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양승용
일러스트 : 양승용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부통령급’으로 대우했다는 말이 나왔다. 특별수행단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후일담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이번 평양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물론 모든 (북한) 고위급 간부들이 이재용 부회장을 부통령처럼 대접하더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이런 말도 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데리고 가서 무슨 말을 하더라. 저에게 악수할 때는 그런 존경과 애정이 부족했는데 (이 부회장에게는) 엄청났다.”

이 부회장은 옥류관 오찬, 평양대극장 삼지연관현악단 공연과 평양 5·1 경기장 대집단체조 공연 관람, 백두산 등반 등 주요 일정에 빠지지 않았다. 방북 첫날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4대 기업 대표를 포함한 17명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북한 경제사령탑인 리용남 내각부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리 부총리가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하자, 이 부회장은 웃으며 “알겠다”고 했다. 마지막 날 백두산 인근 삼지연초대소 오찬에서는 우리 측 인사들이 “작별의 술잔을 건네겠다”고 해서 김정은 위원장과 술잔을 주고받았는데, 이 부회장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 부회장 등 우리 재벌 총수들은 작은 나라 대통령이나 수상은 방한한다 해도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거물이 됐다. 이번 방북에서 이 부회장 등이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경위가 논란이 되는 해프닝까지 있었을 정도다. 방북 첫날 리용남 내각부총리와 만나는 자리에 배석한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이 이 부회장과 악수하면서 “우리가 꼭 오시라고 말씀드렸다”라고 했다. 북측이 이 부회장 등을 보고 싶어 했다는 말이 나오자 청와대가 두 차례나 극구 부인했다. 경제계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 부회장을 만나고 싶어 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경제 성장에 목마른 북한

북한 국내총생산(GDP)은 대전이나 광주와 비슷하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실적 부풀리기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그 절반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경제성장률은 -3.5%로 추정된다. 1997년(-6.5%)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당시는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가 겹쳐 대기근 등으로 경제난을 겪었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였다. 최악의 상황을 넘긴 뒤 2011년부터는 4년 연속 1% 안팎의 성장을 보였고, 2016년에는 3.9% 성장해 17년 만에 최고 성적을 내기도 했다. 최근,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로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북한으로서는 국제적인 제재를 풀고 남한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철도·도로 등 인프라부터 제조업 기반까지 갖추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남북 경협이고 그런 내용을 담은 것이 ‘4·27 판문점 선언’이다. 하지만,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비핵화가 이뤄지고 국제적 인정을 받는다면 그때는 가능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부통령 대접했다는 말이 나오는 건 그만큼 경제 성장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뜻이다. 남북 경협이 ‘묻지 마’식 퍼주기 지원으로 흐르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인건비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재 산업은 큰 시장을 갖게 될 수 있다. 남북 화해는 국가신용등급을 더 높여줄 수 있다. 삼지연초대소 오찬장에 실내악단이 연주하는 비틀스의 ‘예스터데이(Yesterday)’,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 등 유명 올드팝이 흘렀다. 북한이 정말 달라지고 있는 건가?

이진석 조선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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