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_20.jpg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있는 반려동물 편집숍 펫부티크의 매출이 3년 전보다 15% 증가했다. 사진 갤러리아

서울에서 12세 슈나우저 초롱이를 키우는 회사원 도모(38세)씨는 지난해 말 출장길에 일본의 반려견용 유모차 브랜드인 ‘에어버기’ 제품을 사왔다. 평균 80만원대에 달하는 국내가에 비해 30% 정도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도씨는 노견(老犬)이 된 초롱이를 위해 승차감이 좋다고 소문난 이 유모차를 수소문하다 결국 ‘직구’를 감행했다.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는 반려동물 전문 편집숍 ‘펫부티크’가 있다. 밝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꾸며놓은 60㎡(18평) 남짓의 매장이다. 방문객은 데리고 온 반려동물을 2시간 동안 무료로 맡기고 개당 1만원이 넘는 강아지용 간식인 연어 컵케이크나 4만3000원짜리 강아지용으로 만든 조거팬츠(발목이 조이는 조깅용 바지) 등을 쇼핑할 수 있다.

반려동물 1000만 마리 시대를 맞이해 관련 용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용품 시장은 단순히 이들을 먹이고 입혔던 단계를 지나 더 고급스러워지고 세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지출액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전체 가구의 애완동물 관련 용품 지출액은 월평균 3208원으로 2010년(월 1682원)보다 91% 증가했다.

에어버기 반려견 유모차의 가격대는 국내 오픈마켓 검색 기준, 모델별로 최저 63만원대에서 최고 109만원대다. 고급 아기 유모차인 스토케, 부가부, 베이비젠요요 등과 맞먹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일본 브랜드 피콜로카네의 반려견 유모차도 비싼 것은 50만원 정도 한다. 일반적인 반려동물 유모차 가격이 7만~15만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3~10배 비싸다.

명품 브랜드 로고가 박힌 반려동물 운반 가방이나 목줄도 인기다. 루이뷔통에서 판매하는 강아지 목걸이는 크기에 따라 38만~45만원, 목걸이에 연결하는 줄(리드)은 46만~53만원이다. 반려견 운반 가방은 322만원짜리와 352만원짜리를 판매하고 있다. 같은 브랜드의 여성용 가방이 1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것에 비해 훨씬 비싼 셈이다.

펫부티크에서는 해외에서 들여오거나 자체적으로 만든 수백 가지 고급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탈리아제 캔버스 소재 반려동물 운반 가방은 80만원, 스위스제 강아지용 식기는 34만원이다.

김용균 한화갤러리아 패션콘텐츠팀 과장은 “올 들어 고가 유모차가 월 4~5대씩 꾸준히 나간다”며 “작년의 두 배 가까이 팔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유모차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위한 고가 용품 판매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사람이 쓰거나 먹는 제품을 그대로 반려동물용으로 만들거나 아예 주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사용하도록 고안한 제품도 등장했다. 반려동물 가구 업체 투인플레이스는 소형 편백나무 욕조를 팔고 있다. 강아지는 반신욕 욕조로, 주인은 족욕기로 사용할 수 있다. 문구 브랜드 모나미가 만든 반려동물 용품 쇼핑몰 ‘모나미펫’에서는 20만원대의 강아지용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메모리폼은 사람이 사용하는 고급 침구류에 쓰일 만큼 고가 기능성 소재로 인식됐다.


반려동물 위한 보약·가전제품도 등장

251_20_1.jpg
강아지용 ‘공진단’. 겉면의 금박은 사람용과 마찬가지로 진짜 금가루로 만든다. 사진 펫부티크

보약인 ‘공진단’도 반려견용이 등장했다. 노령견이나 강아지의 수술 전후 기력 회복을 위해 한방 재료를 섞어 환으로 만들었다. 구(球) 모양, 진짜 금가루를 겉에 뿌린 모습, 포장 방법 등이 사람용과 차이가 없다. 개당 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시장을 선점하려는 유통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세계그룹은 반려동물 전문 매장 ‘몰리스펫’을 이마트 온·오프라인 매장과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스타필드는 반려동물의 몰 출입을 허용하고 곳곳에 배변봉투를 준비하는 등 반려동물 친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의도 IFC몰도 오는 6월 중순부터 반려동물 동반 입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케아 코리아는 6월 이후 반려동물용 가구 제품군인 ‘루흐비그’를 판매할 예정이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침대 프레임과 소파 모양의 침대, 사료 그릇 등 종류도 다양하다.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일본의 이케아 매장에서는 이미 이 제품군이 판매되고 있다. 침대류의 경우 미국 기준으로 27~50달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 특화된 가전 제품도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사각 통에 가두고 물기를 말려주는 ‘붐펫드라이룸’은 한동안 홈쇼핑 방송에 자주 등장했다. 반려견 목욕 후 물기를 말리는 기능에다 적외선, 음이온, 펫 전용 음악 감상, 산소·아로마테라피 기능도 있다. 소형견용이 140만원대, 대형견용은 300만원대다.

위닉스는 작년에 반려동물 전용 공기청정기를 내놨다. 일반적인 공기청정기 필터에 동물 털 전용 필터를 추가해 반려동물을 키울 때 발생하는 냄새를 없애고 털까지 빨아들인다. 밀레 코리아는 털이 많이 날리는 실내에 특화된 진공청소기 ‘C3 캣앤독’, 다이슨은 반려동물 몸에 직접 청소기를 대고 털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그룸툴’을 팔고 있다.

 

plus point

700억달러 美 반려동물 시장의 화두 ‘펫테크’

251_20_2.jpg
한 강아지가 2018년 2월 스페인에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한국보다 반려동물 시장이 먼저 발달한 미국에서는 펫테크(pet tech)가 새로운 관심사다.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반려동물 용품에 적용해 건강 관리나 위치추적, 놀이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펫테크 스타트업인 파우스카우트는 반려견용 위치추적기를 2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주인과 100m 이상 떨어지게 되면 스마트폰 알람을 통해 위치를 알려주는 장치다. ‘포천’에 소개된 후 아마존에서 완판됐다. 반려동물판 ‘핏빗(fitbit)’도 있다. iQ펫의 스타워크도그액티비티를 목줄에 채우면 반려동물의 하루 운동량과 칼로리 소모량을 체크할 수 있다. 체온과 같은 건강 상태뿐 아니라 하루 중 강아지가 가장 활발한 시간대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으로 세척되는 고양이용 변기도 있다. 고양이가 모래상자에서 볼일을 마치면 작은 갈퀴가 천천히 움직이며 배변을 밀어낸다. 펫세이프가 아마존에서 해당 상품을 130달러에 팔고 있다.

목욕을 싫어하는 반려동물을 위한 습식 진공청소기도 인기다. 미국 가정집에서 많이 쓰는 카페트용 습식 진공청소기 회사 ‘비셀’이 같은 원리로 만들었다.

미국 반려동물산업협회(APPA)에 따르면 올해 전체 미국 가정의 약 68%인 8500만 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 이 단체는 올해 미국인들이 반려동물을 위해 721억달러를 쓸 것으로 추정했다.

송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