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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딜로이트 디지털 한국 비즈니스 리더
김태환 김태환 딜로이트 디지털 한국 비즈니스 리더

“고객 경험을 원한다면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부터 하지 마세요. 메타버스는 수단일 뿐 목표가 아닙니다.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를 먼저 발행했다고 메타버스에서 승리하는 건 아닙니다. 전투에 참여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이기는 게 목표여야 해요.” 

김태환 딜로이트 디지털 한국 비즈니스 리더(파트너)는 최근 인터뷰에서 메타버스 시대의 디지털 고객 경험 전략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2025년 전 세계 시장 규모 추정치만 427조원, 모두가 메타버스 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이때 그가 ‘메타버스를 하지 말라’고 말한 속뜻은 신기술은 수단일 뿐, ‘고객 경험’이란 분명한 목표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김 파트너는 “기술의 변화는 당연히 모니터링하고 활용해야 하지만, 수단이 목표를 왜곡해선 안 된다”라며 “우리 기업이 조준하는 고객을 명확히 하고, 고객에게 줘야 하는 경험이 무엇인지를 구체화한 후 신기술을 선택해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파트너는 현재 딜로이트코리아의 디지털 부문 리더를 맡아 다양한 기업을 컨설팅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객 경험’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1980년대 소비재가 다양해지고 기업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고객을 만족시켜 선택받아야 한다’는 세일즈 마케팅 개념이 등장했다. 이후 고객 만족 관리, 고객 관계 관리(CRM), 고객 경험 관리 등으로 발전했다. 고객 경험이란 고객을 대하는 모든 경영 활동을 의미한다. 고객 관계 관리가 이미 고객이 경험한 결과에 기반해 전략을 짜는 것이라면, 고객 경험 관리는 소비자 입장에서 고객에게 발생하는 경험을 관리하는 것이다. 전자가 고객의 거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고객 대상 설문 등을 기반으로 한다면, 후자는 고객 입장에서 발생하는 경험 자체를 연구하고 그 맥락(콘텍스트) 안에서 우리 기업과 어떻게 관계하는지를 살핀다는 차이가 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고객 경험이 더 중요해졌다.
“오프라인 세상에선 볼 수 없던 걸 디지털 세상에선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24시간 스마트폰을 들고 살게 되면서 기업은 고객이 소비하고 고민하는 바를 더 정확히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가방을 만든다면, 과거엔 디자인이나 효율성부터 따지는 게 논리적인 접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방을 드는 사람에 대해 연구한다.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A라는 사람의 페르소나를 만들고, 외부 미팅이 많고 출장도 자주 가는 A에게 필요한 가방이 뭔가를 생각한다. 가방 색은 중요하지 않으니 무채색으로 하고, 이어 구조를 짜는 식으로 상품을 개발한다. 이른바 ‘휴먼 센터드 디자인(Human Centered Design)’, 즉 인간 중심 디자인이다.”

많은 기업이 고객 경험을 내세우지만, 정작 소비자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고객 경험이라는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기업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에 상시 적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다. 회사가 추구하는 고객 경험 목표가 확실하더라도 각 부서가 중복해서 업무를 수행하거나 서로 상충된 메시지를 전달하면 고객은 혼란스럽다. 일관되지 않은 경험이 쌓이고, 결국엔 브랜드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어떤 부서에서 고객 경험 전략을 주도하는 게 효과적일까.
“고객 경험은 최고경영자(CEO)의 어젠다가 돼야 한다. 고객 구매 여정을 살펴보면 초기엔 영업팀이 관장하고, 나중엔 마케팅팀이나 서비스팀이 주도권을 갖게 되는데, 각 부서가 목표나 실적 등에 집중하다 보면 고객 경험이라는 미션은 뒤처지고 경험의 일관성도 떨어진다. 이는 대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CEO가 전사의 고객 경험을 책임지고, 전 부서가 일관되게 전략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고객 경험은 어떻게 설정하나.
“먼저 경쟁사보다 확연히 다른 고객 경험을 포지셔닝해야 한다. 영국 향수 브랜드 조말론은 기분 좋은 향이나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향이 아닌 ‘행복한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는 향수’로 브랜드 콘셉트를 잡아 니치 향수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예컨대 첫 데이트의 설렘, 결혼식 날의 가슴 벅참 등을 재현하는 식이다. 각각의 경험을 담다 보니 향수 종류만 30가지가 넘는다. 단지 품질이 좋아서가 아니라 창업자가 고객 경험에 초점을 두고 브랜드 전략을 설계한 결과, 성공할 수 있었다. 나이키도 좋은 예다. 나이키는 러닝화를 팔기 위해 고객에게 ‘달리는 경험’을 줬다. 러닝 애플리케이션(앱) ‘런 클럽(NRC)’을 만들어 고객이 함께 뛰도록 하고, 그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상품을 제안했다. 이처럼 고객 경험을 정립하고 나면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목표 경험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반영하는 식으로 프로세스를 설정해야 한다.”

좋은 고객 경험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다섯 가지다. 개인화하고(personalized), 의미 있고(meaningful), 신뢰할 수 있고(trustworthy), 맥락에 맞으며(contextualized),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emotional) 경험이 그것이다. 철저히 소비자 중심에서 봐야 한다.”

메타버스 시대의 고객 경험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나.
“메타버스 시대라고 해서 고객 경험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전술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서비스 간 접근이 제한된 ‘닫힌 정원(walled garden)’ 상태의 메타버스가 당분간 지속되리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제페토의 프로 유저라고 해도 로블록스에선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처럼 폐쇄되고 난립한 메타버스 시장에서 기업이 모든 플랫폼을 일일이 관리하는 건 무리다. 비용만 많이 들고, 효율적이지 않다. 기업은 진정한 고객 경험에 대한 이해를 통해 데이터가 여러 플랫폼에서 안전하게 연동되는 멀티버스(multiverse)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자사가 디지털상에서 고객에게 주고 싶은 경험 자체에 집중해야지 서비스 사업자에게 끌려다니거나 종속돼선 안 된다.”

NFT를 발행하거나 메타버스 마케팅에 뛰어든 유통 기업이 많다.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역설적이지만, 메타버스를 시작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메타버스를 하기 전에 ‘타깃 고객에게 주고자 하는 고객 경험이 독창적이고 명확한가’를 자문해야 한다. 메타버스도 NFT도 결국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우리 회사가 겨냥하는 고객이 명확한 상태에서, 그 고객에게 줄 경험이 무엇인지를 구체화한 뒤 그것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수단으로 메타버스를 선택·활용해야 한다.”

김은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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