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토마스 미델호프 카슈타트크벨레 CEO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재임 기간 중 헬기로 출퇴근하고 회삿돈을 유용한 자아도취형 리더였다. 사진 블룸버그
2005년 5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토마스 미델호프 카슈타트크벨레 CEO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재임 기간 중 헬기로 출퇴근하고 회삿돈을 유용한 자아도취형 리더였다. 사진 블룸버그

독일의 거대 백화점 체인 카슈타트크벨레는 2005년 매출이 감소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회사는 사명을 아르칸도르로 바꾸고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했다. 당시 회사를 구원하기 위해 영입된 사람은 ‘빅 티(Big T)’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토마스 미델호프였다. 그러나 잠시 위기를 극복하는가 싶었던 아르칸도르는 결국 2009년에 파산했다.

문제는 미델호프의 과도한 자기애(나르시시즘)였다. 그는 재직 기간인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독일 빌레펠트에 있는 자택에서 150㎞ 떨어진 사무실을 영업용 헬기를 이용해서 출퇴근했다. 특별한 자신이 일반인과 함께 교통이 혼잡한 도로를 이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인이 출간한 책을 회삿돈 18만유로(약 2억3000만원)를 들여 구입하도록 하는가 하면 런던, 뉴욕 등에 출장 가면서 전용기를 이용해 회사는 80만유로(약 10억2000만원)의 비용을 대야 했다. 이렇게 흥청망청 자기애를 만족시키는 행동을 일삼던 미델호프가 이끈 아르칸도르는 파산을 피할 수 없었다. 미델호프는 회삿돈을 유용한 죄로 독일 법원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델호프처럼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 중에는 동료와 하급자에게 막말과 비이성적인 행동을 쏟아내고 과시적인 행동을 하거나 사소한 일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스스로의 명성을 깎아내리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들은 감옥에 가거나 자리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그들이 이끈 조직(기업)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최근에 불거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브랜드명 위디스크) 회장의 사례도 CEO의 제어되지 않은 행동이 기업을 위기로 내몬 경우다(물론 비즈니스 모델도 불법투성이다). 양 회장은 워크숍에서 직원에게 살아있는 닭을 일본도로 죽이도록 시키고 개조한 장난감총으로 직원을 쏘는 등의 행동을 하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런 리더 때문에 큰 고통을 겪는다. 그렇다면 동료들이나 부하직원들이 과연 양 회장이나 미델호프 같은 리더를 바꿀 수 있을까.

경영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연구해온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Manfred F. R. Kets de Vries)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교수와 연구진은 이렇게 조직에 해를 끼치는 리더들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가 꼽은 위험한 리더는 △나르시시즘(자기애)에 빠진 리더 △조울증에 빠진 리더 △사이코패스 리더 △강박증에 빠진 리더 등 네 가지다.

케츠 드 브리스 교수는 “무거운 책임과 과중한 임무 등으로 인해 지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된 리더의 해악이 조직 전체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모두가 기능장애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유형별 리더에게 어떤 형식으로 조언해야 그들이 이를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방법도 제시했다.


케츠 드 브리스 교수는 이런 리더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리더가 일으킨 문제가 조직 전체에 풍토병처럼 고착화되기 전에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개선 방법을 알아봐야 한다”고 요구한다.


1│한계 모르는 자아 도취 리더

케츠 드 브리스 교수에 따르면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빠진 리더는 조직원에게 불합리한 요구를 하거나, 다른 이에게 의견을 제시할 때 과시적인 태도를 취하는 특징이 있다. 나르시시즘은 그리스의 목동 나르시스가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속의 자신을 잡으려다 빠져 죽은 신화에서 비롯된 용어다.

이들은 공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직원에게 해서는 안 되는 폭력, 성추행 등을 하며 제멋대로 행동한다. 자신은 일반인과 다른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일상의 법칙 따위는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조직원이 자신의 자아도취를 만족시켜 주기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헬기로 출퇴근하고 전용기로 출장을 다녔던 미델호프도 대표적인 나르시시즘에 빠진 리더였다. 케츠 드 브리스 교수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리더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동료에게 고함을 치는 그 내면의 밑바닥에는 작은 비판조차 위협으로 느끼는 연약한 자아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리더의 자아도취는 자기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파멸로 이끈다고 경고한다. 독일 심리치료 권위자이며 베스트셀러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의 저자 베르벨 바르데츠키는 “나르시시즘적인 과대망상은 모든 것을 성공과 결부시킬 뿐 아니라 한계라는 것을 모르고 마치 자신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처럼 과시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며 “이는 곧 파산과 경영 실패, 부패가 자라는 토양이 된다”고 했다.

케츠 드 브리스 교수는 이런 리더에게 조언할 때는 1 대 1로 하는 것보다 팀 전체가 피드백을 줘서 이 피드백이 그의 경력에 악영향을 줄 만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피드백이 나르시시즘에 빠진 리더의 강한 자존심이 참지 못할 한계까지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2│조울증 리더는 약물 치료 필수

나르시시즘이 있는 리더가 자아도취에 빠져 과시적인 행동을 하는 유형이라면, 조울증(bipolar disorder) 리더는 정서 불안정으로 인해 동료를 혼란에 빠트리는 유형이다.

조울증은 기분 조절에 문제가 생기는 양극성 장애다. 기분이 들뜨고 몹시 좋은 상태(조증)와 기분이 저하되는 우울증 상태(울증)가 번갈아 나타난다. 그들은 모든 목표가 가능할 것 같다가 갑자기 어떤 것도 해낼 수 없다는 깊은 절망감에 빠지고, 다시 에너지가 넘치며 극단적인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런 감정 변화를 지켜보는 동료나 부하직원은 조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와 비전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

조울증 리더의 기행(寄行)은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8월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를 상장 폐지해 비상장회사로 만들겠다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투자금을 확보했다는 주장을 했다. 그의 발언으로 테슬라의 주가는 20%가량 급락했다. 9월에는 생방송 팟캐스트에 나와 대마초를 피우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방송이 나간 직후 테슬라 주가는 또 7%가량 하락했다. 그의 통제되지 않는 행동이 나올 때마다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휘청거린다. 머스크는 조울증을 겪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케츠 드 브리스 교수에 따르면 조울증은 환경적 요인보다는 뇌 손상 등 유전적 영향이 큰 질환이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은 난잡한 성생활, 마약이나 술 중독 그리고 이런 방탕한 생활로 인한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동료나 가족과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다.

케츠 드 브리스 교수는 조울증 리더에게 동료들이 “그들의 행동이 값비싼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강조하라”고 조언한다. 또 그들에게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리고 약물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하라고 했다. 케츠 드 브리스 교수는 약물 치료를 조언할 때는 약을 먹어도 기분이 들뜨고 몹시 좋은(조증) 상태를 계속 경험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세계 최초로 기계식 계산기를 만든 스웨덴의 파싯(Facit)은 강박적 리더들의 집착에 결국 파산했다. 사진은 1954년에 만들어진 파싯의 계산기. 사진 위키피디아
세계 최초로 기계식 계산기를 만든 스웨덴의 파싯(Facit)은 강박적 리더들의 집착에 결국 파산했다. 사진은 1954년에 만들어진 파싯의 계산기. 사진 위키피디아

3│동료 성과 빼앗는 사이코패스

조직에 해를 끼치는 또 다른 유형의 리더는 공감능력이 결여된 ‘반사회적 인격 장애(사이코패스·Psychopath)’를 가진 사람이다. 케츠 드 브리스 교수는 이런 리더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다른 사람을 이기려 하고 이는 조직에 대한 헌신과 비즈니스 감각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아 높은 자리에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자아도취에 빠지는 리더나 현실감각이 결여된 채 갈팡질팡하는 조울증 리더와는 달리 사이코패스는 주도면밀하고 목표를 향한 집중력이 뛰어나다. 또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순식간에 파악해서 이들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한 후 이용 가치가 없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이용한다.

이런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이 리더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호주 본드대의 범죄 심리학자 나단 브룩스(Nathan Brooks) 연구팀의 분석으로도 드러났다. 브룩스의 팀은 2016년 261명의 미국 CEO를 연구했는데 21%가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룩스 연구는 앞서 영국 옥스퍼드대 심리학자 케빈 더튼(Kevin Dutton)의 연구와도 맥을 같이한다. 더튼은 2013년 5400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가장 높은 직군을 순위별로 분석했는데, CEO 직군이 1위를 차지했다.

케츠 드 브리스 교수는 이런 리더의 행동패턴에 대해 “이들이 유쾌한 태도를 유지하지만 이는 무자비한 자신의 본성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유형의 리더는 감정이입을 할 수 없어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주변 사람에게 어떤 영향과 상처를 주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런 리더가 많으면 조직은 점점 쇠락한다고 케츠 드 브리스는 지적한다. 이들이 다른 사람의 성과를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고 동료와 부하 직원을 착취해서 성공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 조직은 아무도 열심히 일할 동기를 갖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 스탠퍼드대 사회학자 제프 핸콕(Jeff Hancock)도 가디언(Guardian)에 미 연방수사국(FBI) 연구 결과를 인용해 “1명의 사이코패스 리더가 8~14명의 직원을 회사에서 떠나게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런 사이코패스 리더에게는 어떻게 조언해야 할까. 케츠 드 브리스는 “많은 동료들의 의견을 모아 이런 사람들이 어디로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압박”이 이런 유형의 리더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케츠 드 브리스는 이를 ‘360° 피드백’이라고 했다. 나르시시즘이 있는 리더에게 자아에 상처를 줄 정도로 압박하는 조언을 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압박해야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4│강박증 리더들의 혁신 파괴

강박증(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에 빠진 리더도 조직에 악영향을 끼친다. 케츠 드 브리스는 이런 리더의 특징으로 자신의 병적 질환을 ‘완벽주의’로 포장하려 든다는 점을 꼽았다. 세부적인 문제나 제품의 품질에 대한 집착은 조직의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강박적 리더 본인만의 관점에서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모든 조직원의 노력을 쏟아붓도록 강요하게 되면 혁신과 유연한 사고는 사라져버린다.

이런 리더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성공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고 다른 이들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 지금까지 해왔던 세부 규칙에 집착하며 이를 완벽이라고 포장한다. 이들은 이런 집착 때문에 산업 차원에서 이뤄지는 변화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게 된다.

리더가 이렇게 강박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을 고집할 때 조직원은 협력하거나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없게 된다.

스웨덴의 계산기 제조 업체 파싯(Facit)도 리더들이 자신만의 방식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다 망한 기업이다. 파싯은 세계 최초로 기계식 계산기를 개발했지만 1971년 일본에서 전자계산기가 나오자 아무런 대응책을 찾지 않고 기계식 계산기 방식을 고수했다. 파싯의 리더들(엔지니어)은 ‘기계식 계산기가 완벽한 방식’이라는 생각에 매달리며 일본의 전자계산기를 사와서 자신의 계산기가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결국 1973년 파싯은 파산했다.

케츠 드 브리스 교수는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하는 강박적 리더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완벽함(perfect)’도 중요하지만 ‘충분히 좋은 대안(good enough)’도 있음을 이야기해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기업 임직원 정신건강 컨설팅 회사인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의 이경민 대표(정신과의사)는 “네 가지 유형의 정신병적 경향은 조직에서 굉장히 흔하게 발견되는 리더의 유형”이라며 “업무적으로 해야 할 만큼만 접촉하고 심리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에게 감정적으로 휘말리지 않으면서 적절한 조언을 하는 것이 건강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plus point

잡스·저커버그도 사이코패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무자비하고 동료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리더로 꼽힌다. 사진 블룸버그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무자비하고 동료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리더로 꼽힌다. 사진 블룸버그

보통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연쇄살인범이나 테러범 등 강력 범죄자를 연상하기 쉽다. 만약 그들이 이런 중범죄자가 아니면 적어도 조직이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람들일 것이라는 게 통념이다. 하지만 뇌 과학자와 심리전문가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도 많다고 지적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했던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는 저서 ‘카오스 멍키’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도 성공을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잡스는 애플 창업 초기 동업자와 직원을 착취했고 빌 게이츠는 경쟁자인 게리 킬달(컴퓨터 공학자)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IBM에 DOS(IBM컴퓨터용 운영체계)를 납품했다.

저커버그도 하버드대 동기생인 캐머런 윙클보스와 타일러 형제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페이스북을 만들었고, 결국 6500만달러 상당의 현금과 페이스북 주식을 배상했다. 마르티네즈는 “(사이코패스들이)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지만 결국은 우리 사회를 또 다른 혁신의 길로 나아가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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