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유럽발 재정위기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 일본의 강도 높은 자연재해로 인한 소비 둔화 등으로 전 세계 소비시장의 어두운 미래를 예상했다. 하지만 시계 등 럭셔리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황을 맞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계 시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물꼬를 트고 있는 동북아시아, 그중에서도 세계 소비의 중심이자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덕분이다. 많은 시계와 패션 브랜드들이 아시아 시장만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며 ‘아시아 공략’에 나섰다.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한정판 여덟 번째 이야기는 ‘아시아 겨냥 제품’들이다.





1. 브라이틀링의 크로노맷 44 GMT

2. 오데마 피게에서 용의 해를 맞아 제작한 88개 한정 줄스 오데마 드래곤 퍼페추얼 캘린더

3. 예거 르쿨트르의 2012년 신제품 80주년 기념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 씬

4. 미도에서 2012년 아시아인을 겨냥해 출시한 그레잇 월 컬렉션

5. 성공의 숫자 8의 이름을 따 지은 쇼파드의 주얼리 워치 해피8

2012년 아시아 럭셔리 시장은 뜨겁다. 아시아를 겨냥해 쇼핑홀릭을 위한 제품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마치 전 세계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들의 ‘아시아 상륙 작전’을 방불케 한다. 처음 명품 브랜드들의 타깃이 됐던 나라는 일본이다. 지난 2010년 스위스 시계의 명가 바쉐론 콘스탄틴은 일본 교토 칠기회사 조히코와 함께 예술의 미학을 주제로 한 색다른 시계를 선보였다. 소나무와 매화, 대나무 무늬로 표현한 20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된 ‘메티에 다르-라 심볼리크 데 라케’는 이미 희귀품의 리스트에 올랐다. 아름다운 주얼리 워치와 보석을 선보이는 반클리프 앤 아펠에서도 일본 칠기 장인 하코세산의 일본 풍경 시계 2종으로 구성된 ‘미드나잇 엑스트라오디너리’ 시리즈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1년과 2012년 명품 브랜드들의 시선은 중국으로 돌려졌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소비수준 상승과 서비스산업 확대로 아시아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이른바 생산과 소비의 양 날개가 펼쳐진 셈이다. 2011년 SIHH와 바젤월드를 통해 시작된 아시아인을 위한 디자인들이 작년 한해 동안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이에 힘입은 많은 시계 브랜드들이 올해에는 더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기 시작했다.

예거 르쿨트르는 올해 중국의 오랜 전통 문화에 대한 존경의 표시를 담아 리베르소 80주년 시계를 제작해 중국에서 열린 시계 전시회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예거 르쿨트르의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 씬’ 제품은 케이스 뒷면에 용무늬가 인그레이빙 된 것이 특징이다. 중국 전통 문화의 마스코트인 용은 행운을 상징한다. 오데마 피게에서도 용의 해인 2012년을 맞아 ‘줄스 오데마 드래곤 퍼페추얼 캘린더’를 제작했다. 88개 한정으로 제작된 이 시계는 띠와 해를 중시하는 아시아 국가를 겨냥해 제작된 것으로, 로터에 용 문양이 각인돼 있다. 브라이틀링에서도 이런 트렌드에 따라 기존의 베스트셀러에 아시아인이 선호하는 요소를 적용한 신모델을 대거 추가했다. 빅 사이즈 다이얼로 유명한 브라이틀링도 서구에 비해 체격이 크지 않은 아시아인의 체형에 적합한 44mm 사이즈의 시계를 선보였다. 브라이틀링의 플래그십 모델이자 2011 바젤페어의 스타 모델이었던 크로노맷 GMT의 다이얼 직경을 기존 47mm에서 3mm 줄인 44mm로 제작한 ‘크로노맷 44 GMT’다. 아름다운 보석 주얼리 워치도 있다. 쇼파드에서는 해피 다이아몬드 컬렉션의 신제품 ‘해피8’을 출시했다. 8은 번영과 완전성, 균형을 의미하는 좋은 징조로 여겨져 온 숫자로 특히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도 정확히 8월8일 오후 8시8분 시작된 바 있다. 스와치그룹의 미도에서는 아시아시장만을 위한 ‘그레잇 월’ 컬렉션을 출시했다. 미도에서 처음 선보이는 아시아인을 위한 이 시계는 중국을 상징하는 만리장성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한편 중국인이 사랑하는 골드와 레드 컬러 소재를 사용하는 브랜드들도 많아졌다. 특히 브라이틀링에서는 2010년 바젤에서 첫 출시 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슈퍼오션’도 2012년 골드 소재를 적용해 출시했으며, ‘트랜스오션’은 고급스러운 레드골드 소재와 붉은 컬러감으로 아시아인을 유혹하고 있다.



6. 한국인의 요청에 의해 긴팔 피케 컬렉션을 제작한 제이 린드버그

7. 한국 시장을 겨냥한 투미의 알파 컬렉션 에스프레소 컬러 제품

8. 한국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피나이더의 가죽 제품

한국만을 위한 독점 제품도 선봬

최근에는 한국 마켓의 열기도 뜨겁다. 한 시계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는 “2011년과 2012년 아시아 명품시장의 전체 성장률을 봤을 때 한국이 단연 1위”라고 강조할 정도다. 일본에서 시작된 명품 마켓이 거대한 쇼핑 왕국인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 형국인 것. 겉으로 드러내길 꺼리는 숨어 있는 컬렉터들의 소비량 증대는 물론이거니와 한국으로 쇼핑 온 중국인·일본인 등 아시아인들의 소비량이 어마어마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면세점은 물론, 고가품을 취급하는 롯데와 신세계, 현대 명품관들에는 연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글로벌 기업들에서도 한국의 트렌드와 소비자를 주목하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라고 평가받기 때문. 결과적으로 한국의 소비자가 세계적 기업의 신제품 출시에 큰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 가방 브랜드 투미에서는 한국 소비자들만을 위한 알파 컬렉션의 에스프레소 컬러를 출시하기도 했다. 투미의 한 관계자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이 만족한 제품은 다른 나라에서도 잘 팔린다”면서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에서 한국 트렌드에 맞춘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투미 본사의 탐 넬슨(Tom Nelson) 부사장은 “한국은 기본이 탄탄하고 진보적인 나라이기에 글로벌적으로 매력적이다”면서 “투미에서도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본사에 에스프레소 컬러를 요청하고,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투미 전 제품라인 중 22%가 넘는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유명 가전 브랜드 필립스에서는 다리미의 흰색 플러그가 더러워진다는 한국 주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신제품에 검은색 플러그를 장착하기도 했다. 또한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종전 700ml 용량의 위스키를 500ml로 줄인 ‘1700 프레지던트 에디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기능성 골프웨어 브랜드 제이 린드버그에서는 한국인만을 위해 특별 제작된 ‘제이 린드버그 피케 컬렉션’을 준비했다. 긴팔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인해 제작된 피케 컬렉션은 제이 린드버그의 기능성 골프 라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을 새롭게 디자인한 것이다. 240년 전통의 이탈리아 명품 피나이더에서도 2010년 한국 론칭 후 한국에서의 기대 이상 성공을 발판으로 아시아 고객을 위해 사이즈를 줄인 제품들을 만드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피나이더 측은 “포트폴리오백부터 뷰티케이스, 아이폰 케이스와 아이패드 케이스 등 한국 고객의 니즈를 십분 반영한 컬렉션들을 선보이는 것이 피나이더의 성공 전략”이라고 밝혔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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