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월스트리트에서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역사상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가 역전(逆轉)되면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드는 일이 많았는데, 올 들어 장기채 금리가 떨어지며 이 차이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미래에 자금 수요가 줄 것이라고 보고 갈수록 장기채 금리가 떨어지게 된다.

펠드스타인 교수도 곧 경기 침체기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그 이유가 기존의 상식과 약간 다르다. 그는 오히려 장기채 금리가 더 높아지기 때문에 침체기가 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하버드대 교수, 옥스퍼드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미국 경제조사연구소 소장,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하버드대 교수, 옥스퍼드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미국 경제조사연구소 소장,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

올 한 해 S&P 500 지수는 큰 폭으로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에 다시 연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현재 주가지수가 올 초와 비교했을 때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 초 대비 현재의 S&P 500 기업 ①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은 12% 하락했다. 해당 기업들이 내는 순이익 대비 주가가 올 초보다 저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전히 미국 증시의 PER은 역사적 평균치보다 40% 정도 높은 수준이다. PER이 평균보다 높다는 것은 2008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떨어뜨린 뒤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② 금리가 오르게 되면 주식시장 매력도는 떨어지게 되고 하락장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지난 2년 동안 미국의 ③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거의 두 배 정도 상승했다. 그런데 현재 3% 수준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2개월 물가상승률 평균치 2.9%를 ④ 살짝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세 가지 요인이 미국 국채 금리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첫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2020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2~3.5%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이미 막대한 수준의 미국 정부 재정 적자 규모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점점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기 위해 재무부는 발행 국채 금리를 더 올려 투자자들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수년간 쌓인 재정 적자로 공공 부채 규모도 급증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현재 15조달러(약 1경7000조원) 규모의 공공 부채는 ⑤ 2020년 말 30조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실업률이 떨어지면서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⑥ 물가상승은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게 되고, 이에 대한 보상심리로 고금리 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위의 세 가지 이유로 향후 수년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서게 되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가상승률 3%를 가정하면 이 경우 실질 금리가 역사적 평균치인 2%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정상화(금리 상승 의미)’에 따라 PER도 역사적 평균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평균보다 40% 높은 PER이 평균 수준을 회복한다는 것은 가계 자산 8조달러 감소를 의미한다. GDP의 1.5% 수준이다. 결국 가계 소비 지출 감소, 기업 투자 감소로 이어지게 돼 미국 경제가 침체기(리세션)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역사상 미국 경기 침체기는 기간도 짧고 정도도 심각하지 않았다. 침체 시작부터 회복 시작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1년에 불과했다. 2007년에 이 시간이 평균보다 훨씬 길었던 것은 당시 금융 시장 붕괴의 영향이 컸다. 그 외 사례를 놓고 봤을 때는 ‘짧고 굵게’ 상황이 마무리됐다. 모두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정책 덕분이었다. 기준금리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내렸던 것이다.

하지만 다음 침체기를 생각하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침체기가 2020년쯤 시작된다고 가정하면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라는 통화정책을 쓸 여지가 없다. 2020년 말 연준의 기준금리 예상치는 3.5%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수준의 기준금리하에서는 통화정책이 침체기에 맞서 싸우는 무기가 될 수 없다.

여기에 대한 대안 중 하나는 감세나 지출 증대를 통한 재정 부양책이다. 그러나 이미 미국의 연간 재정 적자 규모가 1조달러에 육박하는 데다, 누적 공공 부채도 GDP의 100%에 근접한 수준이다. 정치적으로 재정 부양책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다음 경기 침체기는 지금까지의 경험보다 더 심각하면서도 골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그때 정부가 재정 정책을 펼친다면 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은 100%를 훌쩍 넘기게 되고, 장기채 금리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좋은 전망은 아니다.


Tip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 기업이 버는 돈에 비해 주가가 비싼지 싼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PER이 높다는 것은 그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비싸다는 의미다. 11월 2일 기준 S&P 500 지수의 PER은 21.96이다.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여왔다. 그 결과 증시가  고평가(PER이 높아지는 것)됐다. 금리 상승기에는 증시 등 위험자산에 쏠렸던 글로벌 자금이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한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4월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연 3%를 돌파했다. 미 국채 금리 3%는 그동안 이어진 ‘채권 강세장(채권 금리 하락, 채권 가격 상승)’을 마무리 짓는 상징적 숫자로 인식된다. 11월 6일 기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214%를 기록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2.00~2.25%로 연간 물가상승률 평균치 2.9%와 비교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 수준이다.

CBO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은 78%다. 이 비율은 앞으로 점점 증가해 2028년쯤 100%, 2048년엔 미 역사상 최고치인 152%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전의 최고치는 전쟁 비용과 경기 침체로 허덕이던 1946년의 122%였다. 미국의 적자가 급격히 불어난 것은 공화당이 지난해 12월 통과시킨 세제개편안의 영향이 컸다고 CBO는 주장한다. 여기에는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 규모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들이 구인난을 겪으면서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올해 시간당 평균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올랐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10~2014년 평균 상승률 2%를 웃도는 수준이다.

plus point

연준 11월 금리 동결…다음달 인상 기조 확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8일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0~2.25%로 동결했다. 다만 다음달에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강하게 줬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연방기금금리의 점진적인 추가 인상이 경제 활동의 지속적인 확장과 노동시장 호조, 물가 상승 목표 등과 부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정당화된다”고 밝혔다. 올해 금리를 인상하기 직전에 발표했던 성명문과 비슷하게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연준은 올해 3월, 6월, 9월에 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연준은 경기가 냉각되지도 과열되지도 않는 기준금리 수준을 2.9%로 보고 있다. 지금 속도라면 2019년쯤 이 수준에 이르게 된다.

마틴 펠드스타인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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