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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우선주 투자가 과열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5월 28일 증시에서는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른 종목이 무려 64개나 나왔다. 미·북 정상회담이 돌연 취소됐다가 주말 사이 예정대로 6월 12일에 열리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월요일 장이 열리자마자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株)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매수가 몰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우선주(優先株)도 10개나 포함됐는데 현대건설우를 비롯해 현대비앤지스틸우, 쌍용양회우 등 대표적인 남북 경협주로 거론돼 온 종목의 우선주가 이름을 올렸다. 종목 뒤에 ‘우’가 붙으면 우선주다. ‘2우B’ ‘3우B’와 같은 식으로 표시되는 우선주도 있다. 숫자는 발행 순서를 뜻하며 숫자가 클수록 나중에 발행한 것이다. 정관에 ‘최소한 이 정도는 배당해 줘야 한다’는 규정을 두는 우선주는 뒤에 B가 붙는다. 마치 몇 %의 이자를 약속하는 채권(Bond)과 같다는 뜻이다. 

올해 초부터 우선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우선주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약간의 배당을 더 받는 주식을 말한다. 이 때문에 대체로 우선주 주가는 보통주보다 낮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시기에는 의결권의 중요성이 부각돼 인기가 없다가 배당이 집중되는 연말에 몸값이 뛴다. 그런데 연초부터 2분기(4~6월) 중반부를 넘어선 현재까지 우선주 급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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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이 금융정보 업체 와이즈에프엔에 의뢰해 우선주 115개의 주가 상승률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올해 1월 초부터 5월 30일까지 세 자릿수대로 상승한 우선주는 현대건설우(465.9%), 성신양회우(357.8%), 계양전기우(270.6%), 대원전선우(220.3%), 현대비앤지스틸우(141.7%), 동부제철우(132.2%), 성신양회2우B(132.1%), 쌍용양회우(121.1%), 덕성우(102.5%) 등 무려 아홉 종목에 달했다. 이 중 현대건설우·계양전기우·성신양회우·현대비앤지스틸우의 경우 보통주의 주가 상승률과의 차이가 적게는 117%포인트에서 최대 36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기간 현대건설우의 주가가 466% 가까이 오른 반면, 현대건설 보통주 주가는 105.5% 올랐다는 것이다. 

우선주의 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지면서 우선주의 주가가 보통주를 추월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5월 30일 기준 현대비앤지스틸우의 주가는 10만8500원으로 보통주(1만4600원)보다 7배 넘게 비쌌다. 현대건설우도 26만8500원에 거래돼 7만원대인 현대건설 보통주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 

증권 전문가들은 우선주 열풍 이유로 주도주 부재를 꼽는다. 반도체·바이오 등 최근 2년간 주식시장을 주도해 온 주요 업종에 대한 주가가 이미 너무 많이 올랐거나 조정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이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주도주가 뚜렷하게 없는 상황에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우선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별 우선주 순매수 대금 현황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30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1627억원어치의 우선주를 사들여 기관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110억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위였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되레 3444억원 규모로 우선주를 팔아치웠다.


시총 상위 우선주는 되레 떨어져

그렇다고 우선주를 증시의 새로운 주도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우선주들의 시가총액(주식 수×주가)이 불과 몇 백억원 수준의 일부 종목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 대부분은 거래량이 적어 수급에 따라 주가가 쉽게 급등락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거래소는 5월 15일 이례적으로 ‘최근 우선주 급등에 따른 투자유의안내(Investor Alert)’를 배포하고 우선주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하미양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투자자보호부 팀장은 “최근 일부 우선주가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이상 급등하고 있는 만큼 향후 주가 급락에 따른 투자 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우선주 가운데 시가총액이 조원 단위인 종목의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는 흐름을 보이거나 약간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 시가총액 36조원이 넘는 삼성전자우의 경우 연초 이후 5월 30일까지 6.7% 하락했고, 현대차 우선주(현대차우·현대차2우B)도 6~7% 떨어졌다. 시가총액 1조원 수준의 아모레퍼시픽우와 LG생활건강우 정도가 2~4%가량 올랐다. 

이에 따라 최근의 우선주 급등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테마주와 같은 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남북 경협 관련 우선주가 전체 우선주 상승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올 들어 88% 넘게 오른 깨끗한나라우의 경우도 최대주주인 희성전자가 4세 경영인으로 나서며 주목받고 있는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친부(구본능 회장)가 이끄는 희성그룹의 계열사라는 점이 부각돼 테마주로 묶이며 상승했다.


plus point

기업들이 우선주를 발행하는 이유

우선주는 1840년대 영국에서 최초로 발행됐다. 당시 영국의 철도 회사들은 자금 조달이 필요했는데 주식을 더 발행하려고 하니 기존 주주들이 자신들의 주식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반발하는 상황이었다. 정부의 부채비율 규제 때문에 채권을 발행할 수도 없었다. 이에 철도 회사는 일종의 편법으로 보통주보다 재산적 내용(이익·이자배당·잔여재산의 분배 등)에 있어서 우선적 지위가 인정되는 주식을 발행했다.  

우선주는 회사 경영에는 관심 없고 투자 수익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을 위한 주식이었다. 해당 회사로서도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경영권은 안정시킬 수 있어 윈-윈(win-win)이었다.  

최근 증시에서 우선주는 투기 목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증시에서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상향됐을 때 가장 먼저 급등했던 종목은 태양금속우를 비롯한 우선주였다. 한국거래소는 거래량이 지나치게 적거나 주주 수가 지나치게 적은 우선주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규정으로 ‘보완 장치’를 만들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로서는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우선주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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