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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2016년 발간한 ‘유엔 미래보고서 2045’에서 30년 후 인공지능(AI)에 대체될 위험성이 큰 직업 중 하나로 변호사를 꼽았다. 변호사 업계가 ‘리걸 테크(Legal Tech·법과 첨단 기술의 결합)’의 가파른 글로벌 성장세를 생존의 문제로 인지하는 이유다. 최근 국내 변호사 업계는 리걸테크를 앞세운 법률 플랫폼이 변호사 간 수임료 경쟁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올해 5월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는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개정했다. 로톡은 변협의 규정 개정이 헌법상 과잉금지·신뢰보호·평등·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변협과 로톡의 대립은 어떤 결론을 맺을까. 양측에서 각각 추천받은 법률 전문가 두 명이 상반된 주장을 담은 기고문을 보내왔다.
신인규 법률사무소 청직 대표변호사 한양대 법학, 경북대 로스쿨 4기, 변호사 시험 제4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 소속 변호사(구조부장 직무대리)
신인규 법률사무소 청직 대표변호사
한양대 법학, 경북대 로스쿨 4기, 변호사 시험 제4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 소속 변호사(구조부장 직무대리)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는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고,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며, 사회 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한다. 변호사법 제2조는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해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한다”라고 규정한다. 다수의 평범한 변호사는 오로지 돈을 벌 목적만으로 변호사가 된 것이 아니라 변호사법의 준엄한 지상 명령을 함께 실현하기 위해 변호사가 됐다.

변호사법은 변호사와 비(非)변호사의 동업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사건 수임 단계에서 기망, 과장 광고 등 오로지 사건 수임만을 목적으로 하는 각종 위법 행위가 개입될 우려가 커 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로 도입된 것이다.

로톡은 변호사의 사건 수임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로톡에 광고비를 많이 지불한 변호사를 상위에 노출하고 있다. 결국 로톡이 법조 생태계의 최상단에 위치하는 셈인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그 수익은 곰의 주인이 가만히 앉아서 챙기는 것과 같다. 수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로톡이 오로지 돈만 좇아가는 변호사와 손을 잡으면 사건을 의뢰한 고객이 받을 해악과 피해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이는 또 다른 법조 불신의 원인이 된다.

로톡은 변호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뿐 잘못된 변론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률적 책임을 지지 않는 모순도 함께 보인다. 현재 로톡을 중심으로 이와 유사하거나 더 강화된 형태의 유사 플랫폼들이 출현해 변호사 시장을 심각하게 교란하고 수임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로톡은 변호사에 대한 광고가 아닌, 로톡 자체를 광고한다. 원칙적으로 변호사 광고는 변호사만 할 수 있도록 변호사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로톡은 변호사를 광고한다는 명분을 들고 결국 로톡이라는 플랫폼 자체를 광고함으로써 플랫폼에 소속된 변호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고 수익도 창출한다. 이는 단지 변호사를 홍보하는 행위를 넘어 변호사에 대한 명백한 지배‧종속 관계를 형성해 변호사의 사건 수임에 본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변호사법에서는 사건 중개를 담당하는 브로커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오프라인 브로커도 문제가 심각해 위반 시에는 처벌 대상이 된다. 온라인 브로커는 영향력의 범위가 훨씬 크므로 처벌과 규제의 필요성 역시 더욱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로톡이라는 거대한 공룡이 외부로부터 14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아 변호사 시장을 장악했고, 로톡에서 제공하는 질 낮은 법률 서비스에 따른 의뢰인의 피해는 이미 현실이 됐다. 로톡에 종속된 변호사는 다시는 플랫폼을 벗어나서 변호사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자유롭게 누리지 못할 것이다. 변호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비단 변호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변호사의 직무는 공공성을 지닐 뿐 아니라 변호사의 전문지식을 상품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 구조와는 본질적으로 맞지 않는다.

변호사법은 지금, 대한민국의 법률이다. 로톡이 변호사법을 준수해야 함은 상식이다. 정의는 돈으로 살 수 없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법조 불신의 근원인 브로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신인규 법률사무소 청직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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