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깜짝 경질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내각은 핫바지이고 청와대가 주요한 의사결정을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이는 경제 사령탑을 교체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집권 2년 만에 세 번째 교체다. 이렇게 경제 사령탑을 자주 교체한 경우는 YS(김영삼) 시절뿐이다. 2년의 경제실정에도 불구하고 경제 사령탑의 교체가 미덥지 않은 이유는 사람의 교체일 뿐 정책 전환의 의지를 읽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신임 김상조 정책실장은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유연성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근본 골격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우선 소득불평등과 양극화의 주장부터 살펴보자. 어떤 사회의 소득격차가 통계적으로 확대된다고 그것을 문제라고 보는 인식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소득 통계는 사후적 분류의 결과다. 최고 소득층의 소득이 올라갔다고 해서 그것이 부익부 빈익빈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턴을 하던 대학생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면 최하위 소득군에서 상위 소득군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마치 소득군이 고정돼 있고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통계에 대한 무지와 왜곡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득격차의 확대 원인이다. 소득격차는 부자들이 더 큰 부를 축적하거나 가난한 빈곤 계층이 확대되는 경우에도 나타난다. 전자의 경우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해외에서 성공해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를 축적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고 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다면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것이다.

다른 한쪽은 빈곤한 계층이 늘어나는 경우다. 우리나라의 빈곤, 즉 저소득층이 늘어나는 주요한 원인은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이혼율의 상승, 비혼, 만혼에 따른 1인 가구의 증가 등에 기인하는 바가 훨씬 크다. 2015년 통계에 의하면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54%이고, 2인 가구의 경우는 31%이지만 그 이상 가구의 빈곤율은 5~6%였다. 65세 이상 고령 가구의 빈곤율은 48%로 1~2인 가구가 여기에 겹친다. 이혼 등으로 여성이 가구주가 되는 경우의 빈곤율은 31%다. 이런 통계가 시사하는 바는 핵가족화와 가족구성의 변화가 빈곤을 초래하는 것이고 시장의 노동 소득격차가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취업이 안 되는 계층에서 빈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득격차 해소는 임금격차 해소로 고용기회를 줄이는 것과는 정반대로 고용기회 확대와 복지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의 과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제도는 이들 취약계층부터 우선적으로 고용기회를 박탈해 빈곤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적합한 정책 수단이라는 점이 증명됐다.

이 정부가 강변하는 다른 종합대책은 하나같이 시장에 개입해 산업을 파괴하겠다는 정책들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는 신용카드와 관련 산업의 부,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 임대료 규제 강화는 다른 중산층의 소득 저하, 부동산 관련 투자와 산업 위축으로, 통신비 인하는 통신산업의 투자 여력과 일자리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정책은 소수의 기업에서 돈을 빼앗아 많은 수의 국민에게 나눠 주는 정책들이다. 통신비 인하 정책은 3개 통신사의 수익을 엄청나게 감소시키지만 이를 5000만 명의 소비자에게 배분하면 월 수백원에서 수천원의 절감에 불과하다. 카드 수수료도 카드와 관련 기업에는 수익성의 급격한 악화이지만 600만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는 실익은 최저임금 인상에서 오는 원가상승에 비교하면 표시도 나지 않는 금액이라는 점이다. 이는 큰 수로 나누면 모두 작아지는 ‘대수의 문제’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긍정 효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대방안이나 자영업자 비용 지원 대책들은 다른 사업자의 부를 빼앗아서 관련 산업을 파괴하지만 받는 쪽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좋은 의도가 바보 같은 선택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모두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금언을 다시금 되새겨야 하는데 그런 자기 성찰 능력은 없는 것 같다. 이번에 경제 사령탑이 교체됐더라도 기업인들은 문재인 정부 경제실정의 부작용을 한동안 상수로 두고 대비해야 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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