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제1차 ‘농협금융 사회가치 및 녹색금융 협의회’에 참석했다. 사진 농협금융지주
지난 3월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제1차 ‘농협금융 사회가치 및 녹색금융 협의회’에 참석했다. 사진 농협금융지주

은행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우수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금리를 낮춰주고 한도는 늘려주는 ‘ESG 대출’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와 관련된 금융 투자,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탈석탄 선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은행들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데다 글로벌 큰손들의 자금도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하에 ESG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말 ‘NH친환경기업우대론’을 선보였다. 녹색 성장에 기여하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평가한 환경성 평가 우수 기업, 녹색인증 기업에 대해 대출 금리를 최대 1.5%포인트 깎아주고, 추가 대출 한도를 제공한다.

농협은행은 이미 2020년 10월 내놨던 ‘NH농식품그린성장론’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농식품 관련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이 상품은 은행권 최초 ESG 대출로 꼽힌다. 출시 4개월 만에 신규 대출액이 5000억원을 돌파해 화제를 모았다. 농협은행은 이에 힘입어 업종의 문턱을 없애고 대상을 확대한 NH친환경기업우대론을 내놓았다.

이외 신한은행도 지난 3월 ESG 경영 우수 기업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금리 우대를 제공하는 ‘신한ESG우수상생지원대출’을 출시했다. 자체 평가를 통해 선정된 기업에 연 0.2~0.3%포인트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ESG에 뛰어난 대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의 협력사도 우대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출시 이후 약 한 달 만에 잔액이 2200억원을 넘어섰다. KB국민은행 역시 ‘KB그린웨이브ESG우수기업대출’을 이달 출시했다. ESG 평가 기준을 충족하면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감면해주고, 대출 한도 역시 우대해준다.


ESG로 ‘이자 장사’ 꼬리표 떼는 은행들

은행들이 ESG 대출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는 이유는 자사 ESG 경영 성과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최근 ESG 경영이 글로벌 투자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 경영이 미흡한 은행 등 기업은 글로벌 큰손들의 투자를 받기 어려워졌다. 무디스와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들은 은행들의 신용평가에도 ESG 역량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고, 기관투자자들은 전체 채권 매입량 중 ESG 채권을 사들일 비중을 정해놓거나 ESG 경영 성과가 뛰어난 기업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윤지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해외 전문투자기관의 경우 ESG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추세”라며 “일반 기업 역시 ESG 경영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 역시 은행들이 ESG 경영에 힘쓰는 이유 중 하나다. 여전히 은행은 이익을 낼 때마다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한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환경 오염 등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은행이 돈을 댄다는 인식도 있다. 돈을 사용하는 목적과 관계없이 조건만 맞으면 대출을 내주던 관행 탓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참여하지 않고, 관련 채권도 인수하지 않는다는 ‘탈석탄 금융 선언’이 은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같은 이유에서 은행들이 발행하는 ESG 채권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ESG 채권이란 발행기관이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또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특수목적 채권을 말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발행한 ESG 채권 규모는 1조72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년간 발행된 ESG 채권(2조4500억원)의 70%를 1분기 만에 채운 셈이다.

이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원화 ESG 채권만 집계한 것으로, 최근 은행들이 달러·유로·호주달러 등 외화 표시 ESG 채권도 적극 발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ESG 채권 발행량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추세로 볼 때 올해 은행권의 ESG 채권 발행량은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plus point

수익성·신뢰도 하락 보험사 ESG 경영에 미래 걸었다

미래에셋생명 창구를 방문한 고객과 직원이 디지털 터치 모니터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작년 12월 보험 업계 최초로 종이 없는 창구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진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생명 창구를 방문한 고객과 직원이 디지털 터치 모니터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작년 12월 보험 업계 최초로 종이 없는 창구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진 미래에셋생명

보험 업계에서도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보험사들이 ESG 경영에 나서는 이유는 은행과 구분된다. 수익을 내고 있지만 이미지 개선과 투자 자금 유치 등을 위해 ESG 경영에 힘쓰는 은행과 달리, 보험은 ESG 경영이 아니면 생존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고객이 맡긴 보험금을 굴려 수익을 내야 하지만 최근 저금리에 힘들어졌고, 각종 보험 사고로 신뢰도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를 창출하고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는 ESG 경영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최근 여러 보험사들은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대표 보험사 중 하나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 3월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설치했다. ESG 전략을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이미 두 회사는 지난 2018년 석탄 발전과 관련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목적의 회사채에도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종이 문서를 전자 문서로 대체하는 것 역시 최근 보험업계가 ESG 경영을 위해 힘쓰는 부분이다. 보험사들은 상품 계약이 이뤄질 때마다 상품설명서를 두 부씩 제작해 한 부는 고객이, 한 부는 회사가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잡한 상품 구조 탓에 분량만 수십 장이 넘는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말 보험 업계 최초로 100% 페이퍼리스 업무 환경을 구축했고, 교보생명도 전자청약제도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외 MG손해보험, 신한생명, 삼성생명 등이 어린이 대상 보험상품을 연달아 내놓는 것 역시 ESG 경영의 일환이다. 아동 학대 사건과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상황인 만큼 ESG 중 ‘사회적(social) 책임’ 측면을 고려한 조치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ESG 경영을 확대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 산업의 사회적 신뢰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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