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의 비극 개념에 따르면,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충돌할 때 개인의 이기심만 좇다 보면 모두가 파국을 맞는다. 사진은 한 목초지에 있는 소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공유지의 비극 개념에 따르면,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충돌할 때 개인의 이기심만 좇다 보면 모두가 파국을 맞는다. 사진은 한 목초지에 있는 소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박성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지식재산대학원 프로그램(MIP) 책임교수
박성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지식재산대학원 프로그램(MIP) 책임교수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경제학 교수였던 윌리엄 포스터 로이드는 1833년 발표한 ‘인구 통제에 관한 두 강의’ 전반부에서 목초지에 대한 흥미로운 비유를 들었다. 조건이 동일한 목초지라도 ‘울타리로 두른 땅’, 즉 사유지는 지속 가능하지만, 공유지는 결국 황폐한 땅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사유지에서 목축하는 주인은 그 땅의 목초가 포화점에 이르면 가축 수를 더 늘리지 않는다. 포화점을 넘으면 가축 떼가 먹을 수 있는 목초 양이 줄어들어 결국 본인에게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공유지에서의 상황은 다르다. 한 목축 업자가 포화점이 지난 목초지에 가축을 더 들여오더라도 공유지를 사용하는 사람들 전체가 목초의 부족분을 분담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목축 업자 개인은 가축을 늘리는 것이 이익이 되고, 여러 목축 업자가 이러한 행동을 하면서 공유지는 황무지가 된다.

로이드의 목초지 비유는 135년이 지난 1968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타바버라캠퍼스의 생물학 교수 가렛 하딘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공유지의 비극’ 덕분에 유명해졌다. 하딘은 공유지를 여러 개의 개인 소유지로 분할하거나 국유화한 후 개인에게 입장권을 배분하는 것이 자원 고갈을 막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정치경제학자 엘리너 오스트롬은 정부 규제도 사적 소유권도 아닌 공동체의 자율적인 합의에 의한 통제 방식으로 공유 재산이 관리될 수 있음을 보였다.

이처럼 공유지의 비극은 경제학적 관심의 대상인 동시에 오늘날 목초지, 산림, 수로 등 공유 자원에 관한 환경 문제, 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받는 주제다.


특허가 없으면 혁신도 공유자원

지식재산도 공유지의 비극과 관련이 깊다. 혁신적인 발명이 특허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그 아이디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유 자원이다. 당장은 그 혁신의 유익을 사회 전체가 누릴 수 있어서 좋은 듯 보이지만, 발명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가며 발명을 창출할 인센티브가 없으므로 향후 추가 연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허 제도가 필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미국이 연방헌법 제1조 제8절 8항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발명자에게 배타적(排他的) 권리를 한시적으로 보장하면 궁극적으로 ‘과학과 유용한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게 된다. 우리나라 특허법도 그 입법 목적을 ‘기술의 발전을 촉진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둔다.


국가별·시대별 차이 큰 특허권 보장 수준

특허권을 보장하는 수준은 국가별, 시대별로 차이가 크다. 베트남전에서 패전한 미국이 극적인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 강력한 ‘친특허(pro-patent)’ 정책이다. 미국 버지니아대학의 에드먼드 키치 교수는 1977년 발표한 논문 ‘특허 제도의 성질과 기능’에서 특허 제도를 광업권 제도에 비유했다.

공유지에서 우연히 광맥을 발견한 사람은 광물이 매장돼 있다고 생각되는 영역을 돌무더기, 나무에 새긴 표식, 말뚝 등으로 표시하고, 그 땅에 관한 정보를 작성해 정부에 광업권 설정을 출원한다. 광산 개발은 대규모 투자 유치가 필수이므로, 광업권 출원인에게는 신속하고 강력한 배타적 권리 확보가 중요하다.

키치 교수는 특허 제도가 기술적 사상의 영역에서 혁신적인 발명을 한 사람에게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광업 제도와 유사하다고 봤다. 특허 제도 역시 발명자의 출원에 대해 신속한 권리 부여와 가능한 한 넓고 강력한 권리가 보장될 때 사업화 노력이 결실을 보고, 결국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전망이론’이라 명명했는데, 이는 미국 정부가 1980년대 전후 강력한 친특허 정책을 펼치는 중요한 이론적 기반이 됐다.

여기서 ‘전망(prospect)’이란 잠재력 있는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하는 특정한 ‘기회’를 뜻한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이 당시 미국의 친특허 경향을 대변했는데, 1980년 생명공학 발명인 기름 먹는 박테리아에 대한 ‘특허대상적격성’이 최초로 인정됐고, 1981년에는 고무 성형 관련 수치 제어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방법 발명도 특허대상적격성이 인정됐다. 특허의 전성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특허의 진자(振子)는 친특허 쪽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특허의 강력한 보호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특허덤불’ 현상이다. 이는 한 제품에 적용된 다수의 특허권을 비유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2010년대 초반, 미국 특허청(USPTO)에 유효한 등록 특허 중 스마트폰에 적용될 수 있는 특허만 25만 건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특허덤불 속에서 하나의 특허라도 비실시 기업의 금지처분 주장에 활용되면 이미 상당한 투자를 기반으로 진행돼 온 혁신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홀드업’ 현상이 나타난다. 특허덤불 속의 수많은 특허권 주장을 해결하려면 권리자들에게 일일이 실시료를 지불해야 하는 ‘실시료 과적(royalty stacking)’도 문제다.

이에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마이클 헬러 교수와 미시간대학의 레베카 아이젠버그 교수가 ‘반(反)공유지의 비극’을 역설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공산주의가 몰락한 동구권에서 많은 상점이 임대되지 못하고 비어 있는 현상을 관찰한 결과, 한 상점에 여러 정부기관과 민간인이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원인임을 밝혔다.

이들은 특히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특허권 상호 간에 혁신을 저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역설했다. 헬러 교수는 서로의 특허권에 가로막혀 혁신이 저해되는 경제 체제를 ‘격자 경제(gridlock economy)’라 명명했다.

특허 제도에 대한 이러한 각성은 미국 정부의 특허 정책 기조를 한동안 반특허 방향으로 후퇴하게 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서 연방대법원은 여러 사건에서 일관되게 특허권자의 권리 주장을 억제하는 결정을 꾸준히 내렸다. 다만 이러한 경향은 친특허 정책을 포기한다기보다는 지나친 친특허 정책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한국은 과연 친특허 국가인가

지식재산 수업에서 종종 우리나라도 반공유지의 비극에 대비해야 할 것인지를 토론한다. 항상 ‘우리나라는 친특허 국가인가?’ 하는 질문이 따라온다.

최근 우리나라의 특허 입법 동향이 친특허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사실이다. 특허침해소송에서 자료 제출 명령, 영업비밀이라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증거 제출을 강제하는 제도, 고의 특허침해에 대한 증액배상제도(손해액의 최대 세 배)의 도입, 특허권자의 생산 능력을 초과하는 침해 제품에 대한 합리적 실시료 추가 배상 제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제도적 변화가 경제 생태계 내에서 충분히 학습되고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제도별로 구체적인 내용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 우리나라가 지나친 친특허 국가가 돼 당장 반공유지의 비극에 대비해야 하거나, 특허괴물의 창궐을 억제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은 아니다.

경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던 특허권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당분간은 공유지의 비극에 대해 더 고민해 봐야 한다.

박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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