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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금융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digital universal bank)’가 전통 금융지주그룹의 주요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는 금융그룹이 하나의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은행·보험·증권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핀테크 플랫폼의 금융 진출 확대에 대항하기 위해 금융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배달·숙박·쇼핑 등 비금융 플랫폼 신(新)사업에도 적극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기존 금융 업권과 다른 규제를 받는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논쟁 초기에는 동일 규제를 적용해 빅테크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는 데 무게가 실렸다면, 현재는 ‘금융그룹에 비금융 플랫폼 사업을 영위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최근 주요 시중 은행장 간담회에서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 전환을 중심으로 은행의 업무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비금융 플랫폼 진출은 걸음마 단계다. 신한은행은 배달 앱 ‘땡겨요’를 통해 음식 배달업에 진출했다. 신한은행은 배달 앱 중개 수수료보다 사업 과정에서 얻게 될 각종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가맹점으로부터 앱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고, 중개 수수료도 공공 배달 앱 수준으로 적게 받는 대신 배달 노동자(라이더)의 소득정보와 소비자의 결제 정보 등을 얻어 본업인 금융 서비스와 연계하려는 계획이 깔렸다. 실제 신한은행은 라이더 배달 수행 정보를 기반으로 신용 평가를 하는 ‘라이더 전용 대출’과 ‘땡겨요’에 입점한 개인사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와 ‘개인 택배 배달·픽업 서비스’ 등을 모바일뱅킹 앱 ‘우리WON뱅킹’에 출시했다. 우리은행이 앞서 선보인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30여 개 보험사 실손보험 가입자가 세브란스병원, 성모병원 등 90여 개 주요 대형병원을 이용한 경우 진단서, 영수증 등 별도의 종이 서류를 발급받을 필요 없이 ‘우리WON뱅킹’으로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다.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해 거쳤던 번거로운 과정을 은행 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KB국민은행은 지도를 기반으로 부동산 정보를 보여주는 ‘KB부동산’ 서비스를 출시했다. KB시세부터 실거래가, 매물 가격, 공시 가격, 인공지능(AI) 예측 시세, 빌라 시세까지 다양한 부동산 가격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최신 청약 정보를 제공하고, 중개사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추가했다. 나아가 인테리어 앱 연계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지주사들은 별도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뱅크 인 뱅크(BIB·은행 안의 은행)’ 혹은 100% 자회사나 다른 기업과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별도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표 사례로 이스라엘 르미(Leumi)은행이 2017년 18~35세 고객을 대상으로 내놓은 모바일 플랫폼 ‘페퍼(Pepper)뱅크’를 비롯해 유럽 BNP파리바 ‘헬로뱅크’,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페이페이뱅크’, 미국 골드만삭스 ‘마커스’ 등이 있다. 

허지윤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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