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물류창고. 사진 셔터스톡
아마존의 물류창고. 사진 셔터스톡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서울대 산업공학, 미 프린스턴대 금융공학 박사,  SSCI 학술지 ‘Quantitative Finance’ 편집장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서울대 산업공학, 미 프린스턴대 금융공학 박사, SSCI 학술지 ‘Quantitative Finance’ 편집장

지난 2017년 학술지 ‘IEEE 인터넷 컴퓨팅’의 편집진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최고의 논문’ 한 편을 선정했다. 그 영예는 2003년 아마존의 연구진이 출간한 ‘아마존의 추천 시스템: 아이템 기반 협업 필터링’에 돌아갔다. 협업 필터링은 온라인 추천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론으로, 특정한 사용자와 유사한 다른 사용자의 행동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미래 행위를 예측하는 접근법이다.

초창기에는 추천 대상인 사용자와 비슷한 구매 내역이 있는 다른 사용자를 찾아내고, 그들이 구매했으나 추천 대상은 아직 구매하지 않은 상품을 추천하는 접근법을 말하는 ‘사용자 기반 협업 필터링(user-based collaborative filtering)’이 대세였다. 그러나 아마존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꿨다. 특정 사용자의 최근 구매 내역을 확인한 뒤, 그 상품과 연관이 있는 다른 상품들을 추천하는 방식인 아이템 기반의 접근법을 적용한 것이다. 2003년에 출간된 아마존의 논문은 사용자 기반 접근법보다 아이템 기반 협업 필터링 방식을 실제 아마존의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으로 적용했을 때 매출 상승률이 크다는 것을 알았다.

속도 측면에서도 아이템 기반 협업 필터링은 사용자 기반 접근법보다 더 우수하다. 특정 사용자와 유사한 사용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아마존의 모든 사용자와 비교할 필요가 있는데, 아마존 프라임 멤버만 해도 1억 명이 넘는 걸 감안하면 실시간으로 개인화된 추천을 하기에는 계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생긴다. 무작위적으로 고른 소수 사용자 집단과의 비교를 고려해볼 수 있으나 추천 성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아이템 기반 추천 시스템의 경우, 추천받을 사용자가 과거에 구매한 상품들을 기반으로 하기에 비교할 대상이 급격히 감소하고, 결국 계산 시간이 짧아져서 실시간 추천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생긴다.

아마존은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 아마존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1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기술적 진보(once-in-a-decade leap)”라 칭할 만한 획기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인공지능(AI) 딥러닝을 통해 추천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다. 오토인코더(autoencoder)라 불리는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에 기존 사용자의 구매 내역과 별점, 후기 정보 등을 인풋 값으로 넣어 학습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용자가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 예측하게 했더니 성능, 계산 속도, 관리의 용이성 측면에서 기존의 알고리즘보다 훨씬 우수했다.

기술적 진보를 통해 아마존은 신의 경지에 이르는 사용자 구매 예측력을 얻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 당시 28% 수준이던 아마존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2021년 그 두 배인 56%로 성장할 수 있었고, 입점 업체에 대해 더욱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누가 언제 어떤 상품을 얼마나 구매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기에, 아마존의 궁극적인 수익 모델로 평가되는 자체 PB 상품 개발과 판매도 식은 죽 먹기가 됐다.

그러나 거대한 성공의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암(暗)이 존재한다. 2021년 중국에서 유출된 아마존 내부 서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약 7만5000개의 입점 업체가 후기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외부 컨설턴트들이 아마존 내부 데이터를 유출하고, 경쟁자들을 공격하는 조건으로 아마존 직원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되었고, 10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아마존의 추천 시스템이 하나의 인풋 값이 모든 사용자와 모든 상품의 추천에 영향을 미치는 AI 기반 모델이므로, 이러한 행위는 경쟁하는 여러 업체 중 특정 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것을 넘어 전혀 다른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판매자들에게 선의의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 

아마존의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감안하면, 아마존이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2021년 조 바이든 정부 출범 당시, 불과 32세의 나이로 요직에 발탁되어 세간의 가장 큰 이목을 끌었던 ‘아마존 킬러’ 리나 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취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예일대 박사과정 재학 중 작성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 논문으로 전 세계적 명성을 얻은 칸 위원장 취임 전후로 민주당과 공화당은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네 개의 기업에만 적용되는 ‘빅테크 반독점법 패키지’를 정력적으로 하원에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아마존은 자체 브랜드 상품을 더 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미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을 바라보는 여론, 그리고 정치권의 시각이 어떤지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 사진 셔터스톡
지난해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 사진 셔터스톡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는 쿠팡은 아마존의 성공 방정식을 따라 2021년 3월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쳤다. 첫 거래일 종가 기준 약 95조원의 시가총액으로 평가됐고, 국내 업체와 비교하자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이은 세 번째로 큰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쿠팡은 아마존의 어두운 면 역시 그대로 답습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7월, 자체 PB 상품을 납품 업체 상품보다 우선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쿠팡은 올 3월엔 직원을 동원해 쿠팡 자체 브랜드 상품의 리뷰를 조작했다는 정황으로 공정위에 신고당한 바 있다. 나아가 올 초부터 기존 직원 및 쿠팡 체험단의 후기 표시를 삭제했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 동일 상품 판매자 중 최저가를 제시한 판매자 상품만을 단독 노출하는 ‘아이템 위너 제도’와 관련해 2021년 7월 공정위의 시정명령 후 약관을 손질한 바 있지만, 힘들게 쌓은 후기를 어느 날 갑자기 가격이 조금 더 싸다는 이유로 다른 판매자에게 빼앗기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점 업체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악성 셀러들이 모방품을 가지고 아이템 위너로 선정되어 피해를 봤다는 구매자의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시장 미국에서 6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가진 아마존과 한국 내에서만 매출이 발생하며 그나마 국내 시장 점유율도 20% 내외로 아직 독점적인 위치에 올라서지 못한 쿠팡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상장 시점 대비 거의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주가와 함께, 여전히 흑자 전환을 달성하지 못한 쿠팡의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필연적일 수 있다. 그렇기에 쿠팡에 지금이 아마존의 장점을 배우되 단점은 보완하여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을 찾는 것이 더욱더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김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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