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이 공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사진 블룸버그
폴크스바겐이 공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사진 블룸버그

중국 전기자동차(EV·Electronic Vehicle) 시장에서 버블(Bubble·거품) 붕괴 우려가 일고 있다. 버블이란 경제학에서 내재가치와 시장가격 간의 차이를 뜻하는 용어다. 실제 가치보다 과장된 평가를 일컫는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에 등록된 전기차 제조업체는 486곳으로 2년 새 3배 늘었다. 중국 스타트업들이 2011년부터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며 총 180억달러(약 21조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그중 니오(NIO), 웨이마(WM Motor), 헝다그룹의 NEVS 등 10개 중국 기업이 150억8000만달러(약 17조9300억원)로 83.7%를 차지했다. 나머지 476곳의 회사들은 규모가 16.3%에 불과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중국 내 전기차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1년 동안 130만 대의 전기차를 팔아 처음으로 연간 판매 100만 대를 넘겼다. 그러나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정부가 전기차 한 대당 수천만원씩 지급하는 보조금에 힘입은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승용차협회(CPCA)는 “중국은 자동차 보급률이 여전히 낮아 경쟁력이 있는 전기차 기업은 살아남겠지만, 그 외에는 모두 퇴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2017년 현재 전 세계 연간 자동차 생산량(약 1억 대)의 1% 수준인 전기차(약 100만 대) 비중이 2025년이 되면 14%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내연기관차에 대한 배출규제가 강화되는 한편, 전기차 생산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은행은 2025년에는 연간 1420만 대의 전기차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버블 붕괴 시 파급력이 중국 내에서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가 보조금에 기댄 게 아닌 장기적으로 경제성을 갖추고 성공을 거두려면 어느 부문에 중점을 둬야 할까. 세 가지 포인트로 나눠 각각의 중요성과 현재의 상황을 짚어봤다.


포인트 1│배터리

전기차가 보조금 없이도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필수 부품인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생산에 드는 전체 부품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UBS가 2017년 5월 발간한 ‘GM전기차 쉐보레 볼트의 원가 분석 보고서(Tear down)’에 따르면 볼트의 부품 가격 비율은 배터리가 43%를 차지했다.

이어 1차 협력업체 부품(차를 만드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부품들) 28%, 파워트레인(모터 및 구동에 관련된 전자부품) 13%의 순이었다. 그만큼 배터리는 전기차 부품 가격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이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인 SK이노베이션과 조인트벤처(JV)를 꾸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본 도요타는 전기차 배터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파나소닉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배터리 저비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GM과 일본 혼다도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공동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출하량 기준 일본 파나소닉이 1위이고 중국의 CATL, BYD와 한국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도 강자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파나소닉이 1만7605메가와트시(MWh)로 22.9%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의 CATL과 BYD가 각각 1만6176MWh, 9358MWh로 21%, 12.2%를 차지했다. 한국의 LG화학이 6182MWh로 8%를 차지했고, 삼성SDI는 2731MWh로 3.5%를 차지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 연합뉴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 연합뉴스

포인트 2│모터

모터도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다. 일본 경제산업성 분석에 따르면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 부품 가운데 40% 정도가 필요 없다. 실제 프리미엄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영국 전기 대기업 다이슨과 일본 야마다전기 같은 소매사업자들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다이슨은 오는 2021년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진공청소기를 통해 잘 알려진 고성능 모터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다이슨은 최근 본사를 이전할 예정인 싱가포르에서 전기자동차 생산을 위해 필요한 인재 채용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다이슨은 자동차 설계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을 대상으로 100여 명의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또 다이슨은 최근 전기차 개발 관련 특허를 처음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전자제품판매 전문점 야마다전기도 2020년 저가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야마다전기가 전기차 개발 벤처기업 폼(FOMM)에 약 100억원을 출자하고 중국 자동차 기업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FOMM은 도요타에서 전기차 개발을 담당했던 기술자가 2013년 설립한 회사다. 생산은 후나이(船井)전기에 위탁한다.  야마다전기는 향후 전기차 가격을 대당 100만엔(약 1086만원) 이하로 책정하고 전국 점포나 인터넷통신판매망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모터 제어기술 역시 중요한 분야다. 현대차가 고성능 전기차에 특화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리막과 제휴하는 이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3일 크로아티아의 리막 본사에서 마테 리막 리막 최고경영자(CEO)와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가 6400만유로(약 854억원), 기아차가 1600만유로(약 213억원) 등 8000만유로(약 1067억원)를 리막에 투자한다. 리막은 모터·감속기·인버터 등 핵심부품은 물론 차량 제어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포인트 3│전기차 전용 플랫폼

전기차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별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도 필수다. 플랫폼이란 자동차의 뼈대가 되는 기본 구조물이다. 기존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배터리와 모터를 배치하는 공간 등에 제약을 받게 돼 최적의 성능을 끌어내지 못할 수 있다. 배터리와 모터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의 영역이 아니라면, 플랫폼은 자동차 회사의 영역이다. 폴크스바겐은 2018년 9월 MEB(Modularer Elektro Baukasten·모듈형 전기구동 매트릭스 구조) 개념을 공개했다. 이는 전기차 전용 모듈형 플랫폼이다. MEB 플랫폼은 대용량 배터리를 차량 바닥면에 설치해 훨씬 넓은 내부공간을 확보했다. 또 주행거리를 늘리면서 주행안정성도 향상시켰다. 폴크스바겐은 오픈 플랫폼 전략으로 전기차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국 GM도 3세대 전기차 플랫폼 ‘EV3’를 기반으로 한 신형 전기차를 2021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GM은 2023년까지 2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인데, 첫 전기차는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에서 나올 예정이다. 일본 닛산과 미쓰비시, 프랑스 르노는 공동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할 방침이다.

현대차도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 통신기술(IT)전시회 ‘CES2019’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onic 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했다. 2020년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첫 양산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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