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페이스북이 6월 18일 암호화폐 ‘리브라(Libra)’ 백서를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27개 파트너와 함께 비영리단체 ‘리브라 협회’를 설립해 내년에 리브라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리브라의 목표는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간편한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치권과 금융감독 당국에서는 리브라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매우 컸다. 맥신 워터스 미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미 의회와 규제 당국의 검토가 있기 전까지 리브라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과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 총재도 리브라를 금지할 뜻을 밝혔다. 필자는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로 주요 연구분야는 기업법, 기업지배구조, 화폐금융, 재산권 등이다. 리브라가 전 세계 금융 시스템 안정에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리브라 계획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타리나 피스토르(Katharina Pistor)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 겸 글로벌 법 개정 연구센터 소장,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카타리나 피스토르(Katharina Pistor)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 겸 글로벌 법 개정 연구센터 소장,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페이스북이 최근 세계를 지배하려는 제안, 즉 암호화폐 ‘리브라’ 백서를 공개했다. 리브라는 세계 어디서나 민간 통화로 역할하도록 설계돼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리브라 사업을 준비하면서 중앙은행들, 금융규제 당국들, 최소 1000만달러씩을 투자할 27개 파트너 회사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금융 안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상업 은행과도 제휴하는 것을 피해왔다.

저커버그는 기술적 혁신만으로 리브라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또 금융결제망을 운영하고 자국 통화를 보증하는 각국 정부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리브라가 뱅크런과 같은 인출 러시에 직면한다면 중앙은행들은 어쩔 수 없이 유동성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문은 각국 정부가 리브라와 같은 시스템에 수반될 금융 안정성 리스크를 이해하고 있는지다. 26억 명의 사용자를 가진, 마찰 없는 민간 지불 시스템이라는 아이디어는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은행 관계자들과 통화정책 결정자들이 알고 있듯이 ① 지불 시스템은 민간 기업이 제공할 수 없는 수준의 유동성을 필요로 한다. 국가와 달리 민간 기업은 그들의 방식 내에서 작동하며 일방적으로 금융 규제를 다른 이들에게 강요할 수 없다. 이는 민간 기업이 유동성 위기 때 스스로를 구제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국가로부터 구제받거나 망하는 걸 허락받을 수는 있다. ② 달러화 등 특정 통화에 리브라의 환율을 고정시키는 페그제가 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것은 환상이다. 많은 국가가 페그제를 포기해야만 했다.

페이스북은 회사 규모, 글로벌 영향력,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고 기존 틀을 깨겠다’는 의지 등에서 다른 민간 화폐 발행자들과 차원이 다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리브라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국가가 제공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유동성이 필요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아일랜드를 생각해보라. 정부가 민간 은행 부문의 부채를 책임지겠다고 선언했을 때 아일랜드는 국가 부채 위기에 빠졌다.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기업을 아일랜드 민간 은행에 대비해 보면 많은 국가가 아일랜드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전의 많은 다른 금융중개기관(은행 등)처럼 리브라의 통화가치를 자기 힘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 우리가 듣기로 리브라는 ③ 복수 통화 바스킷 페그 제도로 운영되고 실제 통화로 바꿔달라고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바꿔줄 거라고 한다. 그러나 페이스북 또는 어떤 다른 민간 기업도 페그된 통화를 무한정 가지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보증은 환상이다.


페이스북 로고. 사진 블룸버그
페이스북 로고. 사진 블룸버그

규제 당국이 리브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을 만드는 걸 수수방관할 때 무슨 일이 있어날지 이해하려면 ④ 2008년 9월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의 붕괴 사태를 떠올리면 된다. MMF 투자자들은 은행 계좌처럼 그들이 원할 때마다 투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약속받았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졌을 때 투자자들은 모두 동시에 투자금을 인출하려고 했고 많은 펀드들이 투자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 모든 MMF에 대한 광범위한 인출 요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유동성 공급으로 개입했다. 만약 리브라에 대한 인출 러시가 일어난다면 훨씬 더 큰 규모의 유동성이 필요할 뿐 아니라 리브라에 영향받는 모든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리브라가 내년에 출범하기 전에 개입해서 리브라 계획을 중단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맥신 워터스 위원장이 경고했듯이 각국 정부는 리브라 참여업체들이 ‘사망 선택 유언장(living will)’ 초안을 작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망 선택 유언장’은 금융권 용어로 은행이 지불 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금융규제 당국에 제출하는 계획안이다. 정부 입장에서 유언장은 관계 당국이 리브라의 페그제 포기와 글로벌 인출 러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적절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2008년 9월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처럼 각국 정부는 지급보증을 약속할 것인가. 2012년 7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처럼 유로화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건 뭐든지 하겠다고 할 것인가. 리브라 참여업체들은 그렇게 할 능력이 있기라도 한가. 그들은 리브라와 관련된 모든 국가와 자신들의 입장을 조율하고 손실을 분담할 능력이 있는가. 각국 정부는 리브라 시스템이 지속불가능하다고 판명났을 때 그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가.

페이스북의 리브라 백서 발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위험한 리브라를 지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각국 정부는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부문이 전체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리는 걸 막아야 한다. 정부가 페이스북의 최근 오만한 행동으로부터 우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Tip

우리가 금융을 이용할 때 은행 등 금융회사와 거래하면 끝나는 것 같지만 각 금융회사의 모든 거래는 금융결제 시스템으로 모아져서 결제가 이뤄진다. 한국에서는 한국은행 산하의 금융결제원이 그 기능을 한다. 이 같은 지불 시스템, 금융결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해야 한다. 금융위기가 예상되거나 발생한 경우 중앙은행은 발권력을 동원해 금융시장에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 일반 은행들에 대한 예금 인출 러시, 즉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은행이 은행들의 지급 능력을 보증해주는 것이다. 민간 기업은 발권력이 없기 때문에 지불 시스템에 필수적인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페그제는 일종의 고정환율제로 자국 통화를 특정 통화에 고정시키기 때문에 통화가치 유지,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환율 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이 없어 무역이나 외국인 투자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국가가 환율 통제에 실패하면 심각한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자국의 경제력에 맞지 않게 통화 가치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려 하면 이를 위해 외환보유액 등으로 많은 비용을 써야 한다. 환투기 세력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당시가 그런 상황이었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멕시코, 태국, 러시아, 브라질, 터키 등이 페그제를 포기했다. 현재는 홍콩 등 일부 국가에서만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몇 개국의 통화를 한 바구니(바스킷)에 담은 것처럼 묶어 거래량에 대해 가중평균을 정하고 여기에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환율을 결정하는 제도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복수 바스킷 통화에 고정할 계획이며, 아직 바스킷 통화가 어떤 통화들로 구성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MMF는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을 운용해 은행 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펀드로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유동성 경색 위험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MMF부터 자금을 인출했다. 금융회사가 은행만 아니었을 뿐 뱅크런과 속성이 같았다. 미국 재무부와 FRB는 MMF에 대해 한시적 지급보증을 결정하고 은행들에 자금을 지원해 MMF 내 자산을 매입토록 했다. 펀드회사들은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환매 요구에 응할 수 있었다.

카타리나 피스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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