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 포항공대 물리학과, 한국코트렐 연구원, 심플렉스인터넷 대표
이재석
포항공대 물리학과, 한국코트렐 연구원, 심플렉스인터넷 대표

올해 5월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은 여성 의류·화장품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를 6000억원에 인수했다. 대박 신화의 주인공인 스타일난다의 홈페이지를 맨 밑까지 내려보면 영어로 ‘Hosting by cafe24(카페24가 제공)’라는 문구가 작게 적혀 있다.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 하단에 ‘Hosting by cafe24’라고 적혀있다면, 카페24의 솔루션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카페24는 쇼핑몰 사업자에게 홈페이지 구축 솔루션을 무료로 제공하는 회사다. 카페24의 시가총액은 10월 4일 기준 1조11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전자상거래 총거래액 17조1000억원 가운데 약 40%(6조7000억원)가 카페24가 구축한 쇼핑몰에서 나왔다.

카페24의 사업 모델은 전자상거래 생태계가 덩치를 키울 수록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다. 쇼핑몰 솔루션을 쇼핑몰 창업자들에게 무료로 공급하고 사용자를 늘리는 데 주력하는 전형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다. 일단 쇼핑몰 솔루션을 쓰게 한 후, 외국어 번역, 고객서비스(CS), 마케팅, 창업 교육 등 부가 업무를 유료로 팔아 수익을 낸다. 이제는 전국에 32개의 ‘창업센터’를 열고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택배’ ‘세무’ ‘모델 섭외’ 등의 서비스를 판매한다. 국내에는 카페24처럼 쇼핑몰 창업자가 필요로 하는 부가업무를 한번에 지원하는 회사는 없다. 경쟁사가 없는 셈이다.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이제는 ‘보라매 회장님’ 소리를 듣는다. 회사가 보라매공원 근처에 있는데, 이 지역에서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기업인이라는 별명이다. 그는 1999년 창업해 2003년 현재의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시작한 ‘벤처 1세대’다. 그가 보유한 회사 지분은 7.64%, 10월 4일 기준 평가액은 약 816억원(1주당 11만8600원)에 달한다.

지난 8월 29일 서울 신대방동 카페24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10년간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사업을 밀어붙였다”고 했다. 무료로 서비스를 공급하고 이용자를 늘려 ‘네트워크 효과’를 내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원리와 성공공식을 아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15년 넘게 쇼핑몰 솔루션이라는 한 방향으로 이 비즈니스의 원칙을 고수하며 끝까지 버틴 사람은 이 대표뿐이었다. 이 대표는 “‘이러다 망한다’는 소리를 회사 안팎에서 자주 들었다”면서 손사래 치며 웃었다.

망하기는커녕, 카페24는 올해 2월 ‘테슬라 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에 입성해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테슬라 상장은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적자 상태임에도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것처럼, 비록 현재는 손실 상태라고 해도 잠재력이 충분하면 상장시키는 특례 제도다. 증권가에서는 카페24의 올해와 내년 예상 영업이익을 각각 218억원, 409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올해 3월 카페24에 대해 “이커머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국의 주도적인 사업자”라고 했다.


2003년에는 온라인 쇼핑이 활발하지 않았을 텐데, 현재의 사업 모델을 어떻게 생각했나.
“인터넷으로 사람을 모으기만 하면 뭐라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지 않고 거래를 하는 ‘비대면 교환 시스템’은 정말 세상이 뒤집어지기 전까지는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대면 거래를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은 늘어날 텐데 홈페이지 구축이 막막할 테니, 이들이 쉽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표현 세가지가 있는데, △직관 △이론 △벤치마킹이다. 직관적으로 상상하고, 이 상상이 이론적으로 타당성이 있는가 따져본다. 가령 베트남에 마트를 세우겠다는 상상을 해봤을 때, 이 나라 사람들이 멀리서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이론에 따라 검토해보는 식이다. 그러고 나면 다른 산업군에 나의 상상의 결과물을 벤치마킹할 만한 요소가 있는지 대조 검토해본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분야는 달라도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블록체인’은 세균과 작동 원리가 비슷하다. 세균은 중앙에서 통제하는 존재가 없어도 개별 세균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움직인다. 탈중앙화를 작동 원리로 하는 블록체인의 구조와 똑같다. 이처럼 항상 완전히 다른 분야 간 벤치마킹 대상이 있는지 찾아본다. 이 원칙을 통과한 사업모델을 10년 넘게 별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밀어붙였다.”

솔루션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에 회사 내부의 반발은 없었나.
“우리 회사는 단지 우리 회사의 경쟁력만 따지는 게 아니라, 전자상거래라는 ‘클러스터(집단)’를 중시한다. 이 클러스터 안에는 카페24, 쇼핑몰 사업자, 고객 등 다양한 주체가 있다. 이 참여자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쇼핑몰이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마케팅 등 나머지 업무는 카페24가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는 더 좋은 상품을 공급받게 된다. 만약 우리가 빨리 돈을 벌겠다고 고객들에게 플랫폼 사용료를 부과했다면 클러스터 전체의 이익이 줄어들어 전체의 이익은 ‘제로섬(zero-sum)’이 될 수도 있었다. 우리는 클러스터 전체의 이익 증가가 먼저라고 봤다.”

2016년까지 해외 진출을 준비하느라 대규모 투자를 해서 적자가 났다고 들었다. 과감한 결단을 내린 배경은?
“일본 사업자가 일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쇼핑몰을 구축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었고 올해 안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기존엔 도쿄(2012년)와 후쿠오카(2016년)에 지사를 두고 국내 고객들의 일본 고객 대상 판매를 돕고 있었다. 예전부터 일본에 출장을 가면 사업 파트너들이 ‘왜 일본 쇼핑몰들에는 솔루션을 안 파느냐’며 채근을 했다. 한국 쇼핑몰이 일본 고객에게 상품을 팔 수 있도록 일본어 버전의 홈페이지를 제공하는 것은 2012년부터 해왔다. 사실 다 한류 덕에 가능한 일이다. 일본이 외국 기업에 굉장히 보수적이지만 한류에 대해서 만큼은 열려있다. 오래전부터 한류를 두고 ‘사우디 유전보다 큰 원재료가 발굴됐다’고 해도 주변 반응은 ‘저 사람이 혼자 아무 말이나 떠든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직원들에게 들어보니 회사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인 것 같다. 사훈이 따로 있나.
“사훈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타인에 대한 결례다. 같이 생활하면서 구호를 강요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서로 존중하고 잘 살자’가 원칙이어야 한다. 지식산업 시대에는 직원이 자기주도적으로 업무를 해석해야 한다. 각자 해석이 다르면 토론을 하면서 맞춰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에선 내가 아무리 대표이사라도 주변의 부탁을 들어주기가 어렵다. 실무자가 많은 권한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담당자가 거절하면 포기해야 한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2007년부터 도입된 ‘레저휴가’ 제도 덕에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다같이 쉰다. 이 대표는 “기계도 오래 쓰면 고장나는데,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식 산업 시대엔 사람도 ‘리부트(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켜는 것)’를 해야 한다”면서 “하루 정도 더 쉬고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낮추면 회사에 이익”이라고 말했다.

상장 후 어떤 변화가 있나.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상장에 대한 것은 잊고 사는 편이다. 증시에 입성하면서 회사 이름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 같긴 하다. 주가가 아무리 올랐다 하더라도, 나는 아직도 카페24 주식이 아주 저평가된 ‘휴지 조각’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2월 카페24의 공모가는 5만7000원이었다. 카페24의 주가는 코스닥 지수가 휘청대는 상황에서도 올해 7월 20만4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으며 약 4배 상승했다가, 최근 외국인 매도로 12만원 안팎에서 주춤하고 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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