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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 정책 근본이 흔들리는 문제
  > 2016년04월 143호 > 연중기획
전국 사업자(IPTV)에게 지역케이블(SO) 인수 허용
방송통신 정책 근본이 흔들리는 문제
기사입력 2016.04.04 01:21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 건으로 방송통신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이 사안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지금까지 나타난 이동통신사들 간의 ‘치킨게임’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이번 인수합병은 결국 본질적으로 방송시장에 대한 문제다. 우리나라가 수십 년간 유지해왔던 공공성과 공익성 그리고 그런 상위 원칙을 뒷받침하는 다양성과 유효한 경쟁의 원칙 그리고 지역 가치의 보호 원칙 같은 기본적인 방송 정책의 근간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대대적으로 수정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는, 보다 근본적인 이슈인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합병은 종종 소유의 다양성, 노출의 다양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에 치명적인 폐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1996년에 통합방송법을 제정한 이래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우리는 통합적인 법체계 정비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도 지난해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법(IPTV법)을 통합한 통합방송법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 인준을 기다리는 단계로까지 진전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묘한 시점에 통합된 법체계 내에서는 허용되기 어려운 거대한 인수합병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인수합병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나 일자리 창출 등은 정책 당국뿐 아니라 국민 모두 혹할 만한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업계와 학계는 이런 주장들이 실제로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인지, 아니면 합병 성사를 위한 전략에 불과해 결국은 시장이 피해를 입을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온통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정작 중요한 사실은 이런 인수합병을 판단할 법 제도의 정비와 법적 판단의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다. 또한 이 이슈를 왜 이렇게 성급하게 처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차분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번 합병이 우리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막중한 영향을 미치는가 아니면 청년고용에 엄청난 효과가 즉시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인가?


전국 사업자(IPTV)에 지역케이블 인수 허용, 법적 근거 있나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먼저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년간 유지돼 왔던 케이블방송 정책은 포기하는 것인가? 전국사업자인 IPTV 사업자가 지역 SO(System Operator,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인수하는 경우 기존 33% 초과 금지 규정을 유지할 것인지, 또 전체 시장점유율에 대한 합산규제는 어떤 근거에 의해 이루어질 것인가? 그리고 그런 결정의 논거는 무엇인가? IPTV법이 도입될 때 대자본이 직접 채널을 운영하는 문제를 불식하려고 마련한 ‘직사채널(직접사용채널) 불허’ 원칙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런 결정의 근간이 되었던 전국사업자와 지역사업자를 구분하는 지역가치 보호와 다양성 원칙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이외에도 방송 생태계를 둘러싼 무수히 많은 질문들과 논점들이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결정을 누가 내릴 수 있는 것인가? 방송시장의 제도적 변화는 그 막중한 정치 사회 문화적 영향력으로 인해 정부나 국회의 정책적 판단과 동시에 국민적 합의에 따라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책 수립의 주요 원칙이 다르게 작동하는 SO와 IPTV에 대한 겸영 및 집중화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는 법제도 정비 자체가 매우 미비한 것이 부인 못할 현실이다. 즉 이번 합병에 대한 허가 여부를 판단할 명시적인 규정도 없는 상황 즉 규제 공백 내지는 규제 지체에 해당되는 상황인 것이다.

순리적으로 본다면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대통령 보고에서 강조된 “방송산업 활성화에 있어 공정성과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며 “대기업들이 수직계열화를 통한 영향력 확대와 다양성 훼손”에 대한 엄중한 대통령의 의지와 그 의지가 반영되어 2015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통합방송법이 국회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획득할 때를 기다림이 마땅하다고 본다.


막강해지는 이동통신의 무선지배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동통신의 무선지배력이 방송시장을 종속화하는 폐해에 대해서는 아예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올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의 슬로건이 ‘모바일이 전부(Mobile is Everything)’인 세상이다. 국내 방송통신 시장도 유무선 결합시장으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방송시장경쟁상황 평가를 보면 방송, 이동통신 결합 가입자 비중은 2012년 23%에서 2015년 6월 기준 41%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초기 결합시장을 주도했던 인터넷, TV 결합은 2015년 6월을 기준으로 순감을 기록했다. 시장의 중심축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볼 수 있는 통계다. 이는 실생활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누구나 이동하면서 자신의 퍼스널 미디어인 스마트폰을 통해 방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이제는 보편화되는 일상의 풍경이 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무선지배력이 강력해지는 상황에서 이동통신, 방송 결합시장은 결국 이동통신시장 점유율로 수렴될 것이라는 점이다. 즉 SKT의 무선지배력이 방송플랫폼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 문제인 셈이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은 앞서 살펴본 독과점적 인수합병의 전형적인 폐해인 소비자 선택의 제한, 시장의 집중도 상승, 가격인상과 품질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사이클이다. 실례로 CJ헬로비전이 독점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의 요금이 경쟁 지역 대비 현재에도 최대 50% 높게 이루어져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료방송에서 독과점 체계가 심화될 때 요금인상으로 귀결되는 예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SKT가 이번 인수합병에서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이용자 기반을 확대함으로써 이동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한다는 점은 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취할 수 있는 이윤극대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합병을 통해 등장하는 55% 이상의 이동통신시장의 지배력이 방송미디어 시장으로 전이되고 방송미디어가 지니는 사회 문화적 가치의 훼손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한 기업의 문제로만 용인하기 어려운 심각한 구조의 문제가 된다. 즉 이번 합병은 경제적 가치를 둘러싼 통신사 간의 전쟁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소중히 여겨왔던 공익의 가치와 그를 구성하는 다양성과 경쟁, 그리고 지역적 가치의 원칙들을 우리가 어떻게 유지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사회적 가치의 문제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하겠다.


이용자 편익 저해하는 기업결합

정부 정책이 늘 빠지기 쉬운 오류는 효율성과 시장주의에 대한 과신이다. 특히 대규모의 인수합병을 합리화하는 이러한 논리들은 정부의 귀를 솔깃하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2015년 10월 31일자 사설을 통해 합병이 어떻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면서 경제학자인 제이슨 퍼맨과 피터 오스자그를 인용해 대규모의 기업결합이 평균기업이윤의 10배가 넘고 1990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는 수퍼노멀(supernormal) 이윤, 즉 평균을 훨씬 웃도는 이윤의 원인일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결합이 결국에는 이용자 편익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등장하는 반독점 규제에 대한 도전은 늘 유혹적일 수밖에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바이지만 결국 구조가 본질을 결정한다. 잘못된 구조는 산업의 본질을 왜곡하고 성장잠재력을 파괴하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오는 결과를 낳는다. 기본 원칙부터 다시 돌아보는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동 대학원 석사, 미 탬플대 텔레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정보통신부 신성장동력추진위원, 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 한국VR산업협회 회장

기사: 현대원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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