는 5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린 파워블로거다. 그의 블로그는 셀프 인테리어 분야 중 하나인 하자 보수에 특화돼 있다. 하씨가 지난 5월 ‘셀프인테리어 코리아페어’에서 진행한 90분짜리 강좌는 큰 인기를 끌었다. 강연과 출판, 블로그 운영 등으로 남편보다 벌이가 좋다는 하씨는 “지난 한 달 강연과 행사 준비 때문에 집에서 밥 지어본 횟수가 몇 번 안 된다”고 했다.

화려한 셀프 인테리어 전문가 경력의 출발은 의외로 평범했다. 그는 아이가 차가운 현관 바닥에 앉아 놀면서 신발을 입에 무는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 그 길로 합판을 주문해 중문을 만든 뒤 현관과 거실 사이에 직접 달았다. 아이가 현관 바닥에 앉아 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씨는 “아이가 위험하지 않도록 집 안을 수리하기 위해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했다”면서 “전문가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가족이 함께 지내는 집을 안전하게 꾸민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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