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의지에 따라 어느 부처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검찰’이라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과연 그들은 경제검찰로서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6월9일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동영상 촬영팀까지 대동해 길을 나섰다.
다른 참모들과는 달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언론과의 접촉을 달가워하지 않아 백용호 위원장을 만나는 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위원장님 나오십니다.”     작은 목소리로 다급히 알리던 비서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이 열렸다. <위풍당당 행진곡>이라도 흘러나와야 할 것 같았지만 무반주에도 충분히 영웅처럼 등장한 그는 부드러운 미소로 악수를 청해왔다.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은 그는 연신 터져대는 플래시, 쉬지 않고 돌아가는 카메라 앞에서 “이럴 줄 알았으면 세수라도 하고 올걸 그랬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덕분에 얼어 있던 분위기가 좀 녹아들었다.

실용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집행해 가고 있는지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백 위원장은 먼저 시장 감시자로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공정위의 기본 방향은 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지만 시장질서에 필요한 기본 룰은 엄정히 집행하겠다”며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담합할 우려가 많은 분야는 집중 감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3~4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급기야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터라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물가’로 쏠리고 있다. 때문에 물가 안정에 경제정책이 집중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시장경제가 보다 건전하게 자리 잡아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백 위원장은 특히 유류, 은행수수료, 학원비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점적으로 감시하고, 공공기관 입찰 담합 방지와 독과점 폐해를 시정함으로써 경쟁을 촉진시켜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백 위원장은 “공정위의 주된 역할은 기업을 처벌하는 일이 아니라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시켜 시장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라며 “기존의 대기업 집단 시책을 경쟁촉진책으로, 사전 규제 중심에서 시장 친화적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언론의 ‘친기업’이란 표현은 옳지 않다며 ‘친시장(Market Friendly)’을 강조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사전적 규제에서 사후적인 규제로 옮겨간다는 첫 번째 신호”라며 “새 정부가 좀 더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편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12일을 기점으로 취임 100일을 훌쩍 넘긴 백 위원장은 취임 후 첫 출근하던 그날을 회상했다. 훗날 공정위 가족들이 자신과 일했던 시절을 떠올렸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공정거래위원장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했단다.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성장이라고들 합니다. 공정위는 어떤 기조로 향후 5년간 활동해나갈 계획입니까?    

성장이라는 것은 원론적으로 말하면 국민성의 규모가 커지는 것입니다.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의 대표적 공약은 이른바 ‘747 전략’입니다. 매년 7%의 성장잠재력을 키워나가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약이죠. 그런데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느냐, 이것이 문제입니다.

과거의 성장전략은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고 성장 산업을 지정·관리하는 등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이었지만, 신정부의 패턴은 시장 활성화를 통한 성장전략입니다. 즉, 정부의 규모를 축소하고 감세 및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장이라는 것이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작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자율에만 맡겨서는 안 되는 것이죠. 시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준칙, 규칙, 질서가 있어야 합니다. 이에 공정위는 시장의 감시자 역할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이고, 곧 ‘성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전적 규제를 완화시키면 기업은 자칫 질서를 깨는 반칙 행위를 할 가능성도 굉장히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불공정 거래 행위들에 대해서는 엄격히 규제할 생각입니다. 기업 또는 시장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제재를 당하게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공정위의 역할입니다.

지난 3개월여 공정위의 활동에 이 같은 기조가 잘 반영된 것 같습니까?

대외적으로도 많이 표현을 했고 내적으로는 공정위 가족들과 운용 방침에 대해 공유했다고 봅니다. 최근 불공정 거래 행위 제재 사례로 은행의 외국환수수료 신설 및 지로수수료 인상 담합 행위, 콘텐츠 제공업체에 대한 인터넷 포털업체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또 인텔이 국내 PC 제조사들에게 경쟁 사업자의 CPU를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각종 리베이트를 제공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 조치를 했습니다. 그러나 100일이란 시간은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오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죠.

이전 정권에서의 공정위와 어떤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까? 

과거와 현재는 많이 다릅니다. 과거 공정위의 주요 정책의 축은 대기업 집단에 관련된 내용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출총제, 상호출자 금지 등, 지켜야 할 규칙을 지키면서도 공정위가 정책의 큰 축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경제를 촉진시키느냐는 식으로 집행해갈 생각입니다. 물론 사전 규제를 푼다고 상호출자 금지와 같은 시장의 준칙까지 모두 완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사전적인 규제보다는 실제 자유를 주고 자유로운 활동을 하다 생기는 반칙 행위, 즉 사후적 규제에 대해 엄격히 감시할 생각입니다. 이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성숙하면,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집에서 아예 나가지 못하게 하기보다는 밖에 내보내되 잘못한 것에 대해 꾸짖어 이를 고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과거 집행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 상황이나 시대 상황이 바뀌었다는 말입니다. 과거는 과거대로의 역할이 있었고 이제는 변화해야 되는 환경 속에서 경제 규모도 커졌기 때문에 그에 맞는 새로운 역할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정책의 진화인 것이죠.

기업 규제는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해 왔던 것 같습니다. 시장의 요구에 따라 규제의 내용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합니다. 다만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와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 준칙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고속도로를 생각해 보세요. 고속도로를 운행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규제가 없다면 그것을 고속도로라 할 수 있을까요. 만일 차선도 없는 도로에서 달리라고 한다면 무서워서 누가 달릴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차선이 있고, 차선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사회적인 합의 또는 규제가 있기 때문에 고속도로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고속도로의 차선과 같은 규제를 하는 것은 상호출자 금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이의 성숙도에 따라 부모의 간섭 정도가 달라지듯 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라 규제도 진화되고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업들도 규제를 더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출총제 폐지 및 지주회사 규제 완화는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습니까.

출총제를 폐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고 현재 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법제처 심사 중입니다. 향후 국무회의를 거쳐 6월말까지 정부안을 18대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또 지주회사 규제 완화, 소위 한 지주회사 내에 금융 계열사를 허용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공정위에게 굉장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현재 관련 부처와 충분히 토의를 하는 중이고, 어떠한 정책이 결정될 때까지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18대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 위해서는 야당을 비롯한 반대론자들의 반발 등에 대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제가 하는 정책에 대해 국회에서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은 줄 알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의원들을 찾아뵙고 설명을 드리는 등 18대 국회에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도록 국회를 최대한 설득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서 정책에 의해 파생되는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출총제 폐지를 반대하는 분들은 과거와 같은 경제력 집중과 대기업 집단의 무분별한 확장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정위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해 나갈 것이며, 기업들도 이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 정부를 표방했음에도 기업의 화답이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친기업이라고 하지 않아서 화답이 없는 것일까요.(웃음) 저는 한 번도 친기업이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친시장이라 표현하죠. 시장의 플레이어가 꼭 대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소비자고 있고, 중소기업도 있고, 그래서 저는 마켓 플랜들리(Market friendly)라는 말을 선호합니다.

또 기업의 화답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기업의 투자라는 것은 우리가 정책을 친기업으로 바꾼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투자 여부는 규제뿐만 아니라 사업의 수익성, 향후 경기 전망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할 많은 변수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지금은 잘 아시다시피 국제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최근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등 국제적 여건이 크게 악화돼 기업 입장에서 지금은 투자하기 참 좋지 않은 상황일 겁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봅니다. 기업가들이 꼭 합리적인 판단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동물적 감각을 발휘해 정상인이 볼 때 비합리적인 판단도 해줘야 또 이것이 기업가인 것입니다.

지금 3개월만 보고 화답이 있다 없다 판단하는 것은 너무 이릅니다. 우리나라 기업가들도 신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에 부흥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투자 활성화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공정위도 5개 업종의 물가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공정위의 시장 감시 기능에 대한 요구에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습니까? 

지금 물가가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유가가 작년 배럴당 66달러(2007년 5월24일 기준)에서 129달러(2008년 5월21일 기준)로 두 배가 올랐으니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이 이상하죠. 특히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의존도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물가가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물가 관리를 취우선 정책 목표로 두고 있는 것입니다.

공정위가 직접적으로 특정 품목의 물가를 관리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공정위는 ‘5개 업종에 대한 독과점 기업을 감시하겠다’고 했습니다. 공정위의 기본 사명은 경쟁 촉진입니다. 다만 담합이나 각종 불공정 행위로 공정 거래를 저해할 경우, 특히 집중적으로 5대 업종에 대해 감시하겠다는 겁니다. 공정위는 의료, 사교육, 이동통신, 자동차, 석유 이렇게 5개 업종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경쟁 촉진을 통해 가격을 유도하면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좀 더 싸고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결과를 얻게 되겠죠. 최종적인 혜택은 소비자의 후생 증진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5개 업종이 담합해 물가를 상승시켰다는 의혹이 종종 제기됐는데요.

증거 자료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조사할 용의가 있습니다. 5개 업종에 대해서는 현재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감시중입니다. 자세한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정유 사업과 이동통신 사업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는 학원비, 석유, 의료센터들의 구조적인 담합 문제에 대한 심증은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어 그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지난 5월말 커피, 맥주, 골프장 그린피 등 국내외 가격 차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해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일부에서는 공정위가 물가 관리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소비자에게 상품 가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선택하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주고 자유롭게 선택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책의 방향입니다. 그것을 일부에서는 가격을 낮추기 위함이라고 보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있습니다. 왜 가격이 비싸냐하는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공공업자들의 담합이 있다든가 불공정 거래 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공정위가 제재를 해야 하는 것이죠. 국내 가격이 국제 가격에 비해 불합리하게 높은 분야에 대해 카르텔, 불공정 행위 등의 법 위반 행위가 있는지 여부 또한 감시합니다.

지난 5월의 조사는 제재하기 위해 조사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기 위해 조사와 원인분석을 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공정위가 치료해 나갈 것이고요, 결과적으로 물가가 떨어진다면 소비자의 후생 극대화를 이루는 것이겠죠. 다시 말해 조사의 첫 출발이 공정위가 물가 관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제는 공정위뿐만 아니라 어디든 과거처럼 마음대로 물가를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은 누구보다도 국민들이 더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재벌이 무분별한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물론 재벌의 참여를 제한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겠지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 출총제를 폐지한다, 대기업에 대한 사전적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니 많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과거와 같은 문어발식 확장, 즉 경제력 집중 현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대기업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항상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더욱이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인수한다면 모를 일이지만 은행 차입을 통해 무리하게 기업을 확장해 나간다면 정말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은 또 한번 신뢰를 잃는 계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를 완화해도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란 신뢰를 쌓는 것입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과도하게 재벌 위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시장이라는 것에는 대기업도 있고 중소기업도 있습니다. 친시장이란 시장경제의 작동에 필요한 기본 준칙을 세우고, 이러한 기본 준칙들이 잘 지켜지는지를 감시하는 것입니다. 공정위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시장참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합니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하는 것은 시장에 진입하고 퇴출되는 과정을 보다 원활하게 하고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경쟁이 촉진되고 경제가 활성화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재벌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소비자, 나아가서는 국가 경제 전반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에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이 잘 돼야 하는 것이고, 그 못지않게 중소기업도 잘 돼야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듣기 위해 부산, 광주, 대전 등 지방 대도시들의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대기업은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습니다.(웃음) 사실 전경련은 한 번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경련 한 번 간 것은 언론에서 굉장히 크게 다루고, 중소기업 현장이나 중소기업중앙회 방문한 것은 보도하지 않더라고요. 나름대로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을 듣고 거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오히려 제가 안타깝습니다.

시장 플레이어로서 기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또 소비자들입니다.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소비자원에서 한 것도 소비자를 위한 정책을 펴 나가겠다는 신호였습니다. 이런 것에 대한 평가 또한 언론이 좀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결코 재벌 위주의 정부가 아니라 시장 친화적인 정부, 시장을 활성화시켜 경제를 살리는 정부라는 희망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중소기업들을 위해서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까.

중소기업의 상황이 어려운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해보니 과거에는 ‘자금 사정이 어렵다, 인력난이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납품단가 연동제의 조속한 도입과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한 감시와 제재 강화를 건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의 합리적 조정을 유도하는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하도급 거래 통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입니다.

새 정부 들어 공정위는 소비자정책의 주무부서가 되었습니다. 이른바 소비자 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 공정위의 역할이 기대됩니다.

공정위의 큰 정책의 축은 경쟁 촉진입니다. 경쟁의 최종 혜택은 누구냐. 결국 소비자입니다. 기업은 상대 기업을 향해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소비자의 주머니를 향해 경쟁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어떻게 기업으로 이전시키느냐 하는 것이죠. 돈을 강제로 빼앗을 수는 없으니 어떻게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서 공급하느냐, 어떻게 하면 가격적인 매력을 느끼게 해주느냐, 이게 경쟁이거든요. 최종적인 종착지는 역시 소비자들의 혜택인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소비자원이 공정위의 산하기관이 된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공정위에 개설된 소비자정책국과 소비자원 등의 협조를 통해 소비자 주권을 지키는 일을 할 것입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과거 시장에서의 거래는 재래시장, 또는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지만, 앞으로는 사이버 상에서의 거래, 즉 전자상거래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현재도 오프라인보다 전자상거래의 규모가 더 큽니다. 전자상거래 방법들이 굉장히 첨단화, 다양화될 겁니다. 그럼 이제 소비자들이 피해볼 수 있는 상황이 많아질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진화된 정책이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공정위에서 감시를 해 나가고 일정한 규제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피해보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나가겠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공정위의 강제조사권, 즉 수사권과 관련된 법령 개편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강제조사권에 대해 아직은 검토할 생각이 없습니다. 옷을 다 벗겨야만 환자를 진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베테랑 의사는 환자의 안색만 봐도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있지만, 초보 의사는 이것저것 다 검사해봐야 아픈 곳이 어딘지 알 수 있습니다. 강제조사권이 없어 조사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조사 직원들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업무의 전문성을 제고한다면 효과적인 조사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전문성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것을 떠나 조사하기에 앞서 기업이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신호를 보내 빨리 시장의 규제가 확립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더 급선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기업의 자율시정을 활성화하는 것이 강제조사권을 도입하는 것 못지않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의 순서를 먼저 기업의 자율적인 협력관계를 유도한 뒤에 조사관들에게 전문성을 갖게 하고, 그래도 안 된다면 그때 강제조사권에 대해 논하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 정부의 경제철학이 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큰 축 중 하나는 실용적 사고입니다. 경제정책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정책의 목적보다는 정책의 성립 단계에서의 이면적 색채나 시대정신의 반영 여부 등을 가지고 정책의 성과를 따지는데, 신정부가 실용주의 사상이라는 것은 그러한 이념적인 것을 떠나 정책이 가져오는 효과가 국민을 편하게 해주느냐,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느냐, 또 과연 국민들이 바라는 정책이냐 하는 실용적 접근을 하는 것이 신정부의 커다란 축의 하나라고 봅니다.

또 하나는 창의성입니다. 경제 전략이 시장 중심일 때 굉장히 중요합니다. 과거 정부가 모든 정책을 주도해 나갈 때는 창의성이 작동할 수도 없었고 때로는 그것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정부가 선도하고 민간센터는 따라가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오히려 따라갈 때 이것저것 생각이 많으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거든요. 그러나 친시장 시대에는 시장 스스로 자기의 행동과 그 결과로 인해 나타나는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또 때로는 스스로가 더 좋은 방향이 없는지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창의성인 것이죠. 그래서 제가 ‘창의적 실용주의’라는 말을 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은 하나의 철학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해야겠다는 방법론에 있어 실용적 접근을 해야 하는 것이고, 또 시장 중심의 경쟁으로 가야 된다고 하면 주체들이 창의성에 근거하는 사고를 갖춰야 한다는 취지로 내세웠던 것입니다.

새 정부의 경제철학이 뭔지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 같습니다. 저는 그 책임이 저를 비롯한 신정부의 많은 정책 책임자들에게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민, 기업 그리고 언론에게 그러한 철학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또 찬반 의견을 나눠보는 등의 과정들이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소통의 부족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앞으로는 이러한 철학을 공유하는 자리를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보람 인턴기자 / 사진 : 홍승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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