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뉴욕 본사 6층에 있는 내부 계단. 폭이 좁은 것이 특징이다. 사진 위워크
위워크 뉴욕 본사 6층에 있는 내부 계단. 폭이 좁은 것이 특징이다. 사진 위워크

5월 15일(현지시각) 오후 5시 미국 뉴욕 맨해튼 첼시 지역 웨스트 18번가에 접어들자 6층짜리 ‘위워크(WeWork)’ 본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입구에서 태블릿PC로 간단히 게스트 체크인을 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내리자 정면으로 푹신해 보이는 소파에서 누운 듯 앉아 담소를 나누는 직원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놀고 있는 건지, 일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소파 오른편으로는 직원들이 언제든 물이나 커피·맥주를 마실 수 있는 ‘바’가 있고, 그 옆으로 나란히 파란색 공용 책상도 놓여 있었다. 이 책상에 출입카드를 찍으면, 전기가 연결돼 노트북 플러그를 꽂고 일할 수 있다.

여기서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커뮤니케이션팀이 모여 있는 별도의 사무 공간과 임원들이 있는 공간이 나왔다. 세계 여느 위워크 지점과 마찬가지로 이곳은 모두 안을 훤히 볼 수 있는 유리벽으로 돼 있었다. 미팅을 진행 중인 애덤 노이만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누군가와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 통화하고 있는 미겔 맥켈비 공동창업자 겸 최고문화경영자(CCO·Chief Culture Officer)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6층을 한 바퀴 돌자 뒤편 중간쯤에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내부 계단이 나왔다. 계단은 두 사람 정도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았다. 본사를 안내해 준 아리프 샤(Arif Shah) 위워크 기업커뮤니케이션 선임 디렉터는 “직원들끼리 물리적으로 서로 부딪치고 친밀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단을 좁게 설계했다”며 “오후 2~3시쯤 되면 계단을 오르내리며 대화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설명했다.

개방된 공간을 통해 서로 다른 회사, 다른 일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네트워크를 추구하는 위워크는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문을 연 이래 세계 22개국, 75개 도시에 진출했을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2018년 6월 기준). 한국은 위워크가 공격적으로 지점을 확대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2016년 8월 강남역점으로 한국에 진출한 위워크는 을지로·삼성역·역삼역·광화문 등 서울의 8개 주요 거점에 지점을 열었다. 오는 9월 말까지 선릉역(7월)·종각역(9월)에 추가로 지점을 열 예정이다. 종각역점의 경우 종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빌딩인 종로타워에 여덟 개 층을 임대해 총 1800명가량을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위워크 뉴욕 본사 6층에 있는 공용 책상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바’에서는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뉴욕=장우정 기자
위워크 뉴욕 본사 6층에 있는 공용 책상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바’에서는 직원들이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뉴욕=장우정 기자

위워크는 업무 공간을 월 단위까지 쪼개서 임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정석이 아닌 공용 책상을 활용할 경우 월 35만원, 공용 공간 중 지정석을 둘 경우 40만원, 아예 개별 오피스를 둘 경우 한 좌석에 70만원 정도를 부담하면 된다(지점마다 비용은 조금씩 다르다). 위워크에 입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회의실과 바, 공용 책상 공간, 폰부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위워크가 제공하는 각종 사무 관리 서비스를 받으며 각자의 업무와 네트워크 구축에만 전념할 수 있다. 

현재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200억달러(약 22조원)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에 있는 비상장 회사 가운데 우버, 에어비앤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스페이스X에 이어 다섯 번째 규모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8월 위워크에 44억달러를 투자했던 일본 소프트뱅크가 추가 투자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지금의 두 배 수준인 최대 400억달러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우버에 이어 두 번째로 몸값이 비싼 비상장사로 단숨에 치고 올라가는 것이다.


최근 1년간 대기업 수요 370% 늘어

한 시간에 걸쳐 위워크 본사 투어를 마치고 다시 입구로 향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얼굴이 성큼성큼 들어왔다. 노이만 CEO가 어느샌가 나와 그를 환대했다.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세일즈포스 CEO였다. 세계 최대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 기업인 세일즈포스는 위워크를 사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외에도 제너럴일렉트릭(GE), HSBC, 마이크로소프트(MS), 알리바바, 텐센트, 마스터카드, 스프린트, KPMG, 제너럴모터스(GM), 스타벅스 등 다양한 대기업들이 위워크에 일부 부서와 직원을 입주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추세는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나금융티아이를 비롯해 GE, SK홀딩스, 아모레퍼시픽, LG생명과학의 CNP차앤박화장품 등이 서울 위워크 각 지점에 입주해 있다. 위워크에 따르면 2016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1년간 직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 입주사 증가율이 무려 37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대기업들이 위워크에 입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1 | 유연성 확보

위워크가 일반적인 공간 임대와 가장 다른 점 중 하나는 월 단위로 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대기업도 비즈니스 전략 변화에 따라 조직과 사무실을 기민하게 운영해야 할 때가 많다. 위워크의 이 같은 단기 임대 계약은 대기업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2 | 비용 절감

위워크는 일반 건물을 임대했을 때보다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존스랑라살르(JLL)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준으로 공유 오피스 업체에 입주하는 것이 일반적인 건물을 임대하는 것보다 50%가량 저렴하다. 

다만 JLL은 공유 오피스의 경우 한 사람당 주어지는 공간이 비교적 작고 다른 사람들과 더 붙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용이 줄어든 측면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업무 공간의 밀집도를 일반 건물 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면 비용 차이는 5%로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음료 외에 회의실을 쓴다거나 특정 이벤트를 열려고 할 때 해당 공간에 대한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예를 들어 위워크는 회의실을 30분 이용할 때마다 우리 돈으로 2만원 상당인 1크레디트을 사용해야 한다. 계약 조건에 따라 한 달에 2크레디트(공용 책상만 이용하는 1인 프리랜서)에서 210크레디트(100인 이상이 입주한 기업) 정도가 주어진다. 갖고 있는 크레디트을 이용해 회의실을 쓰고, 추가로 필요할 경우 크레디트을 살 수 있다.


3 | 편리함

단기간에 입지를 찾아 브로커·건물주 등과 복잡한 협상을 해야 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유 오피스에 입주할 이유가 충분하다. 위워크 같은 공유 오피스 서비스 회사들은 이 모든 과정을 통합해 한 번에 계약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입주 후에도 지속적으로 시설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본업 이외에는 신경 쓸 것이 별로 없다.


4 | 혁신 촉진

기존의 사옥을 벗어나 공유 오피스 공간에서 더 많은 협업을 시도할 수 있다. 위워크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끊임없이 노출될 수 있고, 이는 해당 대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일부 기업들은 공유 오피스 공간을 사옥에 도입해 내부 직원들이 협업할 수 있는 공동 업무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JP모건체이스는 홍콩에 있는 사옥 한 층을 통째로 리모델링해 공유 오피스와 비슷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5 | 커뮤니티 구축

위워크 같은 업체들은 입주사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요가 강좌나 외부 인사 초청 강연을 열고,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아예 이러한 행사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담당 매니저를 고용하고 있다. 자체 앱을 통해 이런 행사를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다. 애덤 노이만 위워크 CEO는 최근 미국 IT 전문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대기업들이 단기 임대 매력 때문에 위워크를 찾았다가 지금은 (위워크의) 문화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의 개념 바뀌는 밀레니얼 세대에 적합

위워크로 대변되는 업무 공간과 기업 문화의 변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한창 일하고 있는 핵심 실무진들이나 향후 중책을 맡게 될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일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는 최근 보고서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회사가 일률적으로 업무 시간과 공간을 정해놓고 강제하는 것을 싫어하며 유연성을 우선 순위에 둔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밀레니얼 세대는 희망하는 일자리에 대해 말할 때 ‘재미(fun)’라는 단어를 사용한 첫 세대”라면서 “이들은 회사가 ‘연봉을 얼마 주는가’가 아니라 ‘기업 문화가 어떠한가’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가’ 등을 기준으로 직업을 고른다”고 강조했다.


plus point

연예기획사까지 품은 위워크

6월 5일 액시스의 대표 가수 ‘케이티’가 오프닝 파티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 위워크
6월 5일 액시스의 대표 가수 ‘케이티’가 오프닝 파티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 위워크

6월 5일 저녁 서울 여의도역 부근에 있는 위워크 여의도역점에서는 신생 연예기획사 ‘액시스(Axis)’의 오프닝 파티가 열렸다. YG엔터테인먼트 출신의 신성진 대표가 차린 액시스는 국내 연예기획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공유 오피스 공간에 입주하게 됐다.

이날 행사 무대는 위워크의 입주사 멤버들이 교류하는 공간인 라운지에 차려졌다. 20층과 21층을 하나로 터 천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외부 행사장에 뒤지지 않을 만큼 파티를 하는 데도 손색이 없다.

여의도 랜드마크 빌딩에 문을 연 ‘위워크 여의도역점’. 사진 위워크
여의도 랜드마크 빌딩에 문을 연 ‘위워크 여의도역점’. 사진 위워크

여의도의 랜드마크 빌딩인 휴렛팩커드 빌딩의 16~23층을 임대한 위워크는 여의도 야경을 보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액시스의 대표 가수인 케이티(Katie)가 데뷔곡 ‘리멤버(Remember)’를 불러 분위기가 무르익는 동안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400여 명의 관계자들은 위워크 라운지 소파에 앉아 노래를 감상하거나 중간중간 차려진 음료를 마시며 분위기를 즐겼다. 

액시스는 위워크 여의도역점 20~21층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음악 녹음실, 연습실, 체력단련실, 의상실 등을 갖췄다. 같은 층 다른 입주사들이 쓰는 공간이 평범한 유리벽으로 돼 있다면, 액시스가 입주한 공간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이 공간은 위워크가 만든 게 아니라 액시스가 ‘아파트먼트리’라는 인테리어 업체와 힘을 합쳐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신 대표는 “사무실 행정·관리 업무를 위워크가 맡아 주니 액시스는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다”며 “커뮤니티를 통해 뉴욕 위워크와 케이티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는데, 이런 점도 위워크 입주사로서의 혜택”이라고 말했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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