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흔 신흥고 졸업, 건국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혜전대 제과제빵과 객원교수, 한국제과기능장협회 부회장, 명장홍종흔 대표이사 / 홍종흔 대한제과협회장이 5월 13일 서울 서초동 대한제과협회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홍종흔
신흥고 졸업, 건국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혜전대 제과제빵과 객원교수, 한국제과기능장협회 부회장, 명장홍종흔 대표이사 / 홍종흔 대한제과협회장이 5월 13일 서울 서초동 대한제과협회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5월 13일 서울 서초동 대한제과협회에서 만난 홍종흔(제과명장) 회장은 푸른색 캐주얼 정장 차림이었다. 홍 회장은 홍종흔베이커리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대형 빵집 4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왼쪽 손목에는 10만원대의 붉은색 카시오 지샥(G-SHOCK) 시계를 차고 있었다.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푸근한 인상이었다.

그는 1980년부터 빵을 만들었고, 2017년부터는 28대 대한제과협회장을 맡고 있다. 홍 회장은 전국에 넓은 주차장을 갖춘 빵집 창업 붐을 일으킨 사람이다. 2007년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가 생길 때 ‘마인츠돔’이라는 이름으로 빵집을 열었는데 30여 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지상 주차장을 갖췄다. 지금은 주차 공간이 넓은 빵집이 많지만, 당시에 빵집은 주로 시내 비좁은 곳에 있는 게 대다수였다. 홍 회장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빵집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손님이 주차만 편하게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영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영자다. 손님이 있는 곳에 가게를 차리는 게 아니라, 손님이 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그는 “동네 빵집, 변두리 빵집도 최고의 일류 빵집이 될 수 있다”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좀 더 좋은 빵을 제공하기 위한 혁신을 당장 실행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쟁이 치열한데 동네 빵집들의 상황은 어떤가.
“점점 상황이 더 열악해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 인건비 부담 때문에 직원을 못 쓰고 가족 경영으로 바꾼 빵집도 많다. 직원을 없앤 대신 남편과 부인이 모두 빵집에 매달리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새벽에 나와서 밤 늦게까지 일한다. 새벽 4시나 5시에는 일을 시작하고 밤 10시, 11시까지 하는 곳이 많다. 밤 10시, 11시까지 일하는 곳은 그래도 장사가 잘되는 빵집이다. 장사 안 되는 빵집은 취객이라도 들어와서 빵을 살까 봐 12시, 새벽 1시까지 문을 열어 놓는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면 새로운 빵 만드는 것을 배울 여력이 없다. 최근에 협회에서 잘 팔리는 빵을 만드는 법을 교육했는데, 교육받으러 올 시간을 못 내는 사람이 많았다.”

동네 빵집이 프랜차이즈 빵집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나.
“충분히 승산이 있다. ‘나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동네 빵집, 시골이나 지방 변두리 제과점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물론 하루하루의 생활이 매우 힘들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요즘은 좋은 빵을 만드는 레시피(조리법)가 다 공개돼 있지 않나? 인터넷이나 지인, 친구들에게서도 좋은 레시피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좀 더 좋은 빵을 만들어서 팔려는 노력을 실천해야 한다.”

상당히 외곽에 빵집을 냈다. 그 이유가 있나.
“2007년 경기도 동탄 외곽 지역에 빵집을 차려 영업하고 있다. 차로 운전해야만 올 수 있는 곳이다. 일본 빵집들의 위치를 보고 배운 것이다. 일본은 20여 년 전에도 논바닥 옆에 축대를 쌓아놓고 빵집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외곽에서 영업할 수 있는 것은 손님들이 차를 몰고 찾아와서 빵을 사가기 때문이다.”

시내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있어야 장사가 잘되는 게 아닌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있다고 장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차를 몰고 다니며 장을 본다. 빵을 사러 올 때도 차를 타고 온다. 시내에 있는 많은 빵집은 대부분 주차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데, 이럴 경우엔 차를 대로변에 잠시 주차해놓고 빵을 사야 한다. 문제는 곳곳에 단속카메라가 있다는 점이다. 5분 이상 주차하면 범칙금을 문다. 그런데 빵을 고르려면 최소 10분 이상 걸린다. 이런 생활상의 변화를 보면, 차를 타고 빵을 사러 오는 사람에겐 좀 외곽에 있더라도 주차가 편한 곳이 오히려 좋은 공간이다. 시내 빵집들이 다 나쁘다는 게 아니고 경영할 때, 손님의 패턴을 차를 타고 오는 손님과 걸어서 오는 손님으로 나눠서 생각하라는 것이다. 무조건 사람 다니는 곳만 찾지 말고.”

이렇게 외곽에 빵집을 내는 것은 일본과 우리나라만의 일인가.
“동양권에서는 아직 그렇다. 몇 년 전 중국에서 수백 개의 빵집을 운영하는 사장이 나를 찾아와서 상하이에 1322㎡(400평)짜리 빵집을 같이 해보자고 투자 제안을 했다. 사업이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그때 중국인 사장이 고민했던 부분이 상하이 외곽 지역에서 빵집을 할 수 있느냐였다. 당시 그는 상하이에서는 외곽에서 빵집 하는 것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나도 같은 생각이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한 5년 정도 지나면 상하이에서도 외곽에서 빵집 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우리가 20년 전에 일본 빵집들의 위치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처럼 빵집 공간과 위치에 대한 개념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은퇴 후 빵집 창업을 하려는 분들께 조언해달라.
“일단 (퇴직금 등) 은퇴 자금으로 창업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정말 제빵 일에 관심이 있다면 다른 빵집에서 일을 해보기를 권한다. 적성에 맞는지를 봐야 한다. 제빵 일은 손기술이기 때문에 공부하는 머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무직으로 일했던 분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를 무시하고 창업한다면 손해볼 수 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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