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서 접속한 넷플릭스 홈페이지 첫 화면, 오리지널들이 가장 먼저 보인다. 사진 김조한
PC에서 접속한 넷플릭스 홈페이지 첫 화면, 오리지널들이 가장 먼저 보인다. 사진 김조한
김조한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 공학과, SK브로드밴드 미디어 전략 담당,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플랫폼 전쟁’ 저자
김조한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 공학과, SK브로드밴드 미디어 전략 담당,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플랫폼 전쟁’ 저자

세계적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 넷플릭스의 기세가 무섭다. 넷플릭스의 행보 하나하나에 전 세계 미디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주요 미디어 기업들이 넷플릭스와 ‘협력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노선을 변경하며, 미디어 시장의 큰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넷플릭스는 살아남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그 오리지널 콘텐츠에 기반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놓치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이하 오리지널) 전략이 만들어낸 ‘나비효과’를 최근 행보를 통해 소개한다.


1│미국 넷플릭스에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만 남게 될지 모른다

미국 넷플릭스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은 인기 콘텐츠가 있었다. 한국에서 익숙한 콘텐츠도 있고 아닌 콘텐츠도 있다. ‘오피스(NBC)’ ‘프렌즈(Warner Media)’ ‘그레이 아나토미(ABC)’ ‘크리미널 마인드(CBS)’ ‘수퍼내추럴(Warner Media)’ ‘워킹데드(AMC)’ ‘NCIS(CBS)’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넷플릭스가 오랫동안 쥐고 있을 수 있는 콘텐츠는 워킹데드 하나밖에 없어 보인다. 디즈니가 보유하고 있는 지상파 채널이자 스튜디오인 ABC가 제작한 ‘그레이 아나토미’는 최근 디즈니가 NBC에서 나머지 지분 30%를 가져오게 된 경쟁 동영상 플랫폼인 ‘훌루’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CBS는 이미 ‘CBS 올 액세스(All Access)’라는 경쟁 플랫폼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인다. 그런데 이는 미국 안에서만이다. 최근 NBC 유니버설은 2020년에 새로운 동영상 플랫폼을 내놓을 생각이며, 인기 코미디 배우인 스티브 카렐의 히트작 ‘오피스(The Office)’를 넷플릭스에서 가지고 나와 새로운 광고 기반의 플랫폼에서 서비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NBC 유니버설은 미국의 유료 방송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컴캐스트(케이블TV 1위 사업자) 소속이다. 미국 이동통신 사업자이자, 위성방송인 디렉티비를 가지고 있는 AT&T의 워너미디어 또한 프렌즈를 1년만 연장하고 2020년부터는 자사의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콘텐츠 제작사가 플랫폼이 되려고 하는 본격적인 고민은 넷플릭스가 플랫폼이면서 오리지널을 제작·투자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시작됐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가 2013년 CES에서 공개된 이후, 플랫폼 경쟁력으로써 오리지널이 인정받았다. 특히 2016년 공개된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는 구글 트렌드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드라마에 2년 연속으로 뽑히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오리지널이 방송 콘텐츠를 누른 것이다.

이러한 성공은 넷플릭스의 우군이었던 콘텐츠 공급자에게 ‘넷플릭스가 적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겨줬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인정받는 TV 프로그램 상인 에미상에서 HBO를 제치고 노미네이션을 제일 많이 받았던 것은 이러한 불안감을 현실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개인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통해 외부 방송 콘텐츠를 더 많이 보도록 하는 대신 오리지널 홍보에 집중했는데, 이것은 미국 방송 사업자들이 독자 플랫폼 구축 경쟁을 하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전략은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리지널을 뜻하는 넷플릭스 로고가 대부분의 콘텐츠에 붙게 된다면, 앞으로는 오리지널끼리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아이언맨’을 시청한 후, 자연스럽게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루시퍼’를 시청하게 하는 화면을 제공하는 넷플릭스 모바일 페이지. 사진 김조한
‘아이언맨’을 시청한 후, 자연스럽게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루시퍼’를 시청하게 하는 화면을 제공하는 넷플릭스 모바일 페이지. 사진 김조한
넷플릭스 영국, 아일랜드 공식 계정 화면. 6위까지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사진 김조한
넷플릭스 영국, 아일랜드 공식 계정 화면. 6위까지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사진 김조한

2│오리지널의 지속적인 성공이 그들에겐 필요하다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영국 넷플릭스를 통해 매달 가장 많이 본 콘텐츠 리스트를 시험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국가별로 세부 데이터를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5월 9일 영국 넷플릭스 트위터 계정을 통해 4월에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콘텐츠가 공개됐다. 톱 10 가운데 라이온스 게이트가 제작한 ‘나를 차버린 스파이’를 제외하고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순위에 들었다. 특히 6위를 차지한 ‘애프터라이프(2019년 3월 8일 공개)’를 제외하곤 모두 4월에 공개된 콘텐츠다. 만약 6월에 5월 자료가 공개된다면, 5월에 공개된 오리지널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넷플릭스가 데이터를 수정해서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결과는 넷플릭스의 전략이 오리지널을 전면에 내세워서 어떻게든 시청하게 만드는 화면 구성을 제공하며, 어떤 콘텐츠를 시청하더라도 오리지널을 다음 콘텐츠로 추천해서 시청을 유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환경에서 오리지널이 아닌 콘텐츠가 순위권에 든다면 그게 더 놀라울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넷플릭스는 이미 플랫폼 내에서 오리지널 광고에 큰 힘을 쓰고 있다. 계속 제작되고 있는 오리지널들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오리지널들 또한 주목받는 시간이 점점 짧아질 수밖에 없다. 영국 넷플릭스의 4월 다큐멘터리 톱 10 자료를 통해서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수명이 짧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톱 10을 보면, ITV, 내셔널 지오그래픽(디즈니에 최근 인수)의 콘텐츠만 공개된 지 두 달 이상이 됐어도 순위권에 있었다. 나머지 순위권에 있는 오리지널들은 모두 나온 지 한 달 미만인 새로운 콘텐츠였다.

그들의 오리지널 전략이 아직은 가입자 확보라는 큰 효과를 주지만, 조심스럽게 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리지널의 경쟁자가 오리지널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전략은 끊임없는 콘텐츠 제작이 뒷받침돼야만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니와 같은 현재까지의 우군과도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처럼 오리지널이 대부분을 차지하면 오리지널 탓에 우군이 빠져나가고 오리지널의 휘발성이 커질 수도 있다. 언젠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보다 오리지널이 아닌 콘텐츠를 더 찾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김조한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