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화려한’ 부활을 하고 있다. 불경기에 어김없이 뜨는 술이 저렴한 막걸리이지만 이번엔 그것만이 주요인은 아니다. 막걸리는 웰빙바람에다 여성, 특히 ‘마코리(막걸리의 일본발음) 찬가’를 부르는 일본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로 판매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폼 나게 ‘신분 상승’ 중인 막걸리의 세계를 알아봤다.
막걸리가 불황을 즐기고 있다. 관련 기업들의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는 까닭이다. 막걸리 매출 1위의 서울탁주는 올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난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전통주 대표기업 국순당은 막걸리를 지난 2월 6만 병, 3월 10만 병을 팔다가 4월 대폭 증가한 22만 병을 팔아치웠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할 때 4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막걸리의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제조 및 보관기술의 과학화로 전년 대비 무려 26.6%가 증가한 5457㎘를 수출했다. 이 중 90%(4892㎘)를 일본으로 수출했다.

이동주조㈜는 작년 한 해 동안 막걸리를 일본에 34억원어치 팔았다. 이 회사의 일본 매출은 몇 년째 20~25%씩 증가하고 있다. 참살이탁주도 최근 일본 유통업체와 100만달러 수출 계약을 맺었다. 국순당의 ‘고시레 막걸리’는 지난 4월초 야후재팬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개시 8분 만에 한정판 패키지 300세트(6병 묶음)가 매진됐으며, 한 달 만에 3만 병이나 팔렸다. 배상면 주가의 ‘대포막걸리’도 한 달 만에 2만5000병이 판매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으로의 막걸리 수출은 402만달러(4891t, 25.4% 증가)로 전년보다 무려 53% 늘어났다. 올해도 40% 이상 증가가 기대된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들이 막걸리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막걸리 붐이 일어난 이유는 주류 트렌드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경기로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막걸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통 매장에서 막걸리 1병 가격은 600~1750원, 주점에서 막걸리 한 주전자(1.2ℓ)의 값은 3000원을 넘지 않는다. 1만원이면 서너 명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때문에 홈플러스의 막걸리 판매량은 지난 3월 한 달 동안 60%나 증가했고, 이마트·롯데마트의 막걸리 판매 상승 폭도 45% 이상 치솟았다.

알코올 도수가 6도 정도로 낮아서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이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데다 비소화성 탄수화물인 섬유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변비를 예방하는 등, 웰빙바람을 타고 최근 젊은 여성층에서 막걸리 마니아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촌스러운 뒷골목 술로만 치부되던 막걸리는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 대학가 등에서 많이 팔려나가고 있다. 국순당 직영주점인 백세주 마을의 강남점, 선릉점, 삼성점에는 막걸리가 판매 1위 상품으로 올랐다.

국내 경기 침체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난 것도 막걸리 호조의 한 원인이다. 막걸리가 웰빙술로 알려지면서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마코리집’을 여행코스로 소개하는 여행사가 늘고 있다. 롯데호텔은 막걸리를 찾는 일본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4월말부터 한식당 ‘무궁화’에서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전통주 전문가들은 최근 ‘막걸리의 부활’이 지속되기 위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빅뱅현장탐방 ①   서울탁주 도봉연합제조장

휴일 반납 한 채 라인 풀가동 “그래도 물량 딸려요”


올초부터 주문량 폭발적 증가…새 공장 설립

막걸리 제조장에 들어서자 시큼한 막걸리 향이 진하다. 서울탁주 도봉연합제조장은 한적한 교외에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도심 한복판에 있었다. 40년 전엔 한적한 시골이었을 것이다. 막걸리 익는 풍경도 예전과 달라졌지만 맛은 여전했다.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플라스틱 병에 막걸리를 담는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한 막걸리 병은 20병씩 자동으로 포장되고, 이것을 다시 로봇 팔이 차곡차곡 쌓았다. 지게차는 이것을 창고로 부지런히 날랐다. 창고에는 막걸리가 산처럼 쌓였다. 막걸리의 달콤한 향기와는 달리 공장 내부는 야단법석,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기계소리로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자동제조 시스템으로 균일한 맛 내

“없어서 못 팔 지경입니다.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특급호텔에도 납품하랴, 대형 할인점에도 공급하랴 정신이 없어요. 거기다 대리점에서는 평소보다 2배씩 주문량을 늘렸어요. 대리점에서 아우성이지만 원하는 만큼 공급하지 못하고 있어요. 일부 대리점은 할인점에서 막걸리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데요.”

35년 5개월째 막걸리와 함께 하고 있는 성기욱(62) 서울탁주 전무는 “지난해부터 막걸리 수요가 서서히 늘기 시작하더니 올 초부터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생산직 직원들은 주말을 반납한 지 오래”라고 전했다. 사무실 직원들도 계속해서 울려대는 전화 때문에 정신이 없어 보였다.

“막걸리의 최절정기는 1975년이었어요. 하루 70만 리터를 생산했어요. 요즘 1일 생산량이 3만5000리터쯤 된다고 보면 엄청난 양이었죠.”

1975년을 정점으로 막걸리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막걸리 = 냄새, 트림, 숙취’로 인식되면서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갔다. 1960∼1980년대 말까지 원료 사용 규정이 밀가루에서 쌀로, 다시 밀가루로 수차례 바뀌었고, 그때마다 업계는 제조 시스템을 바꾸는 데 급급해 품질 향상은 꿈도 꾸지 못했다. 12개였던 제조업체도 절반으로 줄었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소주, 맥주로 시선을 돌렸다. 소주가 ‘국민 술’로 자리매김하고, 맥주가 대중화되면서 막걸리는 공사장 등의 새참거리로 밀려났다. 하지만 최근 막걸리가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막걸리가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박상준 공장장은 “최근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100% 쌀 제조가 가능해진 이후 제조방식을 표준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탁주는 1992년부터 자동제조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통 제조방식에서는 한 사람이 만들어도 누룩을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치면서 균일한 맛을 내기 어려웠어요. 서울탁주는 막걸리의 원료인 ‘입국’을 자체 연구소에서 자동제조 시스템을 통해 만들기 때문에 ‘균일한 맛’을 낼 수 있게 된 겁니다.”

서울탁주의 6개 제조장은 연구소에서 만든 똑같은 입국으로 막걸리를 만든다. 또 각 공장에서 일주일에 두 번 샘플을 채취해 산미 등을 측정하는 등 철저히 품질을 관리한다.

포장용기 기술도 발전을 거듭했다. 요즘은 포장 뚜껑을 통해 자연스레 탄산이 배출되도록 만들어졌다. 막걸리는 밖으로 새지 않고 공기만 통하게 하는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이 제조장에서는 ‘캔’에 담은 살균 막걸리도 생산된다. 이 때문에 유통기간이 늘어나고 수출까지 가능해졌다. 해외 수출용 캔은 1년가량, 페트병도 8개월 이상이 유통기한이다. 일본이나 미주 등 세계 어느 곳으로든 수출이 가능해진 이유다.

막걸리는 매년 12~13% 정도 성장해 왔다. 서울탁주도 판매량이 증가하자 지난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신설동에 새로운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시설 검증을 앞두고 있다. 균 배양기계도 5월 초 두 대를 들여왔다. 신설 공장은 20억원을 들여 최첨단 자동화 공정을 갖췄다. 하루 6만 병 정도 생산이 가능하다.

성 전무와 인터뷰가 진행 중일 때 마침 국세청기술연구소에서 시설 검증과 관련된 전화가 걸려왔다. 기술연구소에서 일정이 빠듯해 검증 일자가 하루 늦어진다는 연락이었다. 성 전무는 “하루라도 빨리 검증을 받고 막걸리를 생산해야 하는데…”하면서 안타까워했다.

원료에서 발효까지 15일 걸려

막걸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구로에 있는 자체 연구소에서 술의 원료인 입국을 이곳 제조장으로 옮겨 주모라 불리는 밑술, 물과 함께 1차 발효시킨다. 밑술은 확대 배양된 효모로, 잡균에 오염되지 않도록 발효실과 완전히 분리돼 있었다. 2차 발효에서는 고두밥을, 3차에서는 쌀가루를, 4차에선 올리고당을 넣어 발효, 숙성시킨다. 숙성 과정을 거치면 자동화 설비에 의해 포장까지 마무리돼 막걸리가 탄생한다. 1차 발효에서부터 막걸리가 나오기까지 15일이 걸린다.

발효실로 이동하자 사람 키만 한 110개의 담금 용기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두 명의 작업자가 2미터 길이의 나무막대로 용기 안을 휘젓고 있었다. 이것을 ‘동댕이질’이라고 한다. 용기 안에 산소가 고루 공급되도록 해 발효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동댕이질을 하고 있던 이종권씨는 “2000년부터 여기서 일했는데, 요즘이 가장 바쁘다”며 “밤새 술을 걸러 놓아야 새벽 6시부터 트럭에 싣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하루 생산되는 막걸리는 장수막걸리 5만 병, 살균막걸리 3만5000병 등 모두 8만5000병이다. 주문이 밀리지만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하고, 담금 용기가 제한돼 있어 더 생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한다.

막걸리 맛있게 먹는 법

하루 이상 냉장 보관 후 위아래 잘 섞어야


예전에는 막걸리를 먹고 나면 냄새나 트림 때문에 불쾌하고, 두통으로 인한 숙취로 고생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는 막걸리를 빨리 숙성시키기 위해 화학물질인 카바이트를 사용했거나, 덜 숙성된 막걸리로 인해 생긴 문제였다. 평소 막걸리는 즐기는 성 전무는 “이젠 기술이 표준화되고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숙성이 덜 된 술을 먹으면 발효를 하니까 트림 나고 또 숙성이 덜 됐으니까 맛도 시큼합니다. 장기 숙성 시키면서 그런 막걸리에 대한 이미지는 완전히 없어졌어요.”

막걸리는 출시된 뒤 하루 이상 냉장 보관한 후 먹는 게 좋다. 그는 냉장고에서 하루 이틀 정도 보관한 뒤 아래위를 잘 섞어서 마셔야 제대로 먹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 바닥에 가라앉은 성분에는 건강에 좋은 생효모가 농축돼 있다는 것이다

국순당 막걸리 판매량 4배 증가

전통주 대표기업 국순당은 4월 한 달간 약 22만병의 막걸리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할 때 4배 가량 증가한 수치.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올 초순과 비교해도 3배가 넘게 증가한 것이다.

국순당의 막걸리 담당인 박민서 과장은 “4월 한 달 동안 기존에 맥주, 소주만 판매하던 주류업소에 막걸리 신규 입점을 신청한 곳이 60군데에 이르는 등 막걸리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순당에서 운영하는 직영주점인 백세주 마을 중 강남 쪽에 위치한 강남점, 선릉점, 삼성점에서도 막걸리가 판매 1위 상품으로 등극했다.

최근에는 고려시대에 마시던 원조 막걸리라 할 수 있는 ‘이화주’를 복원해 백세주마을에서 선보이고 있는데 이화주는 사전예약을 통해서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국순당은 업계 최초로 전국유통이 가능한 생막걸리도 출시했다. 생막걸리의 가장 큰 단점은 변질되기 쉽고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다는 것. 보통 5일을 넘기기 힘들고 전국 단위 유통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생막걸리는 보통 지역단위 판매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국순당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발효제어기술’을 개발하고, 콜드체인(냉장물류시스템)을 확보함으로써 고른 맛을 유지한 상태에서 전국 유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빅뱅현장탐방 ②  도봉산 유원지

정상에서 한 잔 “니들이 이 맛을 알어?”


막걸리 하산주 나누며 “위하여~”

성강현 기자 neat@chosun.com

요즘 산꾼들은 으레 배낭에 시원한 막걸리 한 통을 넣고 산에 오른다. 산 정상 바위에 걸터앉아 멋진 경치를 보며 가볍게 정상주를 하기 위해서다. 물론 산에서 음주는 금물이지만 산 정상에서의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은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 보내기에 그만이다. 그 맛에 빠지면 산과 막걸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산꾼들은 말한다. 이젠 막걸리를 즐겨하지 않는 사람들도 산에서는 막걸리 한 사발은 꼭 마셔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일요일인 지난 5월17일 오전. 이날도 어김없이 막걸리 한 통 사들고 도봉산에 오르는 등산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직장인 최영일씨(49)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역시 꽁꽁 얼린 막걸리 한 통을 넣은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그는“정상에서 먹는 막걸리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맛”이라며 보문능선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사실상 산꾼들이 막걸리 열풍의 원조다. 이들은 2~3년 전부터 과거와 달리 깔끔하고 순하게 진화한 막걸리의 ‘참맛’에 푹 빠져 막걸리 예찬론을 주변에 전파했다. 막걸리 전도사로 나선 것이다. 여기에 등산 인구 대중화도 막걸리 붐에 불을 댕겼다. 10년 전만 해도 중장년층의 남성들이 주로 산을 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과 여성이 그 대열에 가세하면서 막걸리 열풍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오후 4시경, 서울 도봉산 만남의 광장 앞에 위치한 천만불식당에선 하산주로 뒤풀이 하는 팀이 넷 있었다. 그들 모두 약속이라도 한듯 빈대떡과 파전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며 “위하여”를 외쳤다.

9대1. 천만불식당의 막걸리와 비 막걸리 판매비율이다. 막걸리의 일방적인 승리다. 그 이유는 뭘까. 등산객들 대부분이 “값싸면서도 양 많고, 도수가 낮아 부담이 없는 데다, 쌀로 만들어 요기까지 되니까”라고 답했다. 과학적인 분석을 내놓은 이도 있었다.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어 다른 술에서는 맛보기 힘든 시원함을 느낄 수 있으며, 갈증을 멎게 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잖아요.”

43년 동안 이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천만불식당 관계자는 “원래 (산에서는) 막걸리가 많이 나간다. 한두 해 전 일이 아닌 오래전부터”라며 “막걸리는 등산길 피로를 풀어주는 우리네 등산 문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엄청나게 늘어난 등산인구가 막걸리 열풍의 진원지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옛날에도 남성들은 나이의 많고 적음에 구애되지 않고 막걸리를 찾았어요. 하지만 여성들은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아요. 과거에는 못 마신다고 사양하거나 따로 맥주를 주문했는데, 요즘에는 여성들끼리도 막걸리를 찾데요.”

 천만불식당에선 각종 막걸리 브랜드가 10개를 넘지만 서울장수막걸리(750㎖)가 가장 많이 팔린다. 가격은 1500원. 시중보다 300원 비싸다. 그 이유는 전날 꽁꽁 얼려서 팔기 때문이다. 캔 막걸리(350㎖)는 1200원이다. 혼자 산행 온 사람들에게 캔 막걸리는 인기가 상당하지만 물량이 한정적이라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이다. 일본 수출량 때문에 각 점포마다 배정받는 양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천만불식당에서는 서울장수막걸리 1병을 기준으로 평일에는 2짝, 주말에는 10짝 이상이 나간다. 1짝에 20병인 점을 감안하면 주말 이틀 동안 최소 400병 이상이 팔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변에도 동종의 점포들이 적지 않다. 그곳에서도 막걸리 소비는 폭발적이었다.

빅뱅현장탐방 ③  서울 명동&신촌

일본인들 “마코리 오이시, 스키데스”


성강현 기자 neat@chosun.com

막걸리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지난해 막걸리 전체 수출량 5457㎘ 중 90%가 일본 물량이다. 일본인들의 화끈한 막걸리 사랑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서울 명동에서도 확인된다. 명동은 일본 관광객들이 많기로 소문난 쇼핑 지역인 만큼 막걸리 수요가 상당하다.

명동 일대 편의점에서 막걸리를 구입하는 절대 다수가 일본인들이다. 그들 때문에 막걸리를 비치해 놓는다고 편의점 관계자들은 말한다. 한국인이 막걸리를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10병을 판매하면 9병 정도를 일본인 관광객들이 사간다는 것이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막걸리 안주로 김을 좋아해 김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민속촌 본가(이하 민속촌) 강오영(45·사진) 사장은 “일본인들이 (막걸리가) 맛있고 맛없음을 구별해 놀란 적이 있다”고 옛 기억을 되살렸다. 일본인들이 현재 판매 중인 서울장수막걸리를 먹으면서 연신 ‘오이시 오이시’를 외치더라는 것이다. 이전 다른 회사 막걸리를 내놓을 때는 거의 듣지 못했다고 한다. ‘오이시’는 우리나라 말로 ‘맛있다’는 뜻이다.

친구 두 명과 한국에 놀러온 호리 케이코(39)씨는 “니혼데 가라다니 이이카라 다이류코(일본에서 몸에 좋다고 대유행이에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마코리 스키데스(막걸리 좋아요)”를 연신 외쳤다.

강 사장은 일본인들은 날씨와 관계없이 꾸준히 막걸리를 찾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크게 웃었다. 비 오는 궂은 날이면 평소보다 두세 배 이상 막걸리 주문이 늘어난다. 잘 팔릴 때는 4말 정도 나간다고 한다. 1말은 18리터다. 그래도 여전히 소주의 벽은 높다. 막걸리와 소주의 판매 비율은 3대7, 4대6으로 소주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막걸리의 상승세가 무섭다는 것이 강 사장의 분석이다. 민속촌에선 막걸리가 한 항아리에 6000원이다.

‘젊음의 거리’서울 신촌에서도 막걸리의 호감도가 예전에 비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것이 관련 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학원생 김봄내씨(여·27)는 “막걸리는 다른 술과 달리 부드럽게 넘어간다”면서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서 마시는 것을 유난히 좋아한다”고 활짝 웃었다. 김씨는 소주나 맥주보다 막걸리가 낫다고 했다. 소주처럼 쓰지 않고 과음만 하지 않으면 뒤탈 염려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막걸리와 생과일주스를 혼합해 칵테일 잔에 내오는‘막걸리 칵테일’은 젊은 여심을 확실히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뚝탁 신촌점에는 딸기·키위·복숭아·포도·파인애플·유자·블루베리 등 생과일 외에 쌀·콩·보리 등을 섞은 오곡, 수삼 등 모두 15가지 종류의 막걸리 칵테일이 있다. 문영애(여·24)씨는 “막걸리 칵테일은 솔직히 막걸리 같지 않고 그냥 칵테일을 먹는 것 같다”면서 “기분이 울적할 때 혼자 가서 한 잔 마시고 온 적 있다”고 했다. 막걸리하면 트림, 숙취 등 부정적인 선입견이 강했는데 요즘에는 많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막걸리 체인점 탁사발 홍대점 이형안 사장은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은 막걸리만 찾는다”며 “대부분이 마셔보지 않은 채 편견 때문에 외면하지만 한 번 맛을 보면 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막걸리·소주·맥주 판매 비율이 엇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빅뱅현장탐방 ④  전주 삼천동 막걸리타운

막걸리 한 주전자 시키면 안주 ‘공짜’


장정철 전북도민일보 기자 jang@domin.co.kr

전주 막걸리가 세계화에 본격 시동을 건 가운데 전주 시내의 유명한 양대 막걸리촌은 그야말로 주당들로 매일 밤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삼천동의 일명 우체국 골목에는 10여 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삼천동 막걸리타운’이 형성돼 있다. 간판은 전통의 고장답게 멋들어진 한자다.

전주의 막걸리타운은 삼천동과 서신동이 양대 산맥이다. 또 평화동, 효자동, 송천동 등 신시가지와 구도심인 경원동 등지에 고루 퍼져 있다. 서민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형성된 막걸리집은 시내 일원만 어림잡아도 250여 개다.

이중 원조격으로 통하는 삼천동 우체국 골목 인근에는 수십여 개의 막걸리집이 잇따라 생겨나 하나의 볼거리가 됐다. 1만2000원짜리 막걸리를 시키면 풍성한 전주 인심을 자랑하듯 안주는 공짜로 따라온다.

평균 막걸리 3병이 들어가는 주전자 하나를 시키면 봄나물부터 홍어 삭힌 삼합, 두부김치, 각종 해물과 밑반찬 등 15~20가지의 풍성한 반찬이 따라 나온다. 전주 막걸리집을 갈 때 따로 저녁식사를 하지 말고 가라는 말이 이해될 듯싶다. 여기에 막걸리 한 주전자를 추가하면 본격적인 코스요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장어와 해삼, 전복, 새우구이, 산낙지가 잇따라 테이블에 나오면서 여기가 횟집인지, 막걸리집인지 헷갈릴 정도다.

삼천동 사랑채 막걸리 강정숙 사장은 “요즘같이 살기 힘들고 인심이 각박한 시대에 막걸리집은 단순한 서민들의 애환을 풀어주는 장소”라며 “안주 값을 따로 받지 않아 이윤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지만 손님들과 함께 부대끼며 정으로 사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건규(47·전주시 효자동)씨는 “주머니 사정이 나빠 비싼 술집은 못가지만 막걸리집에 오면 얼큰하게 먹고 사시사철 변하는 안주의 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막걸리 예찬론을 펼쳤다.

예로부터 전주하면 비빔밥과 한정식, 콩나물국밥을 떠올리지만 전주 막걸리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미식가들의 자랑거리다. 막걸리의 맛과 가게의 멋에 푹 빠진 주당들은 아예 동네마다 단골가게를 하나씩 만들어놓고 막걸리타운 순회를 할 정도다. 대학생 이모(26·전주시 호성동)씨는 “처음에는 막걸리가 조금 거북했지만 먹을수록 달콤하고 깊은 향을 알게 된다"며 "친구들과의 미팅도 대학가 호프집보다 막걸리집에서 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는 국내에서 쉽게 찾기 힘든 막걸리 도시다. 예로부터 땅이 비옥하고 인근에 바다와 산을 접하고 있어 풍부한 반찬거리가 넘쳤고,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전주 인심이 가미돼 막걸리타운이라는 명물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한옥마을 인근 등 구도심 지역뿐만 아니라 신시가지 주변, 대단지 아파트촌 주변에 작은 구멍가게 수준의 막걸리집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장사가 잘 되고 수요층이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무엇보다 값싼 술값, 한정식 못지않은 안주, 일명 주모로 통하는 여사장들의 후끈한 인심 등이 어우러지면서 전주 막걸리타운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밤마다 선술집 간판은 불이 꺼질지 모르고 날을 하얗게 밝힌다. 

막걸리 폭탄주 대유행

막걸리도 섞어 마셔야 ‘제 맛’

막걸리에 소주와 사이다를 섞은 ‘막걸리 폭탄주’가 대유행이다. 또 다른 한쪽에선 막걸리에 생과일주스를 부은 ‘막걸리 칵테일’도 인기절정이다. 아저씨 술인 막걸리가 젊은이, 특히 젊은 여성의 술로 탈바꿈되고 있다.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술이 있는 곳에 으레 등장하는 폭탄주는 막걸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4일 오후 7시 현대아산 관광영업부의 회식자리. 메인 술자리는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막걸리다. 회식자리에 폭탄주가 빠질 리 없다. 샐러리맨들의 대표적인 음주 방식이 이른바 ‘폭탄주’다. 폭탄주란 어느 한 종류의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맥주, 소주, 양주, 심지어는 포도주까지 섞어 만드는 술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을 심하게 취하게 만든다.

달콤하고 부드러워 ‘술술’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라”는 권기섭(46) 부장의 특명이 떨어졌다. 전재영(34) 대리가 막걸리를 부은 유리잔과 잔 사이에 소주와 사이다를 절반씩 넣은 소주잔을 올렸다. 첫 번째 소주잔을 쓰러뜨리자 도미노처럼 소주잔이 막걸리잔 속에 빠졌다. 일명 도미노주. 소주잔이 막걸리잔에 빠지면서 넘친 막걸리로 상위가 지저분해졌다. 마침 안주를 내오던 식당 아줌마가 “그렇게 막걸리 폭탄주를 만들어 먹는 건 처음 본다”며 “뭘 좀 깔아 놓고 하지”라며 눈을 흘겼다.

폭탄주는 보통 양주에다 맥주를 섞는다. 반면 막걸리 폭탄주는 막걸리에 소주를 붓고 사이다를 약간 가미한다는 것이 다르다. 제조법은 이렇다. 먼저 맥주컵에 막걸리를 반쯤 따른다. 그런 뒤 소주와 사이다를 소주잔에 각각 반 잔 정도 따라 맥주컵에 부으면 된다. 막걸리를 즐겼던 고 박정희 대통령은 양주를 먹고 마지막에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어 마셨다고 전해진다. 폭탄주에 대한 품평은 나이와 경험, 추억에 따라 달랐다.

“막걸리의 알싸한 맛에, 사이다의 달달한 맛이 더해져 달콤해요. 굉장히 부드러워서 ‘술술’ 넘어가는데요. 여자 친구랑 마시면 딱이겠어요.” 처음으로 막걸리 폭탄주를 마신다는 전재영 대리는 “과일을 갈아 넣으면 더 맛있겠다”며 입맛을 다셨다.

임상우(37) 과장은 좀 싱겁다며 전 대리의 막걸리 폭탄주 예찬론에 딴죽을 걸었다. 양주 폭탄주에 입맛이 길들여진 임 과장은 “사이다를 줄이고, 막걸리나 소주의 양을 더 늘리라”고 폭탄주 제조를 주문했다. 다시 막걸리 폭탄주가 한 순배 돌았다. 

권기섭 부장은 “처음 만난 여자랑 막걸리 먹었을 때가 기억난다”며 옛 추억을 더듬었다. 그는 “군 복무 시절 천리행군을 하다 농부들이 건넨 막걸리 한잔은 피로를 잊게 한 마취제였고, 피로회복제였다”며 “얼마나 맛있던지 그 맛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막걸리 폭탄주는 ‘혼돈주’로 불린다. 18세기 문인인 정철조(1730~1781)가 소주와 막걸리를 섞은 뒤 ‘혼돈주’라 부르며 마셨다는 데서 유래한다. 정철조는 박지원, 홍대용, 유득공 등 조선시대 실학자들과 긴밀히 교류했던 인물로 돌의 모양과 재질을 따지지 않고 벼루를 만들어내는데 일가견이 있어 석치(石癡)란 호로 불렸다.

최근 유명디자이너인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가 ‘혼돈주’에 대한 상표 등록을 출원해 그 심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세 대표가 상표 등록을 요청한 혼돈주의 비율은 막걸리 6, 소주 3, 사이다 1이다. 또 상표 사용 범위로는 소주, 약주, 인삼주, 청주, 탁주, 합성청주, 쌀로 빚은 술 등 7가지 주류로 정했다. 혼돈주 애호가로는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이 꼽힌다. 홍석우 청장은 혼돈주가 주로 중소기업이 만드는 막걸리가 주재료인데다 ‘맥주 + 양주’로 제조하는 폭탄주에 비해 건강에도 좋다며 즐겨 마시고, 주위에도 권하고 있다.

막걸리 폭탄주 칵테일로 진화

‘막걸리 폭탄주’는 진화를 거듭해 이제는 ‘막걸리 칵테일’로 재탄생했다. 여성들이 즐겨 찾는 막걸리 칵테일의 제조 방법은 간단하다. 막걸리에 일정량의 생과일주스를 붓고 잘 섞어주면 된다. 딸기·키위·복숭아·파인애플 등 생과일 외에 쌀·콩·보리 등을 섞기도 하고, 수삼을 갈아 넣기도 한다. 또 딸기요구르트 또는 곡물요구르트와 탄산음료를 섞기도 한다. 섞는 재료에 따라 빨강, 노랑, 보라 등 형형색색의 빛깔을 낸다. 막걸리 칵테일은 사발이 아니라 유리 칵테일 잔에 담겨 나온다. 1990년대 초반 소주에 각종 과일주스를 섞어 먹든 ‘소주 칵테일’에 비견된다.

막걸리 칵테일 열풍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에서 ‘마코리’로 불리는 막걸리가 웰빙 음식으로 뜨면서 일본 여성들이 ‘마코리 칵테일’을 즐기기 시작했다. 일본 여성들 사이에 막걸리 칵테일이 유행한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막걸리 칵테일 주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신촌 등을 중심으로 번성하고 있다. 부드러움에 달콤함과 고소함을 더해 20~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tip  막걸리 폭탄주 원조는 고 박정희 대통령

막걸리의 참맛을 아는 이로는 고 박정희 대통령과 천상병 시인이 꼽힌다. 박정희 대통령에게 막걸리는 국민과의 소통로였고, 천상병 시인에게는 밥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권농일이면 반드시 농촌에 나가 모내기를 하고, 벼 베기 돕기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일을 하고 나서 논두렁에서 농부들과 마시는 걸쭉한 막걸리를 최고라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마신 막걸리는 경기도 고양시 배다리 술도가에서 만든 ‘고양 막걸리’다. 처음 맛을 본 뒤 매주 한두 말씩 시켜먹다 1966년부터 14년 동안 마셨다. 그래서 고양 막걸리는 지금도 ‘박정희 막걸리’로 불린다. 박 대통령은 대구에 가면 팔공산 자락의 천연수로 빚은 ‘불로 막걸리’에 취했으며, 부산에선 금정산 산성마을의 ‘산성 막걸리’를 즐겼다고.

고양 막걸리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도 찾았다고 한다. 지난 2000년 김정일 위원장이 ‘박정희 대통령이 마신 막걸리를 마셔보고 싶다’며 고양 막걸리를 주문했던 것. 당시 방북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고 박정희 대통령의 막걸리 이야기를 했고, 김정일 위원장이 주문한 것이다. 정주영 회장을 통해 고양 막걸리가 공개적으로 북한에 보내졌다.

시인 천상병(사진 오른쪽)은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막걸리를 예찬했다. 그에게 막걸리는 한마디로 밥이었다. 천 시인은 친구나 지인으로부터 500원, 1000원씩 받아 막걸리를 사먹었다. 그는 이 때문에 큰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된 대학친구에게서 막걸리 값을 받아썼던 게 빌미가 돼 6개월간 고문을 받고 선고유예로 풀려났다.

막걸리 무한 변신

‘농부의 술’ 이미지 훌훌 털고

 여성·젊은 층 기호 맞춰 ‘팔색조 변신’

막걸리의 무한 변신에 대중이 놀라고 있다. 막걸리의 종류를 비롯해 제조기술, 용기 등이 모두 바뀌었기 때문이다. ‘옛날’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막걸리하면 떠오르는 구세대의 구닥다리 같던 이미지도 훌훌 털어냈다.   성강현 기자 neat@chosun.com

순 우리말인 ‘막걸리’라는 이름은 쌀과 누룩으로 막 걸러낸 술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막걸리에는 이름이 많다. 희다 해서 백주(白酒),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해 탁주(濁酒), 집집마다 담가 먹지 않는 집이 없다 해서 가주(家主), 백성이 가장 많이 즐겨 마신다고 해서 향주(鄕酒),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 해서 국주(國酒), 식량 대용 또는 갈증 해소로 농부들이 애용해 왔으므로 농주(農酒)라고도 불렸다. 막걸리용 누룩을 배꽃이 필 때에 만든다고 해 이화주(梨花酒)라는 낭만적인 이름도 있다.

이중 대중화된 이름은 탁주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탁한 술이 아니기 때문에 탁주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웰빙 막걸리로 불리는 생막걸리는 좋은 쌀을 사용해 맑고 깨끗하다. 웰빙 막걸리의 핵심은 효모다. 막걸리의 원료인 효모는 인체에 유익한 역할을 한다. 막걸리에 살아 있는 효모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 등이 포함돼 젊음을 유지하고 장수를 돕는다.

막걸리 제조는 크게 일반과 살균 방식으로 나뉜다. 일반막걸리는 살균막걸리와는 달리 효모균이 살아있으나 보존기간이 매우 짧다. 반면 살균막걸리는 효모균의 진균을 열처리하여 활동할 수 없도록 해 보존성이 좋다. 막걸리 인기의 밑바탕은 바로 맛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제조공정의 일신이었다. 원래 전통적 제조 방법은 찹쌀, 멥쌀, 보리, 밀가루, 감자 등을 쪄서 건조시킨 다음 누룩과 물을 섞고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시켜 청주를 떠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걸러 짜내는 것이다.  

하지만 주먹구구식이었던 제조공정이 현대화되면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우선 위생화, 규격화됐다. 발효기술도 표준화됐다. 특히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에 힘쓴 결과 막걸리의 맛이 확 달라졌다. 먹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었다. 맛도 좋아지고 후유증도 없다보니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국 시장 50%, 서울 지역 9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장수막걸리 제조업체인 서울탁주는 이미 1992년부터 자동제조 시스템을 도입했다. 서울장수막걸리가 소비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는 바로 예전과 달라진 맛에 있다고 회사 측은 말한다. 성기욱 서울탁주 전무는 “막걸리 맛은 물, 기술(온도, 원료의 배합), 만드는 사람의 정성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결정된다”며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제조자의 정성”이라고 했다. 물과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정성이 부족하면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006년 하반기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막걸리 프랜차이즈 전문점도 맛의 차별화와 고급화에 일조하고 있다. 막걸리 전문점인 탁사발 가맹점 관계자는 “막걸리라고 다 똑같은 막걸리가 아니다”며 “조금씩 맛의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탁사발은 검은콩 막걸리로 유명한 막걸리 전문점이다. 전국적으로 막걸리 프랜차이즈 본사만도 30개가 넘는다.

현재 막걸리 종류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막걸리 = 쌀’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별의별 막걸리가 출시됐다.

생막걸리를 비롯해 복분자, 매실, 배, 잣, 딸기, 인삼, 구기자, 키위, 포도, 복숭아 등 지역 특산물과 과일을 활용한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다양한 막걸리가 있다. 특허 막걸리도 많다. 지난해에만 17개 브랜드 막걸리가 특허 출원했다. 과실 막걸리는 일반 막걸리에 비해 20%가량 비싸지만 소비자들부터 호평 받고 있다.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이 운영하는 전통문화주점 브랜드인 ‘뚝탁’이 출시한 ‘막걸리 칵테일’은 젊은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 막걸리다. 딸기·키위·복숭아·포도·파인애플·유자·블루베리 등 생과일뿐 아니라 쌀·콩·보리 등을 섞은 오곡, 수삼 등 모두 15가지 종류의 막걸리 칵테일이 형형색색의 빛깔을 낸다.

실체를 모르는 사람들은 쉽게 막걸리를 연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색이 곱다. 생과일을 갈아 넣은 과일 막걸리 칵테일은 텁텁한 맛을 싫어하는 젊은 여심을 사로잡으며 막걸리 소비층을 넓히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상식 파괴가 성공한 경우다. 제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막걸리에 일정량의 생과일주스 등을 넣고 잘 섞어주면 끝이다. 주류 전문가들은 “웰빙 바람을 타고 맛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막걸리의 등장이 막걸리 부활에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칵테일을 지향한 만큼 고급스런 유리 칵테일잔에 마신다. 막걸리는 대포잔에 마셔야 제격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용기의 진화도 막걸리 인기에 큰 역할을 했다. 기존 막걸리병은 여름철이면 쉽게 변질될 뿐 아니라 다른 술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아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우유에 주로 사용되던 팩 포장의 도입과 캔 형태의 용기 개발, 페트병 사용 등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국산 과일을 첨가한 과실 막걸리의 색을 잘 보여주기 위해 투명 용기도 등장했다.

캔이나 팩에 담은 살균 막걸리가 출시되면서 유통기간이 길어지고 수출까지 가능해졌다. 디자인도 깔끔해졌다. 캔막걸리는 휴대가 간편하고 상온에서 1년간 장기 보존이 가능해 신세대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페트병도 유통기한이 8개월 이상이다.

한때 사망선고를 받고 철저히 외면 받았던 막걸리의 부활은 바로 무한 변신에 있다. 지금의 막걸리의 인기는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세대층을 저변 확대한 피나는 노력의 결실인 것이다. 막걸리의 변신은 앞으로도 진행형이다.

막걸리 입체 분석① / 영양가

와인 못지 않은 전통주

비타민 등 생리 활성성분 ‘풍부’


이철호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교수 chlee@korea.ac.kr

요즘 막걸리가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특히 일본에서 대유행이라고 한다. 일본 여성들이 맛이 부드럽고 독하지 않은 한국산 막걸리로 만든 칵테일에 매료돼 있다고 한다. 흔히 막걸리를 마시면 뱃속이 부글거리고 악취가 나서 여성들이 특히 싫어하는데 어쩐 일일까. 살균 막걸리가 그 해답이다.

막걸리는 삶은 쌀(고두밥)이나 곡물에 누룩을 혼합해 충분한 양의 물과 함께 발효시켜 알코올을 생산한 음료다. 흔히 쌀(고두밥), 누룩, 물의 비율을 25:3:72 정도로 혼합해 따뜻한 곳에 두면 빠르면 2~3일 후, 대개 4~5일 후에 발효가 완료된다. 누룩에 여러 가지 곰팡이가 자라 강력한 당화효소를 내면 곡물의 전분을 분해해 포도당을 만들고, 효모가 자라서 알코올을 생산한다. 원래 발효가 끝난 독에 용수(여과틀)를 박아 맑은 술(청주)을 떠내고 남은 찌꺼기에 물을 더 넣어 휘휘 저은 후 체로 막 걸러낸 것이 막걸리다. 그래서 청주는 알코올 농도가 12% 이상이 되나 막걸리(탁주)는 6~7% 밖에 되지 않는다. 알코올 농도가 4~5%인 맥주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살균 처리 하면서 수출길 열려

이렇게 막 걸러놓은 막걸리는 발효되지 않은 곡물의 찌꺼기와 알코올을 생산하는 미생물(효모)이 섞여있어 유백색의 탁한 음료이므로 탁주라고도 부른다. 부분 발효된 곡물의 찌꺼기와 효모를 대량 섭취하면 뱃속에서 발효가 일어나 배가 부글거리고 몸에서 악취가 나온다.

그뿐이 아니다. 막걸리를 병에 담아 밀봉하면 계속 발효돼 발생하는 탄산가스로 인해 병이 폭발하게 된다. 샴페인을 능가하는 압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재래식 막걸리는 밀봉되지 않은 병에 담아 유통했다. 또 계속 발효되면 주로 유기산이 생성돼 막걸리가 시어버려 먹을 수 없게 된다.

요즘같이 슈퍼마켓 시대를 지나 대형마트가 주도하는 유통체계에서 밀봉되지 않아 술이 줄줄 흐르고 2~3일이 지나면 시어버리는 상품을 판매해줄 곳은 없다. 더구나 일제강점기에 만들어 놓은 면단위 양조 판매 허가제가 해방이 된 지 40년이 지나도록 그대로 유지돼, 독을 몇 개 놓고 동네 판매에 그쳤던 막걸리 양조장들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 TV 광고를 하는 맥주와는 게임이 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1980~1990년대의 경제 성장 과정에서 막걸리는 우리의 곁을 떠나게 된 것이다.

민족사학, 막걸리 대학을 자처하는 고려대학교에서 1990년대 초에 막걸리를 살리기 위한 연구가 시작됐다. 막걸리를 먹은 후 뱃속에서 부글거리고 악취가 나는 것을 막고 유통 중에 시어지지 않고 병을 밀봉해 유통시키려면, 발효를 주도하는 미생물을 사멸시켜야 한다. 가장 안전하고 실용적인 미생물 사멸 방법이 가열 살균인데 막걸리는 가열하면 쓴맛과 화독 냄새가 심해 먹을 수 없게 된다. 연구결과 맛을 크게 변질시키지 않으면서 미생물을 사멸하는 최적의 가열 조건이 수립됐고, 고온단시간(HTST) 열처리 장치로 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이 방법을 최초로 도입한 것이 인천탁주의 팩막걸리 ‘농주’다.

팩막걸리가 만들어지면서 막걸리의 저장 수명이 6개월 이상으로 연장됐고 일본·미국 등지로 수출길이 열렸다. 국내의 면단위 양조 판매 허가제도 폐지됐다. 막걸리 양조장의 무한 경쟁시대가 열린 것이다.

막걸리를 수출한다고 하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쌀 소비가 줄고 국내 생산은 과잉상태여서 여러 해 동안 창고에 보관해둔 고미를 막걸리 제조에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밥을 지어 먹을 수 없는 저급 쌀을 가공해 고가의 알코올음료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다. 국가 경제를 기울게 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포도주와 위스키를 수입해 마시는 오늘의 우리 모습에서 막걸리의 수출은 실낱같은 희망이라고 할만하다. 우리 음식을 수출하려면 우리가 먼저 그것을 좋아하고 널리 애용해야 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를 수출하는 것처럼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 법을 개발 보급해야 수출도 할 수 있다.         

팩막걸리 칵테일 기술 발전시켜야

팩막걸리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살아있는 막걸리의 신선미가 없다. 가열과정에서 탄산가스가 날아가 버리므로 청량감이 없다. 최적 가열 조건에서도 다소 쓴맛이 생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이 막걸리 칵테일이다. 팩막걸리에 탄산음료나 과일주스 등을 적당히 조합하면 다양하고 개성 있는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

막걸리 칵테일은 알코올 농도가 높지 않아 맥주보다 더 가볍고 부드러운 음료로 즐길 수 있다. 막걸리에는 발효되지 않은 곡물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영양성분이 있다. 막걸리는 사용한 원료와 제조 방법에 따라 성분이 크게 다르지만 맥주보다 고형분 함량이 높아 당분이 1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단백질 함량도 비교적 높아 리신, 로이신, 트립토판, 발린, 시스틴 같은 필수 아미노산이 각각 10~30mg 정도 들어 있다. 최근에는 삼해주 제조법으로 만든 양조곡주에서 항산화력이 있는 펩타이드가 분리 동정돼 우리 막걸리에 포도주 못지않은 생리 기능성이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그 외에도 막걸리에는 발효 중에 형성된 비타민을 포함한 여러 가지 생리 활성 성분이 풍부하다.

팩막걸리 칵테일의 가장 큰 장점은 혼합되는 탄산음료와 과일주스에 따라 특색 있는 다양한 영양 기호음료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팩막걸리만 있으면 소위 말하는 영양가가 있는 몸에 좋은 술을 즉석에서 기호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대단히 저렴한 가격으로 언제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료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21세기의 독창적인 한국의 술 문화가 만들어진다. 이제까지 막걸리의 약점으로 알려졌던 본질들이 훌륭한 강점으로 바뀐 것이다. 팩막걸리 칵테일 기술을 발전시켜 맥주와 포도주에 빼앗긴 우리 전통주 시장을 되찾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막걸리 입체 분석② / 산업화

고급 상품 개발·유통 차별화 힘써야


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ldphil@krei.re.kr

막걸리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지난해 출고량이 17만6398㎘로 2003년의 13만8162㎘에 비해 27.7%나 증가했다. 1990년대 중반에야 시작된 막걸리 수출은 조금씩 늘어나 2003년에는 1676㎘를 기록하더니 2008년에는 5457㎘로 225.6%나 되는 높은 성장을 하고 있다. 도대체 막걸리 산업에 무슨 일이 있어 추락하던 소비가 되살아나고 수출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단 말인가.

막걸리는 백미와 잡곡, 밀가루 등 곡류를 주원료로 발효시킨 대표적인 우리 술로 옛날부터 농가에서 빚어 마셨기에 농주라고도 한다. 지역마다 물과 원료, 제조 방법이 제각기 달라 수많은 종류가 있었으나 단순한 상품 구성, 보관 등의 문제로 소비가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사람들은 고급주를 선호하는 주류 소비 추세와 경기 악화에 따른 값싼 술 선호, 건강식품으로서 막걸리의 가치 재인식, 제조 및 보관 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포장용기의 디자인 개발 등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여기서 제품의 다양화와 고급화 그리고 시장 확대는 주류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규제 완화로 산업 활성화

주류는 오랫동안 중요한 세원이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엄격하게 통제를 해 왔다. 예를 들어 막걸리의 신규 제조면허는 아예 금지돼 새로운 기술이나 시장을 가진 사람조차도 새롭게 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든지 양조용 원료로 양곡 사용을 금지했으며, 막걸리를 ‘알코올 성분 6도 이상’으로 설정하는 등 제품 규격과 제조 방법을 획일적으로 규정했다. 인삼이나 대추 등 식물성 물재의 첨가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제조 용기조차 엄격하게 제한했으니 다양한 고급 막걸리를 만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했다. 더구나 생산된 막걸리는 양조장이 있는 시·군 지역 밖으로는 반출을 금지했기 때문에 전국을 대상으로 한 유통은 생각조차 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막걸리를 포함한 주류의 생산 및 유통에 대한 규제는 산업으로서 상품의 품질을 관리하거나 시장 개척을 촉진하기보다는 규제 대상인 세원으로만 인식한 나머지 징세 편의를 위한 관리를 해 왔던 것이다. 결국 고을마다 생활문화 속에 면면히 이어져 오던 우리 술은 사라지고 몇몇 대기업이 수입 원료로 생산하는 소주나 맥주, 심지어 양주에 의존하는 왜곡된 주류 산업 구조로 재편되고 말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 술의 산업적 발전을 촉발한 것은 무엇보다 제조 및 유통 규제의 완화다. 주류의 제조는 국세청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한데, 허가 요건으로 시설의 종류와 규모를 제한했다. 즉, 막걸리의 경우 제조장의 시설 기준을 보면 담금 및 제성 시 용기의 재질을 알루미늄 탱크 등으로 한정하고, 용기의 크기를 밑술조는 60ℓ, 발효조는 6000ℓ, 제성조는 7200ℓ 이상으로 용기의 크기를 제한했다. 이밖에 시설 용량을 6㎘(연생산량 72㎘) 이상으로 한정하고, 심지어 수급 조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면허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막걸리 산업의 신규 진입과 자율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1998년 막걸리 신규제조 면허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용기의 재질을 다양화 하는가하면 시설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또 1962년부터 막걸리의 유통은 해당 시·군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해 왔다. 뿐만 아니라 유통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설과 자본금을 확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주류상표에 표시하는 글자의 크기까지 획일적으로 규정해 왔다. 막걸리 유통의 활성화를 위해 1998년 시설 및 자본금 규모를 완화하고, 2000년부터는 공급 구역 제한을 폐지해 전국적 유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막걸리의 생산과 품질 고급화를 위해 원료 사용과 제조 방법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동안 막걸리는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지 않고 혼탁하게 제성한 것’으로 ‘알코올 성분 6도’, 원료는 ‘곡류(전분)와 국(麴)’으로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1965년 양곡관리법에 의해 양조용 원료로 쌀 사용을 금지한 이후 1990년 다시 허용할 때까지 25년 동안 쌀막걸리를 맛볼 수 없었다. 또 1998년에는 막걸리의 규격을 알코올 6도에서 3도 이상으로 조정하고, 참가물료로 인삼이나 잣, 대추 등 식물성 물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최근 막걸리 제조 시 일정량 이하의 과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다양한 고급 막걸리의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막걸리 산업 활성화로 농촌 경제 살려야

규제 완화와 더불어 사업체의 연구개발과 홍보·판촉 등 시장 개척 노력에 힘입어 최근 막걸리 소비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막걸리가 건강에도 좋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보관 및 유통 기술이 뒷받침되면서 수출까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막걸리 출고량은 지난 1990년의 31%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갈 길도 멀다. 쌀막걸리 한 병(1200㎖)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 200g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막걸리를 만들 때는 계절별로 생산되는 여러 가지 과일도 원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산 농산물을 소비하는 데 이만한 것이 별로 없다. 더구나 저도주로 여성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건강에도 매우 좋다고 알려져 향후 시장 개척의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막걸리 산업의 활성화는 원료 농산물의 소비와 도농교류 촉진, 수출 증대 등으로 농가 소득을 증대하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며, 나아가 국민 건강 유지와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의 막걸리 업체가 어떻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생산,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다른 향토음식이나 전통식품과 마찬가지로 막걸리 산업도 결국 그 지역의 고유한 원료와 물 맛 그리고 제조기술을 가지고 고급 상품을 개발하여 어떻게 차별적으로 유통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지역의 기후나 풍토에 따라 좌우되는 프랑스 와인이나 일본의 사께처럼 지역의 고유한 원부재료와 그 고장의 물을 이용해서 다양한 특산 막걸리를 생산하고, 이를 정확하게 표시하여 소비자에게 알리는 이른바 지역특산 막걸리의 생산과 차별적 유통, 그리고 이를 향토음식이나 농촌체험과 결합한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는 것만이 모쪼록 불어 온 막걸리 열풍을 산업 발전과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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