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2일 오후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단지. 이날 국토교통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발표로 재건축 아파트 단지 투자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 조선일보 DB
2019년 8월 12일 오후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단지. 이날 국토교통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발표로 재건축 아파트 단지 투자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 조선일보 DB

결혼 7년 차 맞벌이 김모(34)씨 부부는 최근 주말마다 서울 마포구 부동산을 돌고 있다. 성북구 66㎡(20평) 전세 아파트에 사는 김씨 부부는 11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일찌감치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김씨 부부는 결혼 후 수차례 청약에 도전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분양가상한제 도입 후 다른 청약을 노리는 게 어떻겠냐는 주변의 조언도 있지만, 당첨 가능성이 희박해 내린 결정이다.

8월 12일 정부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민간 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정부가 정책 수혜자로 지목한 실수요자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청약 가점이 높고 현금 여력이 있는 중장년층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을 가능성이 커졌지만, 청약 가점이 낮은 30~40대 무주택자들은 청약 경쟁률이 높아져 당첨될 가능성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의 청약 가점은 84점 만점에 39점이다. 청약통장 가입 시점(17점 만점에 12점), 무주택 기간(32점 만점에 12점), 부양가족 수(35점 만점에 15점)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투기과열지구 아파트 청약 당첨 평균 가점은 50점이다. 김씨는 “주변 또래 친구들 점수도 비슷한 수준”이라며 “아파트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당첨 가능성이 더 떨어졌다”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이르면 10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서울·분당·과천 등 전국 31곳 투기과열지구의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에 적용된다. 분양가는 보통 토지 감정 평가액과 표준 건축비, 건설사 이윤을 더해 결정되는데, 여기에 상한을 둬 집값 급등을 막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시장 가격 통제 제도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일반 분양 물량에 따른 수익이 줄어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늘어난다. 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 등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기대 수익이 줄어들고, 급매물이 늘어나 부동산 가격 조정 가능성이 커진다. 실수요자들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청약할 수 있어 ‘로또 아파트’라는 별명이 붙었다. 실제로 청약통장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청약통장(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예금·청약부금) 가입자는 약 2500만 명으로 지난해 말(2400만 명)보다 증가했다.


도입·완화·폐지 반복할수록 집값은 급등

사실 분양가상한제는 역대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시도됐다가 실패해 수정·폐지를 거듭한 정책이다. 당장은 분양가를 떨어뜨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축소, 주택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논란이 많았다. 가장 먼저 1977년 박정희 정부 시절 도입한 분양가상한제는 ‘로또 아파트’만 양산하다가 전세금 폭등, 외환 위기 사태 등을 거치며 1998년 폐지됐다.

이 정책이 부활한 것은 2007년 참여정부 시절이다.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다시 부동산 규제를 꺼내든 것이다. 이때 규제와 더불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겹치면서 집값 상승세가 멈췄고,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잡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2017년 이후 2년 동안 주택 공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당시 아파트 공급 물량을 보면 2007년 5만 호였던 아파트 인허가 건수가 2008~2009년 2만~2만7000건 수준으로 30% 넘게 감소했다. 분양가상한제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막힌 탓에 주택 공급이 축소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2019년 김현미식(式) 분양가상한제도 결국은 과거와 비슷한 문제를 낳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주택 공급 축소가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다. 주택난이 심각한 서울의 경우 주택 공급의 중요한 축은 재건축·재개발로 대표되는 정비 사업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이 정비 사업을 규제하는 정책이다. 영향권에 드는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만 306개 사업지에 달한다. 규제에 막혀 사업이 장기화할수록 서울·수도권 분양 시장이 급랭해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일단 규제를 앞둔 부동산 시장에서는 당장 집값이 주춤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 발표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2% 상승하며 직전 기간(0.03%)보다 상승률이 줄었다. 특히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강남 4구의 아파트값 상승률(0.03%)이 전주(0.05%)보다 둔화했다. 실제로 대표적인 강남의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7월 초 19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호가가 19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할수록 장기적으로는 집값을 낮추는 효과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평균 분양가가 현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당장 서울 강남·용산 등 고가 신규 주택 분양가는 떨어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과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집값을 억제하던 규제를 완화하는 순간 집값이 폭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들어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자마자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것이 대표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15년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이후 집값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책 연속성 없이 완화·시행·폐지 등을 반복하다 보면 집값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 시장 급랭이 주변 신축 아파트 수요 급증으로 이어져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멈추면서 주변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우려는 벌써 현실화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월 입주한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개포2단지) 전용면적 59.96㎡는 지난 7월 18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6월 16억원에 거래된 뒤 한 달 만에 14% 넘게 오른 것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경제에서 시간은 비용을 의미하는 만큼 재건축 사업이 장기화할수록 조합원의 비용이 증가한다”면서 “이 경우 최근 입주를 마친 신축 아파트의 시장 희소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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