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수출 차량이 선적을 앞두고 독일 엠덴항에 주차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폴크스바겐 수출 차량이 선적을 앞두고 독일 엠덴항에 주차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유럽연합(EU)이 미국 기업들에 대한 관세장벽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우리도 모든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 6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말이다. 그로부터 사흘 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관련 조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EU는 그간 양국 간 무역장벽을 이용해 불공정한 이익을 취하고 있었는데, 이 불균형이 해소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부터 트럼프 지시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PIIE)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2080억달러 규모의 자동차(부품 제외)가 상무부 조사 대상에 들어갔다. 조사 착수 270일 안에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규정상 내년 2월까지 시간이 있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보고 기간을 단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빠르면 9월 중 최악의 경우 20~25%의 수입차 관세 부과가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초 수입차에 25%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최근 트위터에서는 20%로 수정해 혼선이 있었다.

미국이 촉발한 무역전쟁에 대한 공포감은 가장 먼저 독일 자동차 업계를 덮쳤다. 중국이 7월 6일부터 미국산 자동차에 4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독일 차가 타깃이 됐다. 여기에 트럼프의 전방위적인 수입차 고율 관세 부과 위협도 악재로 작용했다.

가장 먼저 우려를 표한 기업은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다. 다임러는 6월 20일 “미·중 무역전쟁으로 올해의 이자·법인세 차감 전 이익(EBIT)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이라며 실적 전망치를 내려 잡았다. 4월 말 같은 항목에 대한 예상을 상향 조정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실적 전망을 뒤집은 것이다.

지난해 다임러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벤츠 C클래스 세단과 GLS, GLE 6만 대를 중국으로 수출했다. 최근 중국 내 고급 SUV 수요 증가로 호시절을 맞았던 다임러의 실적이 관세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유럽 내에서도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독일 경제가 미국의 수입차 관세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EU가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466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중 독일산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202억달러에 달했다. 이 때문에 독일의 싱크탱크 CES IFO는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독일 경제에 60억달러 상당의 손실을 입힐 것으로 예상했다. GDP의 0.2%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트럼프가 고율 관세에 대해 언급한 22일 하루 동안 독일 증시에서 주가가 BMW 2%, 다임러 1.4%, 폴크스바겐 1.1% 하락했다. 유럽 17개국의 자동차, 부품 관련 기업 주가를 토대로 만들어진 스톡스 600 자동차·부품 지수가 2011년 9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도요타, 현대·기아차도 위기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하는 일본 자동차 업계의 불안감도 크다. 작년 미국 시장에서 팔린 일본 자동차 677만 대 중 절반에 가까운 332만 대는 일본(30%)과 캐나다·멕시코(양국 합산 20%)에서 만들었다. 이 물량을 미국 현지 생산으로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본 자동차공업회는 이달 초 홈페이지에 도요다 아키오 회장(도요타자동차 현 사장)의 이름으로 올린 글에서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차값이 상승하면 현지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좁아질 것”이라며 “자동차와 부품 산업을 비롯해 수입차 딜러사 경영이 악화돼 미국 경제와 고용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이와(大和)종합연구소의 계산에 따르면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올리면 승용차와 부품을 포함, 일본 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액수가 연간 2조2000억엔(약 23조원)에 달하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는 올해 도요타·닛산·혼다·마쓰다·스바루·미쓰비시 6개사 합산 영업 이익 전망치(4조550억엔)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한국도 미국의 관세폭탄 위협에서 예외가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이 미국에 수출하는 차량의 현지 판매가가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 기아차의 올해 1분기 미국 판매는 도요타 등 일본 차의 약진으로 인해 부진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 0.7%씩 판매가 줄었다. 여기에 관세폭탄까지 맞을 경우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한국은 미국에 자동차 78만1000대를 수출했다. 이 중 현대‧기아차가 약 65만6000대 수준이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악의 경우 9월 이후 미국에서 팔리는 한국산 자동차에도 20%대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plus point

美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트럼프發 무역전쟁

미국 문화의 상징 할리데이비슨이 앞으로 9~18개월 동안 미국 내 생산 시설 일부를 기존 해외 생산 기지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문화의 상징 할리데이비슨이 앞으로 9~18개월 동안 미국 내 생산 시설 일부를 기존 해외 생산 기지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블룸버그

자국 기업에 도움을 주려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부메랑이 돼 정치·경제적으로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

6월 26일 미국의 오토바이 회사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내 생산 기지 일부를 호주, 태국 등지에 있는 기존 해외 공장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6% 수준이던 유럽연합(EU)의 오토바이 수입 관세율이 크게 올랐다는 이유에서였다. EU는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달 22일부터 오토바이를 비롯한 청바지, 버번위스키 등 ‘미국 대표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3월 미국이 철강 관세 25%를 부과한 탓에 원자재 비용이 상승한 상황에서 이번 EU의 결정에 부담이 가중됐고, 이 때문에 유럽 현지 오토바이 공급 가격이 평균 2200달러(약 250만원) 비싸졌다고 회사는 주장했다.

할리데이비슨은 펜실베이니아와 미주리, 위스콘신 등 트럼프와 공화당의 기반인 중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 민주당 텃밭이었던 이 지역 민심을 제조 업체들의 생산 기반 복귀로 겨우 돌려놨던 트럼프로서는 할리데이비슨의 생산 기지 해외 이전 결정이 정치적 악재가 될 수 있다.

또 상당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시작한 무역전쟁이 자국 자동차 기업은 물론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GM, 포드 같은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회사도 멕시코와 캐나다 등지에서 자동차와 부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GM과 포드도 미국 판매 물량의 각각 30%와 20%를 (해외에서 만들어) 수입하고 있다”며 “이들도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도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3년간 미국 내 일자리 19만5000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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