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 화장품 매장.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 화장품 매장. 사진 롯데백화점

화장품 업체 클리오 주가는 6월 14일 전 거래일(11일)에 비해 1.65% 오른 2만780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56%가량 올랐다. 작년 고점을 찍은 1월 17일 대비 작년 말까지 37.4% 급락했던 주가가 반등한 것이다.

클리오의 주가 반등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화장품 시장의 빠른 회복 기대감을 반영한다. 클리오, 페리페라 등 브랜드를 보유한 클리오는 색조 브랜드가 매출에서 80% 이상을 차지한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집에 머무는 사람이 늘면서 수요가 급감해 어려움을 겪던 화장품 업계가 훈풍이 불고 있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포스트 백신 수혜 업종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장품 중에서도 코로나19 피해가 특히 심했던 색조화장품이 기저효과가 맞물리며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본다. 

실제 백화점 매출에서도 화장품 시장의 회복세는 감지된다. 지난해 모두 감소세를 면치 못했던 국내 3대 백화점 매출이 올 들어 이미 두 자릿수 증가세로 돌아섰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들어 5월까지 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1% 늘어난 데 이어 국내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6월 들어 13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18%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화장품 매출은 2019년보다 8%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3% 늘어난 데 이어 6월(1~13일)에도 증가율이 12.1%에 달한다고 했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이 8.5% 감소했던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작년 화장품 전체 매출이 0.4% 줄었던 신세계백화점 역시 올해 1월부터 6월 13일까지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하는 회복세로 반전됐다고 밝혔다.

화장품 시장 반등은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색조화장품 부문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13일까지 색조화장품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은 17%, 기초화장품은 19%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초화장품 매출이 4% 감소할 때 색조화장품이 26% 위축된 것을 감안하면 색조화장품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조연실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선임바이어는 “보복소비 영향에 색조화장품 매출이 3월 전년 대비 플러스 전환한 데 이어, 백신 접종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6월엔 확연히 회복되는 모습”이라며 “색조 상품군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설화수와 헤라 등은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색조화장품 제품군을 재단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CJ올리브영이 6월 초 일주일간 진행한 ‘올영 세일’에서는 봄 세일 때와 비교해 색조화장품 매출이 25% 늘면서 기초화장품 매출 증가율(23%)을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기초화장품 중심의 키엘·설화수·랑콤 등은 마스크 착용으로 생긴 피부 고민 해결사로 그나마 선방했지만, 맥·입생로랑·바비브라운 등 색조화장품은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박은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화장품 회사들의 자체적인 비용 효율화 효과가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수요 회복,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며 “특히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색조화장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시장은 전체적으로 18% 위축된 가운데 색조화장품과 기초화장품의 마이너스 성장률이 각각 22%와 3%로 색조 부문의 타격이 뚜렷했다.

색조화장품 실적이 코로나19 확산과 백신 접종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건 글로벌 흐름이기도 하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충격으로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은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특히 색조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17% 위축된 반면 기초화장품 시장은 1% 감소에 그쳤다. 색조화장품 회복세는 한국보다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시장조사 업체 IRI의 조사 결과 4월 18일까지 직전 4주간 미국 내 립스틱 매출이 3420만달러(약 386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8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에 기록한 같은 기간 매출의 85% 수준까지 올라온 것.


글로벌 화장품 “포스트 코로나 수요 잡자”

국내외 화장품 업계는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에 이어 포스트 코로나 수요를 잡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4%, 11% 늘어난 2조367억원, 370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화장품 부문 매출이 10.1% 늘었다. 회사 측은 “2019년 8월 더 에이본 컴퍼니를 인수했다”며 “이와 함께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아시아와 북미 사업권을 인수한 유럽 더마 화장품 피지오겔을 바탕으로 시장 확대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향후 더마 제품군을 확대하고, 글로벌 3대 뷰티 시장인 미국, 일본, 중국에서 현지 법인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로 구조조정까지 단행한 아모레퍼시픽도 올 1분기 중국의 소비심리 회복에 힘입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5%, 191.1% 늘어난 1조3875억원, 1977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올해 1분기 개선된 실적을 냈지만, 재작년 기준으로는 아직 85~90% 수준이다”라며 “올해 2분기는 재작년 2분기 수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본격적인 성장은 2022년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더마 화장품과 각 브랜드 육성,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인 미국 에스티로더와 프랑스 로레알도 일상 복귀에 대한 실적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에스티로더는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난 38억6000만달러(약 4조3618억원)를 기록했다. 파브리치오 프리다 에스티로더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메이크업 르네상스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로레알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5.4% 늘어난 76억1450만유로(약 10조43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이 2019년보다 6.3% 감소했던 것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이다. 라로슈포제, 세라비 브랜드를 포함한 로레알의 더마 화장품 사업 부문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2% 늘었다. 더마 사업 부문은 로레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지만, 지난해에도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13%)을 했다.

실적 회복 지역도 백신 접종률이 높으면서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난 국가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미 지역 실적은 1~2월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19와 폭설로 부진했지만, 3월부터 백신 접종과 경제 활동 재개로 매출이 빠르게 회복하며 전년 대비 매출 감소 폭을 줄였다. 로레알의 북미 매출은 지난해 8.8% 감소했지만, 올 1분기에는 감소 폭이 1.8%에 머물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1분기 매출은 코로나19 회복 속도가 빠른 중국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로레알 측은 “백신 접종률이 높거나 코로나19 회복이 빠른 중국, 미국, 이스라엘에서 확인했듯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전 지역에서 색조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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