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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패배 아닌 인간의 승리”
  > 2016년03월 142호 > 연중기획
이세돌 vs 알파고, 세기의 대결은 무엇을 남겼나 - ‘인공지능 사회의 도래, 알파고 모멘텀을 찾아라’ 토론회
“인간 패배 아닌 인간의 승리”
기사입력 2016.03.25 23:00

“앞으로의 세계는 최고의 인공지능을 가진 기업이 지배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파고 이후의 미래를 논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고문)

“알파고는 인간이 해야 할 일을 재정립해야 할 때라는 신호를 줬습니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어떤 문제를 암기하고 풀어내는 쪽에 초점을 맞췄죠.
그러나 알파고는 어떤 정보를 받아 최상의 결정을 내리는 일이 더는 인간의 일이 아니란 것을 알려줬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재앙일까 축복일까.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남긴 의미를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인사이트 셰어링’행사에 참석한 청중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고민을 나눴다. <사진 : C영상미디어 김종연>

3월 17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이세돌 vs 알파고 세기의 대결은 무엇을 남겼나 - 인공지능 사회의 도래, 알파고 모멘텀을 찾아라’를 주제로 한 인사이트 셰어링(insight sharing, 통찰력 공유) 행사가 열렸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역사적인 대국이 한국 사회에 남긴 의미를 되새겨보고, 인공지능이 바꿔 놓을 미래를 고민하는 공개 토론회다.

좌장은 옛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상철 LG유플러스 고문(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맡았다. 국내 최고 딥러닝 전문가로 꼽히는 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수퍼컴퓨터 전문가 이지수 전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장(현 KISTI 책임연구원), 베스트셀러 <축적의 시간> 대표 집필자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프로 바둑기사 출신 인공지능 전문가 김찬우 에이아이바둑 대표, 인지과학과 철학의 만남을 연구해온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이날 행사에는 200명의 청중이 참석해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전문가와 함께 고민했다. 주요 발언을 기술, 일자리, 정책, 교육 등으로 나눠 소개한다.


기술 | 학습 내용 공유하는 로봇, 두뇌 시뮬레이션 프로젝트… 인공지능 기술의 끝은?

“현재 로봇끼리 연결해 학습한 내용을 서로 공유하게 하는 네트워킹 로보틱스 기술이 나와 있습니다. 또 인간 두뇌를 컴퓨터로 재현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는 인간 뇌를 수퍼컴퓨터로 재현하는 사업이죠.”
(이지수 KISTI 책임연구원)

“우리는 인간 감정을 가진 로봇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그런 로봇은 적어도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거대 담론을 나누기보다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이용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로봇이 인간 비슷한 수준의 노동을 해낼 수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이 재편될 겁니다. 경제의 3요소를 이루는 토지, 자본, 노동 가운데 자본만 남게 될 겁니다. 기술을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의 격차는 어마어마하게 벌어질 겁니다. 사회적인 협약이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기술이 스스로 발전하면서 인간을 이용하는 것일 뿐, 인간이 기술을 개발한다고 여기는 건 착각이라는 ‘테크늄(technium)’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기술은 필연적으로 더 효율적인 방향을 찾아 나갑니다. 에너지를 더 적게 쓰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싶은데 몸이 없으니 인간을 활용하는 겁니다. 그 견해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스스로 발전 궤도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이런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느냐는 질문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이날 토론회에는 각계 인공지능 전문가가 참여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상철 LG유플러스 고문, 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이지수 KISTI 책임연구원, 김찬우 에이아이바둑 대표,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사진 : C영상미디어 김종연>

일자리 | “우리가 알던 일자리는 사라진다… 공유경제 시대 도래할 수도”

“노동시장의 개편이 급속도로 진행될 겁니다. 이전에 겪은 산업혁명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겁니다. A라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B라는 일자리가 생기는 데 100년 정도 걸리면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세상의 변화 속도는 대단히 빠릅니다. 미국 노동부가 각 직업군과 업무에 따른 능력을 평가한 표가 있습니다. 전체를 6개 레벨로 나눴는데요, 가령 광고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레벨 2, 계약서를 이해하는 능력은 레벨 4, 물리학을 강의할 수 있는 능력은 레벨 6입니다. 그런데 레벨 4 이하 업무는 인공지능이 수행할 수 있습니다. 레벨 5 이상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기에 우려가 큽니다.”
(이지수 KISTI 책임연구원)

“예전에는 일자리가 사라져도 다른 일자리가 생겨나 대체되는 선순환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제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과연 대체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느냐 자체가 의문입니다. 지금 있는 일자리의 80%가 사라지는데 90%가 생겨나진 않겠지요. 9%만 새로 생긴다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기업은 사람보다 일 잘하는 기계를 사용해 더 큰 이익을 내는데, 그 물건을 살 사람은 적어지는 거죠. 이 현상이 심화하면 세계 경제 규모 자체가 작아져 공유경제 시대로 들어가게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직업을 잃고, 기계가 시키는 일만 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거죠. 과연 그때에도 인간은 행복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기 위해 위원회든 태스크 포스든 꾸려 미래 직업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고문)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시행착오는 필연적입니다. 세계의 선진 기업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 설비 개보수에 투자할 뿐, 새로운 것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5년만 지나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은 급속하게 떨어질 겁니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인공지능은 현재 완벽한 수준이 아닙니다. 알파고도, 자율주행 자동차도 결함이 있습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논리적 결함이죠. 이런 결함을 극복하려면 인공지능을 제어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가령 의료계에서는 진단방사선과에서 판독해야 하는 데이터가 많죠. 경험이 많을수록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 젊은 의사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때 인공지능을 활용해 판단 근거를 제시하면, 더 좋은 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기계의 장점을 사람이 적절하게 활용하는 법을 익힌다면 위협받는 대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김찬우 에이아이바둑 대표)



김찬우 에이아이바둑 대표는 “알파고는 기본적으로 이길 확률이 높은 자리를 뽑기 때문에 역전을 잘 당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사진 : 조선일보DB>

정책 | 인공지능 시대, 기술/제도/문화 총체적 변혁 필요

“인공지능 시대에는 세 가지 측면에서 준비가 필요합니다. 첫째가 기술력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특정 집단이 독점할 경우 가지지 못한 집단의 피해가 큽니다. 둘째는 제도 측면입니다. 가령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자율주행 자동차 문제입니다. 이 차가 사고를 낼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정해지지 않았거든요. 정부 차원에서 미리 새 시대에 맞는 제도를 준비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문화적 준비입니다. 앞으로는 기계가 인간의 동료, 혹은 상사가 될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대안이지만 인간은 거부감을 가질 수 있죠. 이런 요소들에 대한 종합적인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지수 KISTI 책임연구원)

“정부 차원에서 인공지능 산업화 초반에 불가피한 시행착오의 위험을 공유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기업이 인공지능 제품을 내놓을 때 염려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정부가 먼저 사줄 수 있습니다. 선제 투자도 필요합니다. 새로운 산업을 만들려면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위험을 어떻게 사회와 국가가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최근 정부가 인공지능 응용 및 산업화 방안을 발표했죠.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 당장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기초는 누가 하죠? 현재 한국에는 딥러닝의 원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훌륭하다, 잘 맞는다 하는데 왜 잘 맞는 건지를 모릅니다. 그런데 응용, 산업화 이야기가 나오니 놀랍습니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로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응용과 산업화에 앞서 기초교육에 먼저 투자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인공지능 기술은 핵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기술이죠. 핵 무기와 관련해서는 국제적인 핵 확산 금지협약이 있죠. 인공지능 역시 악용 가능성을 막는 협약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다만 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는 선에서 최악의 결과를 막는 국제 협약 정도가 되겠죠. 지금은 인공지능이 초보 단계에 있기에 이런 담론이 가능합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산업화되고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 국가 간 이해관계가 개입돼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들기 어려울 겁니다. 산업적 측면에서의 권력 불균형이 상대적으로 덜한 상태일 때 공통 규약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겁니다.”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교육 | “룰 깰 수 있는 과감한 도전정신, 미래에 대한 상상력 고양에 초점 맞춰야”

“이번 대국 가운데 4국에서 ‘(백보다 불리한) 흑으로 이기고 싶다’고 한 이세돌 9단의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국제 규정대로라면 마음대로 돌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9단은 전 세계에 생방송 되는 경기에서 ‘룰(rule)을 깨자’고 제안했고 딥마인드의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1초 만에 ‘좋다’고 했습니다. 이 9단도 놀랍지만 엄연히 구글의 고용인 신분인 허사비스 CEO도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인이라면 회장님께 여쭤봐야 한다고 대답했겠지요. 그처럼 정해진 룰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깰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이 9단처럼 상식을 파괴하는 발상, 도전적으로 과감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보편화해야 합니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바둑계에서도 어릴 때부터 크게 되겠다 싶은 아이는 특징이 뚜렷합니다. 선생님이 ‘좋은 수’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따라 하는 아이는 정상급 기사로 자라지 못합니다. 선생님이 제시한 수에 대해 자신만의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고, 그 뒤에 자신이 합당하다고 인정할 때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초고수가 됩니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이런 사고가 보편화 돼 있습니다. ‘이게 좋은 수’라고 알려주면 왜 좋은지 계속 물어봅니다. 자신이 납득해야만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런 환경에서 알파고가 나왔습니다. 우리 교육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좋은 답을 일러주는 것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게 우선이라는 겁니다.”
(김찬우 에이아이바둑 대표)

“인공지능을 만들 때는 컴퓨터 능력, 데이터베이스, 알고리즘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세 가지를 창조할 수 있는 문화와 교육환경이 갖춰져야 할 텐데, 우리 현실은 거꾸로입니다. 과학고 인재들이 주어진 문제만 풀어내니까요. 재능 있는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적응력, 새로운 문제에 대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문과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세계에서 필요한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미래 사회의 보편 언어가 될 컴퓨터 언어도 가르쳐야죠. 이런 교육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 때입니다.”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저는 기업인 출신이니 기업 차원에서도 창의적인 사람을 뽑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겠습니다. 학력 불문, IQ 불문하고 창의적인 일을 할 사람이 누구인지 뽑자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그런 사람을 가려낼지, 또 키워 나갈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겁니다. 이 9단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인간의 창의력, 바둑 격언이 정말 맞는가 의문이 들었고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비단 바둑뿐 아니라 교육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분명한 것은 창의적이며 도전적인 시도가 없다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겁니다. 때 맞춰 알파고가 우리나라에 왔습니다. 알파고 신드롬을 우리 국가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새로운 모멘텀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고문)

정리: 윤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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