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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수초 만에 한 번씩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아마존은 혁신 속도에 있어서도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스피드에 의한 경쟁은 기술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소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휴대전화는 매년 신모델이 나오고 있으며, 전자상거래업체들은 당일 배송을 넘어서 2시간 퀵배송을 약속하고 있다.

오늘날 기업들은 스피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전통적인 연구·개발(R&D) 방식으로 개발 경쟁을 하려고 한다. 전통적인 R&D 방식은 스피드 경쟁을 해야 하는 오늘에 맞지 않다. 사내의 R&D 조직에만 의존하는 개발방식은 속도가 느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때로는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다른 신기술에 의해 대체돼 R&D 투자가 회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기존 R&D 방식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생겨난 보완책 중의 하나가 P&G에 의해 정립된 C&D(connect and develop·연결 및 개발) 방식이다. C&D는 외부에 있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탐색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P&G는 C&D를 통해 신제품 출시 속도와 성공 확률을 대폭 높였다.

더 과감한 기업은 A&D(acquire and develop·인수 및 개발) 방식을 선호한다. A&D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한때 매주 한 개의 기업을 인수할 정도로 이 방식을 주요 성장 전략으로 사용했다. 구글의 대표기술인 안드로이드, 유튜브, 알파고는 자체 개발이 아니고 인수한 회사의 기술이다. A&D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지만 많은 자금을 투자해야 하고, 높은 리스크가 수반된다.

A&D를 할 수 있는 재무 역량이 없는 기업은 그 대신 S&D(seed and develop·파종 및 개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씨를 파종하는 것처럼 여러 벤처기업에 소액 투자를 한 다음, 필요하면 투자한 기업의 기술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한국 기업들이 많이 택하고 있다. 신한은행그룹은 신한 퓨처스랩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R&D 조직과 보상 체계 확 바꿔야

R&D를 보완하는 어떠한 방식을 택하든지 해당 기업은 운영상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기업은 기존 R&D 조직의 역할과 보상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R&D의 역할에 자체 개발과 더불어 외부 기술의 사내 접목이라는 목표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외부 기술을 탐구하는 팀이 자체 개발팀과 함께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유기적인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자체 개발과 외부 기술 도입으로부터의 성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새로운 운영 방식에 대한 충분한 인적 및 물적 투자를 해야 한다. C&D의 경우, 외부 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탐색이 이뤄져야 하는데 대학, 외부 연구소, 개인 발명가, 중소기업 등 다양한 기관들을 검토해야 한다. 또 지리적으로도 다양한 지역을 훑어봐야 한다. 많은 혁신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국가에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잘나가는 항공권 구매 앱은 체코에서 개발됐고,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회사는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됐다.

심리적 저항도 외부 기술을 도입하는 데 가장 큰 장애 요인이다. 우리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꺼린다. 왜 큰돈을 주고 회사를 인수해야 하는지, 왜 창업자가 큰 금액을 요구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 수천억원을 주고 한국 뷰티·패션 회사(AHC 및 스타일난다)를 인수한 주체는 모두 외국 기업이다. A&D가 안 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대기업들이 자신이 직접 인력과 자본을 투자하면 비슷한 회사를 금방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대기업이 직접 뛰어들어서, 인수하려고 했던 기업만큼 좋은 사업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드물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발 키워드는 ‘협업’이다. 외부의 역량을 적극적이고 지혜롭게 도입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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