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물나무 사진관’에 걸려 있는 가수 아이유 사진, 포토매틱에서 셀카를 촬영한 배우 공효진.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왼쪽부터 ‘물나무 사진관’에 걸려 있는 가수 아이유 사진, 포토매틱에서 셀카를 촬영한 배우 공효진.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결혼 6년 차인 곽보연(여·32)씨는 3월 10일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마을에 있는 사진관 ‘봄’에서 남편, 딸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다. 이곳은 흑백 즉석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관. 만삭 사진도 흑백으로 남겼던 이 부부는 3년 만에 다시 흑백 사진을 찍었다. 곽씨는 “여러 번 촬영해 몇 장씩 인화할 수 있는 디지털 사진과 달리 찰나의 순간을 단 한 장에 담는다는 의미가 크다”며 “디지털 세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우리만의 추억을 남긴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날로 진화하면서 사라져갈 것만 같던 사진관이 다시 인기다. 최근 20~30대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이 모여 사진관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가 날로 발전하며 눈가 주름, 입술 옆 점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시대 흐름과 반대로 피사체의 윤곽, 질감을 살리는 것에 집중하는 필름 사진, 그중에서도 흑백 전문 사진관을 찾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혼자 흑백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사진관까지 등장했다.


‘세상에 단 한 장’뿐인 흑백 즉석 사진

사진관의 부활을 이끈 건 뭐니 뭐니 해도 흑백 사진이다. 현재 전국에 흑백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10곳이 넘는다. 이 중에서도 사진 촬영 뒤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흑백 즉석 사진이 인기를 끌고 있다.

흑백 즉석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관은 대부분 옛날 감성이 묻어나는 동네에 있다.

서울 ‘물나무 사진관’ ‘연희동 사진관’은 최고 높이가 5층 미만인 건물이 붙어 있는 계동, 연희동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다. 부산 신창동의 ‘근대 흑백사진관 그리다’는 국제시장 뒷골목에 있다. 김규현 연희동 사진관 대표는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 있는 흑백 사진을 다루는 사진관이 빌딩 숲 사이에 있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며 “옛날 서울 느낌이 나는 주택가 위주로 위치를 알아봤다”라고 말했다.

20~30대를 중심으로 남들과 다른 것을 갖고 싶다는 욕구가 증가한 것은 흑백 즉석 사진이 인기를 끄는 원인 중 하나다. 자녀의 돌이나 백일처럼 특별한 날에 예스러운 느낌의 사진을 남기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다섯 살 딸을 키우는 성정연(여·36)씨는 “아이가 한 명인 만큼 다른 아이들과 다른 추억을 갖도록 하고 싶다”며 “컬러 사진을 찍었지만, 흑백으로 즉석 사진을 한 장 더 남겼다”고 말했다.


사진사 없이 ‘내가 찍는다’, 흑백 셀카 인기

흔한 셀카 대신 흑백 필름으로 자신을 촬영하는 사진관도 등장했다. 서울 신사동의 사진관 ‘포토매틱’은 연예인 공효진, 노홍철, 이하늬, 손나은 등이 셀프 촬영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혼자 또는 반려견과 함께 다채로운 표정으로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이 사진관이 유명해졌다. 이곳에선 15분 동안 스스로 리모컨을 눌러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흑백 즉석 사진으로 유명한 물나무 사진관에서도 사진사 없이 혼자 하는 자화상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자신을 찍어야 하지만,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 오히려 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오기도 한다. 물나무 사진관은 고객의 자화상만 모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포토매틱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한 김진영(여·26)씨는 “사진 찍는 건 하나의 놀이”라며 “친구들 생일마다 와서 사진을 찍은 뒤 SNS에 올린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규현 ‘연희동 사진관’ 대표
“피사체 손끝까지 신경 쓴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필름 사진의 맛”

연희동 사진관 외관과 김규현 연희동 사진관 대표. 사진 연희동 사진관
연희동 사진관 외관과 김규현 연희동 사진관 대표. 사진 연희동 사진관

매일 오후가 되면 서울 연희동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2층 건물 앞에 사람이 줄지어 서 있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동네 이름을 딴 ‘연희동 사진관’. 디지털 시대에 한껏 폼을 낸 사람이 일부러 사진관을 찾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더군다나 이곳을 찾는 이들이 주로 촬영하는 것은 필름 사진. 그중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흑백 즉석 사진이다. 즉석 사진은 예약이 안 돼 주말이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손님 응대부터 촬영을 도맡고 있는 김규현 연희동 사진관 대표를 12월 3일 만났다.


언제 문을 열었나.
“2015년 4월 말에 정식으로 오픈했다. 그전에는 서울예술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뒤 서울 방배동에서 웨딩 스튜디오를 5년 정도 운영했다.”

디지털 시대에 필름 사진을 촬영하는 이유는.
“사진 전공자로서 아날로그의 가치를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필름 사진은 촬영하는 지금, 이 순간을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이다. 간혹 ‘눈을 감았다’며 사진을 다시 찍고 싶다는 분이 있다. 물론 재촬영을 하면 나는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눈을 감은 것도 방금의 나이기 때문에 다시 찍지 말라고 권한다. 이렇듯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매체가 필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사용하는 흑백 즉석 사진용 필름이 단종됐다. 운영상의 어려움은 없나.
“6년 전에 단종됐다. 연희동 사진관이 문을 열기 전이다. 그 때문에 2년 전까지 필름 재고 확보에 공을 들였다. 앞으로 2년 동안은 문제없이 운영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다. 현재 폴라로이드라는 회사는 물론 몇몇 회사가 흑백 즉석 사진용 필름을 개발하고 있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흑백 사진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컬러 즉석 사진도 찍는다.”

촬영이 끝난 뒤 사진관 외관을 배경으로 찍어주는 사진이 화제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은 장소에도 의미를 부여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이벤트다. 액자나 현상된 사진 위에 ‘연희동 사진관’이라는 이름을 넣는 대신, 간판을 배경으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준다.”

흰색 바탕에 나무로 장식한 외관 디자인은 직접 했나.
“목공소에서 나무를 다듬는 작업부터 창 크기, 나무 격자 크기를 결정하는 작업까지, 하나하나 직접 디자인했다. 장소에 맞는 디자인이 사람들을 부를 것으로 생각했다.”

첫 손님과 기억에 남는 손님은.
“건축일을 하는 50대 초반의 여성이 첫 손님이었다. 간판도 달기 전인데 외부 인테리어를 보고 찾아왔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산책길에 찾아온 동네 어르신이다. ‘영정사진 찍어줘요?’라고 물으시더니 집에 가서 드레스셔츠와 넥타이를 매고 재킷을 입고 오셨다. 사진에 담기지 않는 하의는 산책하던 그대로 운동복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지병이 있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자식들 주게 몇 장 더 주소’라며 자녀분을 챙기시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연희동 사진관만의 특징은.
“사장인 내가 모든 사진을 직접 찍는 것이 영업 철칙이다. 손님들은 ‘매해 찾아오는 기념일을 한 사람에게 맡기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직접 모든 사진을 촬영하는 이유다.”

흑백 사진에서 ‘사진발’이 잘 받는 옷은.
“개인적으로 명도가 낮은 회색 종류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여기다 꽈배기 니트 등 옷감의 질감이 보이는 소재의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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