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 여성 서모씨는 밤이 무섭다.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서다. 정신과를 찾아 수면제 처방까지 받았지만 증세가 개선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수면전문병원을 찾아 수면다원검사를 받았다. 서씨는 자신이 불면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검사 결과 잠을 잤다는 의사의 얘기에 깜짝 놀랐다. 전혀 잠들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카메라에 찍힌 서씨는 코까지 골면서 자고 있었다. 서씨는 수면착각증후군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만성불면증으로 고통받는 환자 두 명 중 한 명이 수면착각증후군으로 고생하고 있다. 서울수면센터에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수면다원검사로 불면증 진단을 받은 200명(남성 82명, 여성 118명)의 만성불면증 환자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는 충분히 잠을 잤지만 잠잔 시간의 70% 미만만 잠을 잤다고 착각한 환자, 즉 수면착각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의 비율이 62%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이 넘는 사람들이 8시간 자고 5시간 30분만 잤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환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실제 수면시간의 30%도 안 잤다고 답한 경우가 18%, 30~50%만 잤다고 답한 경우가 18%, 50~70%만 잤다고 답한 경우는 26%였다. 만성불면증 환자 중 상당수가 잠을 잤는데도 불구하고 잠을 못 잤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비교적 적당한 양의 수면을 취하고도 정상적인 수면으로 생각하지 못한다. 수면 중 여러 가지 원인으로 빈번히 깼을 때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

수면착각증후군의 원인은 보통 코골이, 수면무호흡, 소리 없는 코골이 등 수면호흡 장애가 79.3%, 팔 또는 다리가 떨리는 수면장애인 사지운동증후군이 25.6%, 기타가 17.1% 등이다. 실제로 많이 자고도 적게 잤다고 생각할수록 수면무호흡 지수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수면을 착각하는 비율이 높은 환자일수록 수면무호흡 등 수면 중 각성이 더 심하기 때문이다. 또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은 비율로 수면을 착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낮에 과도하게 졸려 교통사고 우려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자다가 빈번히 깨면, 마치 잠을 자지 않은 것처럼 느낀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수면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해 낮 동안에도 늘 피로하고 무기력하며 항상 피로감을 느낀다. 수면착각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은 이를 수면부족으로 착각해 더 많이 자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밤에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 부담감과 불안감이 커져 오히려 질 좋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는다.

수면착각증후군 환자 대부분은 낮 시간대 업무 성취도가 크게 떨어지고, 운전 중 과도한 졸림 현상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또 잠을 자려고 하는 과정에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게 돼 우울증, 고혈압 등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특히 수면호흡장애를 가지고 있는 수면착각증후군 환자가 검사 없이 불면증으로 오인해 수면제를 복용하면 수면 중 호흡 기능이 더 떨어져 위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한진규
고려대 의대, 한국수면학회 이사,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

한진규 서울스페셜수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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