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가 6월 기준 세계에서 1500만 대 이상 팔려나가며 콘솔게임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지난해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가 6월 기준 세계에서 1500만 대 이상 팔려나가며 콘솔게임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주간지 ‘타임’은 매해 연말 ‘부문별 10대 화제작(Top 10 Everything)’을 선정한다. 정치·과학·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그해의 트렌드를 돌아보는 것이다. 지난해 ‘타임’은 소형기기 부문에서 ‘닌텐도 스위치’를 1위로 선정했다. 애플의 ‘아이폰Ⅹ’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노트북’, DJI의 미니드론 ‘스파크’ 등 쟁쟁한 기계들이 그 뒤를 이었다. ‘타임’은 “닌텐도 스위치는 가정에서는 물론 이동하면서도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된 최초의 콘솔”이라며 “‘언제 어디서나’라는 접근법이 이 기계를 ‘대박(a true knockout)’으로 만들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최근까지만 해도 닌텐도를 중심으로 한 일본 콘솔게임 시장은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가정용 기기는 PC에, 휴대용 기기는 스마트폰에 밀려난 탓이었다. 2012년 발매된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Wii U’는 2016년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약 4년간 1300만 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전작인 ‘Wii’가 1억 대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낙제 수준이다. 닌텐도의 수익 역시 급락했다.

2011년 닌텐도는 50년 만에 처음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이는 2013년까지 이어졌다. 2014년 흑자로 전환되긴 했지만 30년 전인 1984년(207억100만엔)과 비슷한 247억7000만엔에 그쳤다. 2008년 5552억6300만엔(약 5조615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시절과 비교하면 약 2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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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닌텐도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출시한 스위치는 닌텐도 판매고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6월 기준 스위치는 1500만 대 이상이 팔려나갔다. 닌텐도의 원래 목표는 출시 후 1년간 1000만 대를 판매하는 것이었지만 현재 2000만 대 이상으로 목표를 변경했다. 닌텐도 스위치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소프트웨어는 63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닌텐도의 실적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닌텐도는 매출 1조556억8200만엔(약 10조6765억원), 영업이익 1775억5700만엔(약 1조79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15.8%, 504.7% 급증한 수준이다. 특히 닌텐도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0년(1조143억4500만엔) 이후 7년 만이다.

닌텐도 스위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콘솔게임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스위치(switch·전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에 양분돼 있던 ‘거치형’과 ‘휴대용’을 결합해 실내외 어디서든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6.2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이뤄진 본체는 휴대용 게임기로 쓸 수 있는데, 거치대에 꽂으면 텔레비전과 연결된다. 이외에도 팬층이 탄탄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등은 닌텐도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도 닌텐도 스위치 열풍에 한몫했다.

앞으로 닌텐도는 이번 스위치의 성공을 발판삼아 캐릭터 사업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슈퍼마리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제작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에는 닌텐도 캐릭터들을 이용한 놀이기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도쿄디즈니랜드 방문객 아시아 1위

닌텐도가 USJ 등 테마파크에 자사 캐릭터를 선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어린이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고전하고 있던 일본 테마파크 사업이 최근 일본 경제의 부활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USJ는 2006년까지만 해도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부도 위기에 몰린 바 있다.

그러나 10여 년이 흐른 지난해, USJ는 방문객 1500만 명을 기록하며 4년 연속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적 변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일본 테마파크 사업은 어떻게 다시 방문객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일까.

도쿄디즈니랜드의 신데렐라성 앞에서 공연하고 있는 무용수들. 사진 블룸버그
도쿄디즈니랜드의 신데렐라성 앞에서 공연하고 있는 무용수들. 사진 블룸버그

그 비결은 ‘관광’에 있다. 일본 정부는 줄어드는 내수를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베 총리는 2012년 말 재집권에 성공한 뒤 ‘관광 입국 추진 각료회의’를 만들어 입국 문턱을 낮추고 관광 인프라를 정비했다. 그 결과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2013년 1000만 명, 2016년 2000만 명을 각각 넘어섰다.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에서 쓴 돈 또한 2012년 1조846억엔에서 지난해 4조4162억엔(약 44조6628억원)으로 급증했다.

도쿄 근교 치바현에 위치한 ‘도쿄디즈니랜드’도 주목할 만하다. 이곳은 미국 이외 지역에 건설된 첫 디즈니랜드로, 전 세계 디즈니랜드 6곳 중 유일하게 ‘월트 디즈니’가 직접 운영하지 않는 곳이다. 도쿄디즈니랜드는 일본 주식회사 ‘오리엔탈랜드’가 월트디즈니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미국 테마파크엔터테인먼트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도쿄디즈니랜드는 1654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위치한 테마파크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USJ(1460만 명)였다. 한국의 롯데월드(815만 명), 에버랜드(720만 명)는 각각 6위, 7위에 그쳤다.

오리엔탈랜드의 매출은 2012년 3955억2600만엔에서 지난해 4792억8000만엔(4조8472억원)으로 21.2%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814억6700만엔에서 1102억8500만엔(1조1154억원)으로 35.4% 증가했다. 오리엔탈랜드는 최근 3000억엔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와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을 목표로 새 시설을 개장해 총면적의 30%를 확대하고 현재의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한 혼잡도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개장한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견제하려는 영향도 있다. 가가미 도시오 오리엔탈랜드 회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평가될 만한, 새로운 체험 가치의 창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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