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컨퍼런스(SDC) 2018’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스토어 게임데브 등 콘텐츠 서비스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왼쪽부터 토마스 고 삼성전자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 담당 상무, 존 행크 나이언틱 CEO, 팀 스위니 에픽 게임즈 CEO. 사진 삼성전자
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컨퍼런스(SDC) 2018’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스토어 게임데브 등 콘텐츠 서비스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왼쪽부터 토마스 고 삼성전자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 담당 상무, 존 행크 나이언틱 CEO, 팀 스위니 에픽 게임즈 CEO. 사진 삼성전자

11월 7~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18’에서 삼성전자가 폴더블(foldable) 디스플레이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해 낸 삼성전자의 혁신에 전 세계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만큼이나 중요한 미래전략을 발표했다. 내년 출범을 앞둔 삼성전자 모바일 디바이스용 앱 마켓인 ‘갤럭시스토어’와 게임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 툴인 ‘갤럭시 게임데브’다.

갤럭시스토어는 ‘갤럭시앱스(앱)’, ‘게임런처(모바일게임)’, ‘삼성테마(배경화면 등 그래픽)’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모바일 콘텐츠 유통 창구를 한데 모으는 것이 핵심이다. 앱 마켓은 모바일 기기용 콘텐츠를 유통하는 창구로 구글의 구글플레이와 애플의 앱스토어가 대표적 앱마켓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앱마켓 유통 창구가 분산돼 있었다. 창구도 분산돼 있고 사용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탓에 안드로이드폰 기반의 앱마켓인 구글플레이, 아이폰 기반의 앱마켓인 앱스토어에 크게 밀렸다.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60.7%, 24.5%에 달하는 반면, 갤럭시앱스의 시장점유율은 3.2%에 불과하다. 갤럭시 사용자들조차도 삼성의 자체 앱마켓인 갤럭시앱스를 그다지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날 행사에서 토마스 고(Thomas Ko) 삼성전자 글로벌콘텐츠서비스 상무는 ‘갤럭시스토어’를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갤럭시 게임데브'의 역할을 적극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삼성전자가 과거에도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모바일 게임의 중요성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회사 전략 차원에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지금 이 시점에 갤럭시스토어(콘텐츠 유통), 갤럭시 데브(게임 개발사 지원) 카드를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세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1│게임으로 스마트폰 교체 수요 자극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 예상량은 2억 9600만대 수준. 삼성전자는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3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생산했는데, 그 3억대 벽이 5년 만에 깨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모바일기기의 교체 주기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교체 주기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려면 타 제조사와 차별적인 기기를 만들어 내거나 또 다른 수요를 자극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폴더블 디스플레이로 하드웨어 측면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을 활성화해,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자극하려는 포석으로 분석한다.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은 게임의 규모가 커지고 기술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PC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MMORPG(대규모 다중접속 사용자 롤플레잉 게임) 장르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인기 있는 고사양 모바일 게임을 공급해 사용자들이 게임을 적극적으로 다운로드 받도록 하면, 게임 구동에 필요한 고성능 모바일 기기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논리다. 더욱이 게임은 여가활동 가운데 비용이 가장 적게 들기 때문에 불황기일수록 수요가 커진다.

삼성전자는 게임하기 좋은 스마트폰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8월 출시된 갤럭시노트9는 고성능 스테레오 스피커, 고성능 배터리, 발열 방지 기능 등으로 게임 유저들 사이에 호평을 받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PC시장이 침체일 때 삼성전자는 ‘게임용 PC’로 시장을 타개했던 전력이 있다”며 “대작 모바일 게임이 더 인기를 끌면 그만큼 삼성전자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작 게임을 즐기려면 그만큼 갤럭시 같은 고성능 스마트폰이 필요하고, 고성능 스마트폰을 만들려면 고사양의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스마트폰과 반도체를 둘 다 만드는 삼성전자로는 불황을 타개하는 데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SK텔레콤이 개최한 5GX 게임페스티발에서 참가자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9 스마트폰으로 모바일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SK텔레콤이 개최한 5GX 게임페스티발에서 참가자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9 스마트폰으로 모바일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2│‘소비자 접점’으로 앱마켓 활용

삼성전자가 ‘갤럭시스토어’를 최종 소비자에 대한 창구로 적극 활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종 소비자와의 접점이 크게 부족했다. 기기 판매는 통신사가, 앱 판매는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한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의 기술력과 대조적으로 소프트웨어 등 관련 서비스에서는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갤럭시스토어 출범으로 이 같은 불만을 완화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스토어에서 축적한 소비자 데이터를 스마트폰 마케팅과 기기 혁신의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모바일산업연합회는 보고서를 통해 아이폰이 외국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중국 내수판매 톱5 안에 드는 것은 자체 앱스토어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앱스토어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주효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앱마켓 사업 확대는 게임 개발사의 니즈와도 맞아떨어진다. 글로벌 모바일 앱 유통시장은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구글플레이가 과점하고 있으며, 개발사들이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 지급하는 앱 다운로드 수수료율은 매출의 30%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스토어의 다운로드 수수료율을 크게 낮추고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면, 인기 있는 게임을 제작하는 개발사들이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가 아닌 갤럭시스토어로 몰릴 수도 있다. 전 세계 갤럭시 보급률을 고려하면 갤럭시스토어의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3│가상현실(VR) 등 신기술 테스트베드

삼성전자가 모바일 게임 유통으로 눈을 돌린 것은 인공지능(AI), VR, 블록체인 등 신기술 개발과도 결을 같이한다. 삼성전자는 VR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2014년 출시한 VR 헤드셋 ‘삼성 기어 VR’이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대가 팔렸다. 게임은 VR 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VR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 확대는 정체기에 접어든 웨어러블 하드웨어 시장이 재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게임을 AI 등 신기술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효정 삼정KPMG 수석연구원은 “게임은 가상의 공간이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신기술 테스트가 가능하다” 라고 설명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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