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민 예산사과와인 대표 2010년 예산사과와인 설립 / 정제민 대표가 예산사과와인의 주요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정제민 예산사과와인 대표 2010년 예산사과와인 설립 / 정제민 대표가 예산사과와인의 주요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은은한 사과 향이 매력적이다. 전체적으로 향도 적당하고, 맛도 깔끔하고, 마시기에도 부드러워서 증류주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색다른 느낌의 경험을 선사해줄 것 같다. 88점(100점 만점).” - 방송인 정준하(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병이나 상표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일반적으로 감압 증류를 하면 향의 소실이 심한데, 이 제품의 경우 향이 살아있어 그 품격이 느껴진다. 94점.” - 김재호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전통주 홍보 업체 대동여주도(대표 이지민)가 주관한 한국 술 테이스팅에 참여한 전통주 전문가들이 올해 초 출시된 ‘추사백 25’ 시음기로 내놓은 내용의 일부다. 농업회사법인인 예산사과와인은 사과 와인과 사과 증류주 ‘추사’를 생산하는 양조장이다. 올해 초 추사백 40(500㎖)과 추사백 25(350㎖) 등 2종을 출시했다.

추사백은 사과를 착즙한 후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약 8%의 당분을 첨가해 30일 동안 발효하고, 감압 증류기로 저온 증류한 술이다. 이 중 추사백 25는 소비자 가격이 1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데다 도수도 낮아 젊은 소비자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예산사과와인의 사과 증류주로는 ‘추사 40’이 있다. 오크통에서 3년 이상 숙성해 색상이 호박색이다. 맛과 향 역시 오크 향이 강해 위스키와 비교해서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고급 사과 증류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500㎖ 한 병 가격이 6만원에 달해, 실제 판매는 활발하지 못했다.

가격이 ‘착하지 못한’ 오크통 숙성 추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제품이 이번에 나온 추사백이다. 추사백 40도는 3만원대, 25도는 1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추사백은 증류 과정에서 초류를 3% 정도 제거했다. 메탄올 같은 숙취 원인 물질이 없어 뒤끝이 깨끗한 게 특징이다. 상압 증류 방식으로 내린 추사와 달리 추사백은 감압 증류를 선택해 탄 냄새가 없고, 맛이 부드럽고, 상큼하다는 것이 양조장의 설명이다. 예산사과와인 양조장을 찾아 정제민 대표를 만났다.


예산사과와인의 제품들. 왼쪽부터 추사백과 추사, 사과 와인이 전시돼 있다. 사진 예산사과와인
예산사과와인의 제품들. 왼쪽부터 추사백과 추사, 사과 와인이 전시돼 있다. 사진 예산사과와인

추사백을 내놓은 배경은
“추사백은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술이다. 2010년에 설립했으니, 와이너리를 시작한 지 만 10년이 됐다. 최근에는 많이 바뀌긴 했는데, 그동안에 와이너리를 방문해 술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본인이 마시려고 사는 게 아니라 선물용으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크통에서 숙성한 추사(40)의 경우 500㎖ 한 병에 6만원이다. 지금 한국의 증류주 시장을 보면, 희석식 소주 시장이 압도적으로 크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성인 1인당 연간 소주 86병을 마셨다고 한다. 3조원이 넘는 시장이다. 그런데 그런 술의 원료를 살펴보면 기가 막힌다. 국산 원료가 아니다. 외국에서 수입해 주정을 만들어 물을 많이 탄 술이다. 100% 수입산 원료이니, 우리 농민과는 상관이 없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앞으로 희석식 소주 시장이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 있고, 바뀔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그걸(희석식 소주) 대체할 만한 술을 내놓을 생각으로 추사백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가격과 품질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가성비가 답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어떻게 했나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추사백은 감압 증류와 가당을 택했다. 우선, 오랜 숙성을 해야 하는 상압 증류를 피했다. 또 추사 40은 가당을 하지 않고 만드니까 원료 사용량보다 생산되는 술이 너무 적다. 반면에 추사백은 가당을 좀 해서 알코올 도수를 높였다. 알코올 수율을 높이기 위해 가당을 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알코올을 추출할 수 있는 양을 늘린 것이다.”

오크통 숙성 추사와 스테인리스 탱크 숙성 추사백 맛과 향의 차이는
“추사와 비교해 추사백에서 사과 향을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오크통에서 장기 숙성하는 위스키나 브랜디의 향과 맛은 오크통이 결정한다. 무슨 재료로 술을 만들었느냐보다 80~90%는 숙성 용기가 향과 맛을 결정한다. 원료 자체가 주는 아로마 향보다는 오랜 오크통 숙성에서 오는 부케 향이 더 결정적이다. 사과 증류주의 경우 원래 사과 향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되면서 사과가 갖고 있던 원래의 아로마들은 많이 손실된다. 대신에 오크가 가진 바닐라 향, 초콜릿 향 등이 더 강렬하게 날 수밖에 없다. 추사 역시 오랜 오크통 숙성 탓에 사과 향은 많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추사백의 경우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6개월만 숙성했기 때문에 사과 향이 상큼하고 깔끔하다.”

예산사과와인 양조장은 크게 4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2010년에 지은 카페동에는 사과 와인 발효·숙성실, 카페·레스토랑, 교육·체험장, 전시·판매실,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서 있다.

카페동 아래쪽으로 올해 1월에 새로 지은 자재 창고는 완성된 술과 각종 자재를 보관한다. 추사백 발효와 숙성고, 상압·감압 증류 설비를 갖춘 생산설비가 들어선 곳도 신축 건물이다. 생산시설과 창고시설 모두를 합하면 3300㎡ 정도다. 전국의 양조장 중 규모 면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추사백이 잘나가니까 예산사과와인은 증류주만 생산하는 양조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발효주가 3종류 있다. 사과 와인 2종, ‘블루베리 와인’이 있다. 사과 와인 2종은 사과 품종이 다르다. 하나는 후지를 원료(식용 금가루 들어 있는 제품)로 한 ‘추사애플와인’, 또 하나는 레드러버(스위스 원산지 사과로, 속이 빨간 사과) 품종을 쓴 ‘추사로제’다. 발효과실주 3종은 모두 스위트 와인이다.

사과 와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정말 경쟁력이 있나
“내가 만드는 예산사과와인은 이미 세계적인 와인이다. 이곳 은성농원에서 직접 생산한 사과로 만든 사과 와인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일한 만큼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본다. 우리가 농사짓고, 그 농부가 직접 술을 만들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사이다(사과탄산와인)가 무엇으로 만들었든 굳이 그것과 비교하면서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식의 비교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와인은 그냥 한국 와인이다. 예산사과와인은 예산사과와인이다. 가장 지역적인 술이 가장 세계적인(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술이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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