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긴 폴렌타를 곁들인 바칼라. 사진 조선일보 DB
튀긴 폴렌타를 곁들인 바칼라. 사진 조선일보 DB

프랑스 파리에서 19세기 말 탄생한 비스트로(bistro)는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음식점을 뜻한다. 레스토랑처럼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값비싼 음식을 격식 차려가며 먹는 공간이 아닌, 소박한 음식에 와인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비스트로는 파리 서민이 즐겨 찾는 일상의 쉼터이자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서울 방배동 ‘시스트로(Sistro)’는 파리 비스트로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하철 2호선 이수역 쪽에 가까운 롯데캐슬아파트 골목 안에 있다. 상업시설이 많지 않은 주거지역이라 저녁이면 캄캄해지는 골목 안에서 빨간 차양이 조명을 받아 발그스름하게 빛나고 있어 찾기 쉽다. 시스트로는 자매를 뜻하는 ‘sister(시스터)’와 비스트로를 합쳐 만든 이름으로, 이곳 이윤화 대표가 오래전 일본 도쿄에 거주할 때부터 여동생처럼 친하게 지내던 소믈리에와 함께 개업했다. 현재는 이 대표 혼자 운영한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기는 동네 밥집 내지는 술집이라는 분위기는 전형적인 비스트로지만, 음식은 프랑스식이라고 국한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탈리아 음식에 기초를 두고 자유롭게 창작해내는 스타일이다. 대신 최고의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철칙에 엄격하다. 특히 전국 곳곳에서 찾아낸 뛰어난 토종 식재료를 두루 활용하는 점이 돋보인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 대표는 사실 손꼽히는 외식업 전문가이자 우리 식재료 전문가다. 레스토랑 가이드 ‘다이어리알’과 ‘대한민국 외식 트렌드’를 매년 발간하는 한편 여러 정부기관·기업·지자체에 음식 관련 자문·강의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사흘 이상 전국 여러 지역을 다니며 수많은 음식과 식재료와 접하는 생활을 20년 넘게 해오고 있다. 지역별 향토음식과 식재료에 해박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큰닭 스테이크 부추소스. 사진 조선일보 DB
우리큰닭 스테이크 부추소스. 사진 조선일보 DB
앉은뱅이밀 리소토. 사진 조선일보 DB
앉은뱅이밀 리소토. 사진 조선일보 DB

와인과 두루 어울리는 다양한 요리

이러한 이 대표의 경험과 지식은 시스트로 메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기 메뉴인 ‘앉은뱅이밀 리소토(risotto)’가 대표적 사례다. 리소토는 쌀을 버터 등 기름에 볶은 뒤 육수를 조금씩 부어가며 천천히 끓이듯 익히는 이탈리아 쌀 요리. 한국의 죽과 비슷하지만 물기가 훨씬 적어서 빡빡하고 부드럽게 푹 익히지 않아 이탈리아에서 흔히 ‘알 덴테(al dente)’라고 부르는, 쌀 중심에 단단한 심이 살짝 씹히는 정도로 익힌다는 차이가 있다. 시스트로에서는 쌀 대신 국내산 재래종 통밀인 앉은뱅이밀을 이용해 리소토를 만든다. 탱글탱글하면서 쫄깃한 식감이 뛰어나다. 토마토와 고추를 넣어 붉고 살짝 매운 것과 향신료 사프란으로 노르스름한 두 가지가 있다.

메뉴판 스테이크 섹션에는 닭고기 스테이크가 맨 위에 올라있다. 소고기 스테이크가 이례적으로 아래로 밀렸다. 그만큼 닭고기에 자신 있다는 뜻이다. 전북 완주 닭 농가 ‘다산’에서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란 닭을 직거래로 받는다. 이 닭고기를 올리브오일에 살짝 재웠다가 모둠 버섯과 함께 노릇하게 구워 부추소스를 곁들인다. 부추는 부드럽고 향기롭기로 이름 높은 경기도 양동 부추를 쓴다.

식사를 시작하는 애피타이저 중 인기 높은 ‘토마토 한 알’은 경기도 광주 퇴촌에서 생산한 완숙 토마토를 사용한다. 토마토에 올리브오일과 리코타 치즈를 곁들이고 루콜라를 조금 올렸을 뿐인데 맛과 향이 대단히 풍성하다. 좋은 식재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한입에 경험한다. 유일한 디저트 메뉴인 ‘스위트갓빵 & 아이스크림’은 경북 영주에서 직접 농사지은 고구마로 만든 파이를 생지로 받아 냉동 보관하다가 손님 주문이 들어오면 오븐에 바로 굽는다. 여기에 쌉쌀한 맛 때문에 입가심으로 그만인 녹차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낸다.

이곳의 대표 메뉴로 ‘바칼라(Baccala)’를 빼놓을 수 없다. 바칼라는 대구를 소금에 절인 염장 식품. 염장 대구는 프랑스에서는 모뤼, 포르투갈에서는 바칼랴우, 스페인에서는 바칼라오 등으로 불리는, 유럽 전역에서 오래전부터 먹은 전통 식재료. 너무 짜서 그냥 먹을 수는 없고 사나흘 이상 물을 갈아가며 담가서 짠기를 뺀 다음 다양한 요리에 활용한다.

시스트로 바칼라는 이탈리아 북부식이다. 바칼라는 구하기도 힘들고 너무 짠 데다 염장 생선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국산 대구 살을 우유에 끓이고 생크림과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섞어 오븐에 표면이 노릇해지게 구워서 폴렌타(polenta)를 곁들인다. 폴렌타 역시 이탈리아 북부에서 많이 먹는 음식으로, 옥수숫가루를 걸쭉하게 죽처럼 끓여 그대로 먹거나 단단하게 굳혀 작게 잘라 굽거나 튀긴다. 시스트로에서는 굳은 바칼라를 감자튀김 크기로 길쭉하게 잘라 튀긴다. 간간하고 고소한 바칼라와 폴렌타가 찰떡궁합이다.

음식과 술을 함께 즐기는 비스트로니만큼, 주류에도 음식만큼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와인 리스트를 훑어보니 총 30가지 레드·화이트·스파클링와인이 올라있었다. 예상외로 가짓수가 적었다. 하지만 ‘선수(전문가)’가 짠 리스트임이 한눈에 보였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탈리아·스페인 등 구대륙부터 미국·칠레·아르헨티나·호주·뉴질랜드 등 뉴월드까지 지역이 촘촘하게 반영돼 있다. 가격대도 최하 3만6000원부터 최고 320만원까지 다양해서 어떤 입맛이나 지갑 형편도 맞출 수 있겠다.


시스트로(Sistro)

분위기 힘주지 않은 소박한 세련미

서비스 편한 분위기가 손님을 무장해제시킨다.

추천 메뉴 토마토 한 알 6000원, 바칼라 2만원, 해산물 쿠스쿠스 2만5000원, 가지볼로 1만8000원, 풍기 리가토니 1만9000원, 앉은뱅이밀 리소토 1만6000원(토마토)·2만1000원(사프란), 우리큰닭 스테이크 부추소스 2만6000원, 한우 채끝등심 스테이크 4만6000원(200g)·6만5000원(300g), 제철 해산물 스튜 2만5000원, 스위트갓빵 & 아이스크림 6000원

음료 와인 리스트가 촘촘하다. 하우스와인은 스페인 레드와인 ‘카노’와 화이트와인 ‘비냐 산 후안’이 있다. 둘 다 잔당 8800원

영업시간 오후 5~10시(코로나 거리 두기 4단계 기간 기준)·일요일 휴무

예약 권장

주차 가게 앞에 1~2대 정도 세울 수 있다.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도 있다.

휠체어 접근성 들어가려면 낮은 계단 2~3개를 내려가야 한다.

김성윤 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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